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소득층부터 때린 고유가…美 'K자형 양극화' 심화

해외

이데일리,

2026년 5월 07일, 오전 10:13

[이데일리 김겨레 기자] 이란 전쟁으로 기름값이 급등하자 저소득층부터 타격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고소득층은 휘발유 소비를 크게 줄이지 않은 반면 저소득층은 고공행진하는 기름값을 감당하지 못해 카풀을 하거나 대중교통 이용에 나섰다.

미국 뉴욕 브루클린의 주유소.(사진=AFP)
뉴욕타임스(NYT)는 뉴욕연방준비은행 데이터를 인용해 지난 3월 연소득 4만달러(약 5800만원) 미만 저소득층의 휘발유 소비량이 7% 줄어들었으나 연소득 12만5000달러(약 1억8000만원) 이상의 고소득층은 휘발유 소비는 1% 감소했다고 보도했다. 미국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이 갤런당 4.5달러로 전쟁 이전보다 50% 이상 급등한 여파다.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서 우버 운전기사로 일하는 다니엘 솔러스는 휘발유 가격이 갤런당 4달러를 넘어서면서 생활비가 빠듯해졌다고 밝혔다. 솔러스는 “갤런 당 3달러도 안 되는 가격에 기름을 넣었었는데 일주일 정도 만에 가격이 급등한 것 같다”며 “하루에 100달러에서 160달러밖에 벌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는 승객이 적은 평일에는 실질 수입이 줄어들었다.

뉴욕 연은은 “기름값 상승 여파가 감당할 여력이 없는 저소득층에 가장 크게 전가되고 있다”며 “고소득 가구가 경제 성장을 주도하고 저소득층은 어려움을 겪는 K자형 경제가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고유가로 인한 K자형 양극화는 2022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해 국제유가가 급등했을 당시와 유사한 현상이다. 하지만 당시 미국 경제가 글로벌 원자재 가격 충격을 극복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 탄탄한 노동 시장이 있었다. 최근 실업률은 여전히 낮은 수준이지만 중간 및 저소득층의 임금상승률은 정체되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에 따르면 지난달 고소득 가구의 연간 임금상승률이 5.6%였으나 저소득 및 중간 소득 가구의 임금상승률은 1~2%에 그쳐 2015년 이후 가장 큰 격차를 기록했다.

미국인들이 주유소에서 느꼈던 고통도 2022년과는 결이 다르다는 지적이다. 그벵가 아질로레 미 예산정책우선순위센터 수석 경제학자는 “우크라이나 침공은 조 바이든 행정부 탓이 아니었지만,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이란 공격은 자책골에 가깝다”고 비판했다.

이란 전쟁발 국제유가 상승의 여파는 올 하반기 본격화할 전망이다. 금융회사 네이션와이드는 올 여름 물가상승률이 4.5%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연방준비제도(연준)의 목표치인 2%의 두 배가 넘는 수치다. 국내총생산(GDP) 역시 물가상승률을 반영해 조정되기 때문에 국제유가 상승은 향후 몇 달 동안 미국 경제성장률에도 부담을 줄 전망이다.

댈러스 연방준비은행에 따르면 호르무즈 해협이 9월까지도 개방되지 않을 경우 미국 내 휘발유값은 갤런 당 5달러를 넘어서 경기 침체와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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