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서양 크루즈선서 한타바이러스 집단감염…3명 사망·3명 추가 증상

해외

이데일리,

2026년 5월 04일, 오전 08:25

[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대서양을 항해하던 극지 탐험 크루즈선에서 한타바이러스 의심 집단감염이 발생해 3명이 숨지고 최소 3명이 추가 증상을 보이고 있다고 주요 외신들이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즉각 조사에 착수했다.

로열캐리비안 크루즈 '프리덤 오브 더 시즈'호가 지난 3월 12일(현지시간) 미국 마이애미 포트마이애미에서 출항하는 모습. 이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은 없음. (사진=AFP)
AP통신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WHO는 이날 성명을 내고 “대서양을 항해 중인 크루즈선과 관련한 공중보건 사건을 파악하고 지원 중”이라며 “6명의 감염 의심 사례 중 1건은 한타바이러스 감염으로 실험실 확진됐다”고 밝혔다.

WHO에 따르면 확진·의심 6명 중 3명이 사망했고, 1명은 현재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한 병원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WHO는 증상을 보이는 다른 2명의 선박 이송도 추진 중이다.

남아공 보건당국은 이번 사태가 ‘MV 혼디우스’(MV Hondius)호에서 발생했다고 밝혔다. 선박 위치 추적 사이트 마린트래픽에 따르면 혼디우스는 네덜란드 선적의 극지 탐험 크루즈선으로, 현재 서아프리카 섬나라 카보베르데의 수도 프라이아에 정박해 있다.

이 선박은 약 3주 전 아르헨티나 우수아이아를 출발해 남극, 포클랜드 제도 등을 거쳐 카보베르데로 향하는 항로를 운항 중이었다. 승선 인원은 승객 약 150명이었으며, 통상 승무원 약 70명이 함께 탑승한다. 최종 목적지는 스페인령 카나리아 제도였다.

남아공 보건당국에 따르면 첫 희생자는 70대 노인 남성으로, 선상에서 사망한 뒤 남대서양의 영국령 세인트헬레나에서 하선 처리됐다. 이후 그의 아내가 네덜란드로 귀국하기 위해 남아공 공항을 찾았다가 쓰러져 인근 병원에서 숨졌다. 중환자실에서 치료 중인 요하네스버그 환자는 영국 국적자로, 혼디우스가 세인트헬레나를 떠난 뒤 남대서양의 어센션 섬 인근 해상에서 발병해 이송됐다.

네덜란드 외무부는 승객 2명의 사망을 공식 확인했으나 추가 정보는 제공하지 않았다. 선박 운항사 오션와이드 익스페디션스는 “심각한 의료 상황을 관리하고 있다”고 밝혔으며, 카보베르데 당국은 의료 조치가 필요한 승객의 하선을 허가하지 않은 상태다.

한타바이러스는 쥐 등 설치류의 배설물이나 소변이 공기 중에 분산될 때 주로 감염된다. 드물게 사람 간 전파도 가능하다. 초기에는 독감과 유사한 증상으로 시작하며, 심할 경우 심폐 기능 부전으로 이어진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치명률은 약 40%에 달한다. 특별한 치료제는 없으며, 중증의 경우 인공호흡기 등 지지 치료에 의존한다.

WHO는 역학·실험실 조사를 진행 중이며 바이러스 염기서열 분석도 병행하고 있다. 남아공 국립전염병연구소(NICD)는 요하네스버그 일대에서 접촉자 추적 작업을 벌이고 있다.

한타바이러스는 지난해 미국 배우 진 해크먼의 아내 베치 아라카와가 뉴멕시코주에서 이 바이러스에 감염돼 사망하면서 다시 주목받은 바 있다.

WHO는 회원국과 선박 운항사 간 조정을 지원하며 나머지 탑승자에 대한 공중보건 위험 평가와 지원을 계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스위스 제네바에 위치한 세계보건기구(WHO) 본부 모습. (사진=로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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