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앳킨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이 지난해 12월 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시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개정안은 반기 보고를 선택하는 기업이 연간보고서 제출 시 해당 박스에 체크하는 방식으로 전환 절차를 간소화했다. 이에 따라 다수 기업의 실질적인 전환 시점은 이르면 2027년 초가 될 전망이다. 반기 보고서 제출 기한은 공시 등급에 따라 상반기 종료 후 40일 또는 45일 이내로 정해진다. SEC는 이번 개정안에 대해 60일간 공개 의견을 수렴한다.
미국의 분기 실적 공시 체계는 1970년 시작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1기 행정부 시절부터 이를 반기 공시로 전환할 것을 주장했으나 당시 SEC는 결국 현행 유지를 결정했다. 지난해 9월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중국은 50년, 100년 관점으로 기업을 경영하는데 우리는 분기 단위로 운영하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제도 폐지를 재차 촉구했다.
◇“기업 부담 완화” vs “정보 비대칭 심화”
이번 제안을 둘러싸고 시장 반응은 양분된다. 찬성 측에는 JP모건체이스, 나스닥 등 주요 기업과 거래소가 포진해 있다. 이들은 분기 보고가 경영진을 단기 실적 관리에 몰아넣어 장기적 성장 전략을 저해하고, 상장 유지 비용을 높여 미국 증시의 상장 기업 수를 감소시키는 주요 원인이라고 주장한다. 미국증권협회(ASA)도 “현실적이고 균형 잡힌 접근”이라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반면 기관투자자들과 시장 전문가들은 정보 불균형 심화를 우려한다. 피델리티, 시타델 등 대형 자산운용사들은 분기 공시 유지를 지지하고 있다. 시타델의 스테판 버거 임원은 “시의적절하고 비교 가능한 정보는 투자자 의사결정과 효율적인 자본 배분에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CFA협회에 따르면 2019년 조사에서 응답자의 59%가 반기 공시 전환에 반대했다.
SEC 자체 개정안도 잠재적 부작용을 인정했다. 기업 간 보고 주기가 달라질 경우 대체 데이터에 접근이 어려운 일반 투자자는 정보 열위에 놓일 수 있고, 이는 시장 신뢰와 유동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것이다. 자본 조달 비용 상승과 경영진에 대한 감시 기능 약화도 우려 사항으로 꼽혔다. 반기 보고를 선택한 기업에서 내부자 거래 위험이 높아질 수 있는지 여부도 이번 의견 수렴의 주요 질의 사항 중 하나다.
지난 4월 30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에서 트레이더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AFP)
실질적 시장 영향도 주목된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구성 종목의 분기 보고를 요건으로 규정하고 있어, 개정안이 확정될 경우 일부 지수 산출 방식 변경이 불가피하다. 반면 나스닥100은 분기 보고를 구성 요건으로 명시하지 않고 있어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투자자문사 글렌미드의 마이크 레이놀즈 부사장은 “이번 변화가 소규모 기업의 기업공개(IPO) 활성화로 이어질 수 있는지 흥미로운 사례 연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제안의 향방은 60일간의 의견 수렴을 거쳐 SEC가 최종 규칙을 확정하는 과정에서 결정된다. 앳킨스 체제의 SEC가 트럼프 1기 때와 달리 이번에는 규정 개정까지 밀어붙일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한 가운데, 기관투자자들의 반발과 시장 투명성 논란이 어떤 형태로 최종안에 반영될지가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미국 뉴욕 월스트리트 표지판. (사진=AF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