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월가를 중심으로 사모신용(Private Credit) 시장 붕괴 가능성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지만, 밀컨 콘퍼런스에 참석한 글로벌 사모신용 시장 주요 인사들은 위기론이 과도하다고 반박했다. 이들은 특히 인공지능(AI) 확산으로 데이터센터와 전력망, 디지털 인프라 투자 수요가 급증하면서 장기 자금을 공급할 수 있는 보험·연금 기반 사모자금의 역할이 더욱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왼쪽부터) 마이클 밀컨 밀컨 연구소 회장, 질 들레르 블랙스톤(Blackstone) 글로벌 신용 및 보험 부문 책임자, 빅터 코슬라 스트래티직 밸류 파트너스 설립자 및 최고투자책임자(CIO), 퍼니마 푸리 HPS 인베스트먼트 파트너스 창립 파트너 및 유동성 신용 부문 책임자, 리 크루터 골든트리 자산운용 파트너 및 퍼포밍 크레딧 부문 책임자, 토니 미넬라 엘드리지 캐피털 매니지먼트 CEO가 사모신용 시장 현안에 대한 논의를 하고 있다. (사진=김상윤 특파원)
최근 미국 금융권에서는 사모신용 시장에 대한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고금리 장기화로 기업들의 차환 부담이 커졌고, 일부 대출 계약은 투자자 보호 조항(covenant)이 지나치게 느슨해졌다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전통 은행권은 사모신용 시장이 사실상 ‘그림자 금융(shadow banking)’ 역할을 하고 있다며 경계 수위를 높이고 있다.
‘월가 황제’로 불리는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사모대출 시장 리스크를 두고 “바퀴벌레가 한 마리 나타났다면 실제로는 더 많을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하지만 사모신용 주요 인사들은 현재 시장 불안이 자산군 전체의 붕괴라기보다 기업별 차별화 문제에 가깝다고 진단했다.
퍼니마 푸리 HPS인베스트먼트파트너스 창립 파트너는 “현재 시장에서 가장 큰 오해 중 하나는 사모신용 시장 전체가 곧 위기로 이어질 것이라는 시각”이라며 “실제 디폴트는 아직 제한적이고, 대형 기업 중심 포트폴리오는 상당히 안정적”이라고 말했다.
특히 대형 기업과 중소형 기업 간 건전성 차이가 크다고 강조했다. EBITDA(상각 전 영업이익) 1억달러 이상 기업들의 부도율은 1~2% 수준인 반면, EBITDA 2500만달러 미만 기업은 현재 부도율이 15%에 육박한다는 설명이다.
푸리 파트너는 결국 중요한 것은 사모신용이라는 자산군 자체보다 어떤 기업에 자금을 공급했느냐에 달려 있다며 현재처럼 산업과 기업별 차별화가 큰 시장에서는 분산 전략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AI·디지털 인프라에 장기자금 필요”…보험자금 급부상
시장 참가자들은 최근 사모신용 시장 확대 배경으로 AI 시대의 막대한 인프라 투자 수요를 꼽았다. 데이터센터와 전력망, 디지털 인프라 구축에는 장기 자금이 필요한데, 규제 부담이 큰 은행보다 보험·연금 기반 자금이 유리하다는 설명이다.
질 들레르 블랙스톤 글로벌 신용·보험 부문 책임자는 “보험사들은 항상 상업용 모기지나 사모채권 투자에 익숙했다”며 “디지털 인프라의 출현과 그곳에 필요한 엄청난 자본지출(CapEx)을 고려하면 사모시장 자본은 이런 장기 프로젝트를 파이낸싱하는 데 매우 적합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보험사와 연기금, 국부펀드까지 유동성 자산보다 100~200bp 높은 초과 스프레드를 확보할 수 있는 사모시장으로 이동하고 있다”며 “사모신용 전략은 이제 경쟁을 위한 기본 조건(table stakes)이 됐다”고 강조했다.
실제 글로벌 자금 흐름도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블랙스톤의 보험 운용 자산 규모는 10년 전 100억달러 미만에서 현재 2850억달러 수준으로 급증했다. 아폴로글로벌매니지먼트 등도 보험·연금 자금을 기반으로 공격적으로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골든트리자산운용의 리 크루터 파트너 역시 최근 시장 공포가 과장됐다고 평가했다. 그는 “공포가 있을 때 더 많은 변별력(dispersion)이 생기고 더 많은 기회가 온다”며 “특히 재금융이나 특수상황 렌딩(Special Situation Lending)에서 좋은 기회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자산유동화와 구조화신용 시장에서 “금융위기 수준의 스트레스를 가정해도 첫 손실까지 상당한 완충 장치가 존재한다”며 최근 몇 달간 관련 투자 기회를 확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LME 거래 75~80% 결국 실패”…시장 내부 경고도
다만 시장 내부에서는 경고음도 함께 나왔다. 빅터 코슬라 스트래티직밸류파트너스 설립자는 최근 사모펀드업계에서 급증하고 있는 ‘LME(부채관리 연습·Liability Management Exercise)’를 가장 큰 잠재 리스크로 꼽았다.
이는 부실 가능성이 있는 기업의 채무 조건을 바꾸거나 만기를 연장해 위기를 뒤로 미루는 거래를 뜻한다. 시장에서는 사실상 부실을 인정하지 않은 채 시간을 버는 방식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코슬라는 “오늘날 대부분의 사모펀드들은 문제가 생기면 부채를 일부 탕감하고 시간을 벌려고 한다”며 “LME의 75~80%는 결국 3년 뒤 실패한다”고 경고했다.
그는 또 “현재 하이일드 채권 부도율은 연 6% 수준”이라며 “소프트웨어 충격과 유가 리스크까지 더해질 경우 이런 압박은 앞으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