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리 데이비스(오른쪽) 주우크라이나 미국 대사 대리(임시대사)가 지난해 5월 키이우 기차역에 도착한 모습. (사진=AFP)
전임자인 브링크 대사 역시 비슷한 이유로 사임했다. 그가 사임하기 직전인 지난해 2월에는 트럼프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백악관 집무실에서 정면 충돌한 사건이 있었다. 충돌 직후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과 정보 공유를 수주간 중단했다. 브링크 대사는 사임하면서 백악관이 우크라이나엔 압박을 가하면서 러시아엔 면죄부를 주는 행태에 반대해왔다고 밝혔다.
데이비스 임시대사는 키프로스 주재 대사 직위를 유지한 채 키이우 임무까지 겸직하는 변칙적인 형태로 일해왔다. 그는 지난해 10월 트럼프 대통령이 애리조나주 사업가이자 공화당 거물 후원자인 존 브레슬로우를 차기 키프로스 대사로 지명했다는 사실을 사전 통보 없이 언론 보도로 알게 돼 충격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토미 피곳 미 국무부 대변인은 데이비스 대사가 트럼프 대통령과의 의견 차이로 사임한다는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피곳 대변인은 “데이비스 대사는 러·우 사이 항구적인 평화를 끌어내려는 트럼프 행정부의 노력을 한결같이 지지해왔다”며 “오는 6월 공식적으로 키이우를 떠나 국무부에서 은퇴할 때까지 자랑스럽게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을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키이우 미국 대사관은 트럼프 1·2기 임기 모두 대사 자리를 안정적으로 유지하지 못해왔다. 1기였던 2019년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마리 요바노비치 당시 우크라이나 대사를 “충성스럽지 않다”, “나쁜 소식”이라고 평하며 본국 소환했다. 요바노비치 대사는 그해 트럼프 대통령의 첫 번째 탄핵 사태와 관련한 의회 청문회에서 핵심 증인으로 출석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월 재집권 이후 우크라이나에 대한 신규 군사 지원 자금을 의회에 요청하지 않는 등 사실상 지원을 동결한 한편, 추가 지원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국에 부담을 떠넘겨왔다. 그러면서 백악관은 국무부를 사실상 외곽으로 밀어냈다.
그 대신 스티브 위트코프 특사와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등 소수 측근에게 우크라이나 종전 중재 등 핵심 외교 임무를 맡겨왔다. 다만 평화협상은 러시아의 비타협적 태도와 미국·이란 전쟁 여파로 교착 상태다. 우크라이나 정보당국은 이달 FT에 “러시아가 전쟁을 계속 이어가며 올여름 신규 공세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미국외교협회(AFSA) 추적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지명한 대사 후보 중 직업 외교관 비율은 8%로, 1기 당시 57%에서 급락했다. 우크라이나를 포함한 중동 지역 등 전 세계 수십 곳의 미 대사관이 상원 인준을 거친 정식 대사 없이 운영되고 있다.
상원 외교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잔 샤힌 의원은 “키이우 같은 핵심 거점은 워싱턴 본부에서 원격으로 또는 임시 조치로 관리될 수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며 “미국과 우크라이나 모두를 위해 상원 인준을 받은 정식 대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잘라 말했다. 한 직업 외교관은 트럼프 행정부 국무부에서 우크라이나를 옹호하는 인사들은 “등에 표적이 박히게 된다”고 토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