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개최 이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AFP)
피로 검사장은 지난 1월 파월 의장이 연준 본부 청사 리모델링 비용 과다 지출과 관련해 의회에서 위증했는지를 수사하기 시작했다. 수사는 25억 달러(약 3조6900억원) 규모의 청사 리모델링 프로젝트에 초점을 맞췄다. 그러나 지난 3월 제임스 보아스버그 워싱턴DC 연방지방법원 수석판사가 검찰의 대배심 소환장을 무효화하면서 수사에 제동이 걸렸다. 보아스버그 판사는 “수사의 목적이 파월 의장에게 금리 인하 압박을 넣거나 사임을 강요하려는 것이라는 증거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고 판단했다.
피로 검사장은 이후 지난달 하순 파월 의장 측에 수사 종결을 통보하고 연준 감찰관 마이클 호로위츠에게 해당 사안 조사를 넘겼다. 호로위츠 감찰관은 파월 의장이 지난해 직접 검토를 요청한 이후 이미 리모델링 비용 문제를 살펴보고 있던 터였다.
피로 검사장은 이날 방송에서 보아스버그 판사의 결정에 맞서 항소하겠다고 공언해온 입장에서도 일부 후퇴했다. 그는 “항소 대신 보아스버그 판사의 명령에 대한 무효화 신청(motion to vacate)을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항소 기한은 이날 기준 하루가 남은 상황이었다. CNBC는 “항소는 법무부 고위 관리의 승인이 필요한 사안인데, 피로 검사장이 그 승인을 받았는지조차 불분명했다”고 보도했다.
미국 법조계는 이번 전략 전환에 의문을 표했다. 전직 연방검사 션 머피는 “무효화 신청은 사실상 판사에게 ‘(그 일이) 없었던 것으로 해달라’고 요청하는 것”이라면서 “연준 수사에서 법무부가 패한 기록을 그런 식으로 지울 수 있는 법적 자격이 피로에게는 없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미 공화당 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같은 날 CNN에 출연한 공화당 소속 톰 틸리스 노스캐롤라이나 상원의원은 “결국 파월 의장은 아무 범죄도 저지르지 않았으며, 내가 대화한 검사들도 모두 동의한다”고 말했다. 그는 새로운 증거가 나오지 않는 한 수사를 재개하지 말아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면서도, 이번 결정에 대해 “이 과정이 작동하는 올바른 방식”이라고 평가했다. 틸리스 의원은 파월 의장 수사를 정치적 동기에서 비롯된 것으로 비판하며 수사가 종료될 때까지 케빈 워시 연준 의장 후보자의 인준 표결을 수개월간 막아온 인물이다. 수사 종결 이후 틸리스 의원이 찬성표를 던진 가운데, 워시 후보자 인준안은 지난달 29일 1차 관문인 상원 은행위원회를 통과했다. 공화당이 다수인 상원에서 최종 인준이 확실시된다.
파월 의장의 의장직 임기는 오는 15일 종료된다. 파월 의장은 지난달 29일 의장 재임 중 마지막 기자회견에서 “이번 수사가 투명하고도 최종적으로, 완전히 마무리될 때까지 이사회를 떠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으며 이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과거 연준 의장은 임기를 마치면 이사직 잔여 임기가 있더라도 물러나는 것이 관행이었다. 파월 의장은 오는 2028년 1월 임기가 끝나는 이사직을 당분간 유지하기로 한 것으로, 연준 의장이 임기 만료 후 이사로 남는 것은 1948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이날 폭스뉴스에 출연해 파월 의장의 잔류 결정이 “모든 관행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비판하며 “일정 기간 후 자리를 떠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역시 지난달 29일 트루스소셜에 “파월은 다른 직장을 구할 수 없기 때문에 연준에 남으려 한다. 아무도 그를 원하지 않는다”고 적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1기 행정부 시절인 2018년 파월을 연준 의장으로 임명했으나, 재집권 이후 금리 인하 기대에 부응하지 않자 빈번하게 비난해왔다.
향후 관건은 호로위츠 감찰관의 조사 결과다. 피로 검사장은 감찰관이 문제없다고 결론 내릴 경우에도 수사 종료를 보장하지 않았다. 감찰관 보고서 시한이 정해지지 않은 가운데, 파월 의장의 이사직 잔류와 맞물려 연준 독립성을 둘러싼 정치적 긴장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