3위 산유국 UAE 탈퇴…OPEC 영향력 시험대

해외

이데일리,

2026년 4월 29일, 오전 08:56

[이데일리 임유경 기자] 아랍에미리트(UAE)가 다음 달 석유수출국기구(OPEC)에서 탈퇴할 예정이다. 이란 전쟁으로 글로벌 원유 시장이 심각한 공급 차질을 겪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결정으로, OPEC의 향후 역할과 영향력에 대한 의문을 키우고 있다.

28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UAE의 이번 탈퇴 결정에 대해 수년간 OPEC의 실질적인 리더인 사우디아라비아와 갈등을 겪은 결과이자 이란 전쟁이 글로벌 에너지 시장을 어떻게 재편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평가했다.

UAE 정부는 이날 국영 WAM 통신을 통해 오는 5월 1일부로 60년간의 회원국 지위를 마무리하고 OPEC을 떠날 예정이라고 전격 발표했다. UAE는 이란 전쟁 발발 전 OPEC 내 3위 생산국으로 전체 공급량의 약 12%를 차지했다.

사우디와 UAE는 그동안 OPEC+(OPEC과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 10개국 연대체) 회의에서 종종 충돌해왔다. UAE는 막대한 여분 생산 능력을 보유한 몇 안 되는 생산국 중 하나로 생산능력 확대를 위한 투자를 반영해 증산을 원했지만, 사우디는 공급 억제를 통한 가격 방어를 선호했다. 이 같은 갈등으로 UAE는 과거에도 탈퇴 직전까지 간 적이 있지만 실제 실행에 옮기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란 전쟁으로 글로벌 원유 시장이 요동치고 자체적으로 시장을 판단하고 움직일 필요가 커지면서 전격 탈퇴를 결정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수하일 알 마즈루에이 UAE 에너지장관은 인터뷰에서 이란 전쟁으로 인한 공급 차질이 이번 조치를 취하기에 적절한 시기를 마련해 줬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의 모든 전략을 매우 신중하고 오랫동안 검토한 끝에 내린 결정”이라며 “이란 전쟁으로 공급 부족 상태이기 때문에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므로, (탈퇴를 결정할) 적절한 시기라고 봤다”고 설명했다.

마즈루에이 장관은 이어 “UAE는 전쟁으로 인한 공급 부족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OPEC의 집단적 의사결정 구조에서 벗어나 시장 수요에 더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어야 한다고 판단했다”며 “UAE는 앞으로도 책임 있는 생산국으로서 행동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핵심 회원국의 이탈은 OPEC에 큰 타격이 될 전망이다. 리서치 업체 라이스타드 에너지의 호르헤 레온 지정학 분석 책임자는 “장기적으로 OPEC은 구조적으로 약화될 것”이라며 “UAE는 OPEC 밖에서 생산 확대 유인이 커지고 실제로 그럴 역량도 있어, 사우디가 시장의 ‘조정자’ 역할을 지속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된다”고 분석했다.

최근 몇 년간 다른 국가들도 OPEC을 탈퇴했다. 앙골라는 생산량이 감소하고 OPEC 지도부가 감산 할당량을 부과하려 하자 2023년 말에 탈퇴했다. 에콰도르는 생산량 감소로 2020년에 탈퇴했으며, 2018년에는 소규모 산유국인 카타르가 천연가스 부문 육성에 집중하기 위해 탈퇴했다. 이란은 여전히 회원국으로 남아 있다.

다만 단기적으로는 시장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이란 간 전쟁으로 페르시아만 지역의 원유 수출이 크게 위축되면서 UAE, 사우디, 이라크 등 주요 산유국들이 오히려 생산을 늘리기보다 줄여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현재 런던 시장에서 유가는 배럴당 약 111달러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번 전쟁으로 인해 약 10억 배럴 규모의 공급 손실이 발생했으며, 이 공백을 메우는 데 수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전쟁 여파로 위축됐던 생산이 정상화될 경우, UAE는 기존에 보유한 여유 생산능력을 바탕으로 추가 증산까지 가능해 국제 유가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블룸버그가 조사에 따르면 UAE는 전쟁 전인 2월 하루 360만 배럴을 생산했다. 이는 OPEC+ 생산 할당량 크게 상회하는 수준이다. 그러나 전쟁 여파로 3월 생산량은 40% 감소했다.

UAE 국영 석유 대기업인 아드녹(Adnoc)은 자국의 석유 생산 능력을 다른 평가들보다 훨씬 높은 하루 485만 배럴로 책정했는데, 장기적으로 500만 배럴까지 확대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 목표가 달성될 경우 UAE는 글로벌 시장에 상당한 추가 공급 여력을 확보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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