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루즈선 한타바이러스, '사람 간 전파' 의심…WHO "확산 위험 낮아"

해외

이데일리,

2026년 5월 05일, 오후 08:01

[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남극 탐험 크루즈 여행 도중 한타바이러스 집단 발병이 발생한 가운데, 세계보건기구(WHO)가 사람 간 전파 가능성을 처음으로 공식 언급했다.

로열캐리비안 크루즈 '프리덤 오브 더 시즈'호가 지난 3월 12일(현지시간) 미국 마이애미 포트마이애미에서 출항하는 모습. 이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은 없음. (사진=AFP)
마리아 반 케르크호베 WHO 전염병 대응 국장은 5일(현지시간) 기자들에게 “매우 밀접한 접촉자들 사이에서 사람 간 전파가 있었을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최초 감염자가 크루즈선에 탑승하기 전 이미 한타바이러스에 감염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문제의 선박에서 쥐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말했다.

현재 서아프리카 섬나라 카보베르데 앞바다에 정박 중인 네덜란드 선적 크루즈선 ‘MV 혼디우스(Hondius)’에서는 한타바이러스 확진 2건, 의심 사례 5건 등 총 7건이 보고됐다. 이 가운데 3명이 사망하고 1명은 위중한 상태이며 나머지 3명은 경증이다.

사망자는 네덜란드인 부부와 독일인 1명이다. 남편은 지난 4월 11일 선내에서 사망했고, 아내는 세인트헬레나에서 남편의 시신과 함께 하선한 뒤 요하네스버그로 향하는 비행편에서 증세가 악화돼 4월 26일 응급실 도착 직후 숨졌다. 위중 상태인 영국인 승객 1명은 현재 요하네스버그의 병원에서 집중치료를 받고 있다. WHO는 해당 비행편 탑승객들과의 접촉 추적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이 선박은 지난 3월 아르헨티나 최남단 도시 우수아이아를 출발해 남극 반도, 사우스조지아, 트리스탄다쿠냐 등을 거치는 남극 자연 탐험을 콘셉트로 한 고가의 크루즈 여행으로, 선실 요금은 1만4000~2만2000유로(약 2400만~38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23개국 출신 승객 및 승무원 147명이 선박에 발이 묶인 상태다. 카보베르데 당국은 선박의 입항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한타바이러스는 주로 감염된 설치류의 배설물이나 타액과의 접촉을 통해 전파된다. 사람 간 전파는 드문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WHO는 이번 발병과 관련이 의심되는 안데스 바이러스(아르헨티나·칠레에서 발견되는 한타바이러스 종)의 경우 밀접·장기 접촉이 이뤄지는 지역사회 환경에서 제한적인 사람 간 전파가 보고된 바 있다고 밝혔다. 최초 감염자인 네덜란드인 부부는 승선 전 아르헨티나를 포함한 남미를 여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증상은 발열, 위장 증상에서 시작해 폐렴, 급성호흡곤란증후군, 쇼크로 빠르게 진행되는 것이 특징이다.

WHO와 선박 운영사 오션와이드 익스페디션(Oceanwide Expeditions)은 현재 위중 환자 2명에 대한 의료 대피를 최우선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후 선박을 스페인령 카나리아 제도의 라스팔마스 또는 테네리페로 이동시켜 WHO 및 네덜란드 보건 당국의 감독 하에 의료 검진과 하선 절차를 진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다만 스페인 보건부 대변인은 로이터에 “아직 입항 요청을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WHO는 “일반 시민에 대한 위험은 낮다”는 평가를 유지하면서도 상황을 계속 모니터링하겠다고 밝혔다. 선내 승객들에게는 가능한 한 객실에 머물도록 지시가 내려진 상태다. WHO는 잠복기가 수 주에 달할 수 있어 아직 증상이 나타나지 않은 감염자가 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향후 관건은 의료 대피와 하선 절차가 얼마나 신속하게 이뤄지느냐다. 사람 간 전파 여부에 대한 역학 조사 결과와 카나리아 제도 입항 가능 여부가 이번 사태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스위스 제네바에 위치한 세계보건기구(WHO) 본부 모습. (사진=로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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