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N방송은 3일(현지시간) 모스크바 남부에 위치한 대형 쇼핑몰 ‘굿존’(Goodzone)을 이같이 묘사하며 텅 빈 매장들이 러시아 경제가 직면한 위기의 현주소를 보여준다고 보도했다.
2023년 2월 러시아 모스크바의 한 쇼핑몰 내 폐쇄된 유니클로 매장의 모습.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해외 브랜드들이 잇따라 철수하며 모스크바 주요 쇼핑몰의 매장 공실률이 크게 높아졌다. (사진=AFP)
CNN은 러시아 경제가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과 서방 기업 철수, 전례 없는 서방 제재 속에서도 대규모 군비 지출과 중국·인도로의 원유 수출 확대로 예상을 뒤엎으며 버텨왔지만, 올해 1~2월 국내총생산(GDP)이 1.8% 감소하는 등 점차 균열이 드러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지난달 중순 경제 관련 정부 회의에서 이 문제를 인정했다. 그는 “통계상 경제성장률이 유감스럽게도 두 달 연속 둔화하고 있다”며 “왜 거시경제 지표 흐름이 기대에 못 미치고 있느냐”며 관료들을 질책했다.
겐나디 주가노프 러시아 공산당 대표는 이후 푸틴 대통령의 질문에 대한 관료들의 답변이 무능했다고 비판하며 “슬프고 불안하다”고 평했다. 그는 지난주 러시아 하원 연설에서 정부가 약화된 경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볼셰비키식 혁명이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크렘린이 용인하는 ‘제한적 야당 역할’에 충실해 푸틴 대통령을 직접 비판하지는 않았으나, 정부에 대해서는 책임을 추궁한 것이다. 주가노프 대표는 “이런 행보로는 경제가 무너질 수밖에 없다고 우리가 거듭 경고했다”고 힘주어 말했다.
◇매출 13건·6만원…“종말 직전 같은 분위기”
물론 러시아 내에서 대규모 사회 불안 조짐이 가시화된 단계는 아니다. 모스크바 북서부 대형 쇼핑몰 아비아파크 등 다른 쇼핑몰은 여전히 영업이 잘되고 있다. 다만 굿존처럼 침체에 빠진 곳들이 하나둘씩 늘어나면서 불안감도 함께 번지고 있다. 굿존 종업원들은 갈수록 줄어드는 방문객 수에 우려를 토로했다.
한 대형 유통업체 굿존 지점에서 계산원으로 일하는 이반(가명)은 CNN에 “이번이 두 번째 직장인데, 현재 분위기에서 잃어서는 안되는 자리”라며 한숨을 쉬었다. 그는 하루 13건, 총 3417루블(약 6만 7100원)어치 거래 내역이 표시된 계산대 화면을 가리키며 “이게 우리나라 경제 상황을 말해준다. 사정이 좋을 때는 거래 건수가 300건에 가까웠다”고 말했다. 이어 “쇼핑몰 내부는 종말 직전 같은 분위기”라며 “엄청난 인파를 위해 설계된 곳 같지만 그런 모습을 본 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굿존의 위기는 숫자로도 드러난다. 이 쇼핑몰 웹사이트에서는 일부 구역이 리모델링 중이며 새 입점업체를 들이고 있다며 ㎡당 1루블(약 20원)부터 시작하는 임대료를 제시하고 있다. CNN은 충격적으로 낮은 임대료라며 취재 결과 리모델링 정황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비어있는 매장 상당수가 과거 서방 브랜드들이 입점해있던 자리라고 설명했다.
굿존의 한 선물가게 여직원은 “더 이상 손님이 거의 안 들어와 사실상 창고로 쓰고 있다”며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많은 기업들이 온라인으로 옮겨갔었지만 (팬데믹이 끝난 뒤엔 오프라인 쇼핑몰도) 점진적으로 회복됐다. 그런데 2022년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구매력이 떨어졌다. 더 좋아지리라곤 더 이상 믿지 않는다. 그저 더 나빠지지만 않기를 바랄 뿐”이라고 토로했다.
옆에 있던 또다른 여직원도 “물가는 매일 모든 것이 오르는데 임금은 오르지 않으니 그게 유일한 바람”이라며 같은 마음을 전했다. 두 사람은 고용주가 늘어난 세금 부담에 시달리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호황 사이클 끝났다”…부가세 22%로 인상
세수 확보를 위해 러시아는 지난해 소득세와 법인세를 인상한 데 이어, 올해 1월 1일부터 부가가치세(VAT)율을 기존 20%에서 22%로 올렸다. 그럼에도 GDP 감소세가 이어지며 정부의 재정 부담은 계속 커지고 있다.
루벤 에니콜로포프 바르셀로나경제대학원 연구교수는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 초기 크렘린은 정부 부채가 적고 보유고가 많았기 때문에 군비 지출을 통해 경제에 자금을 쏟아부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동안은 효과가 있지만 영원히 지속될 수는 없다. 정부 지출이 경제를 떠받쳐왔지만 이제 호황 사이클은 끝났다. 보유고는 줄었고 어딘가에서 돈을 마련해야 하니 세금이 오른 것”이라고 진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