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유은행 보호 나선 中…美 제재 정유사 신규 대출 중단 권고

해외

이데일리,

2026년 5월 07일, 오후 01:04

[이데일리 임유경 기자] 중국 금융당국이 이란산 원유와 이란산 원유 거래와 연관된 민간 정유업체 5곳에 대해 신규 대출을 일시 중단하라고 중국 대형 국유 은행들에게 권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미국 제재를 무시하라고 기업들에게 지시한 중국 상무부의 발표와 대조되는 것으로, 미국 제재에 강경한 입장을 표명하는 동시에 자국 은행들을 미국의 2차 제재로부터 보호하려는 조치로 해석된다.

시진핑(왼쪽) 중국 국가주석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AFP)
6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사안에 정통한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 국가금융감독관리총국(NFRA)이 중국 최대 민영 정유업체 중 하나인 헝리석유화학(다롄)정유 등을 포함한 기업들에 대한 익스포저(위험 노출액)와 거래 관계를 점검하라고 은행들에게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추가 지침이 나올 때까지 이들 기업에 대한 신규 위안화 대출은 자제하되, 기존 대출을 회수하지는 말라는 방침도 함께 전달됐다. 이번 지시는 중국이 노동절 연휴(5월 1~5일)에 들어가기 직전에 내려진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의 지시는 앞서 미국 제재를 무시하라는 상무부의 지시와 대조된다. 상무부는 지난 2일 성명을 통해 미국 제재의 인정·집행·준수를 금지한다고 발표하면서, 2021년 도입한 ‘차단 조치’를 처음으로 발동했다. 이는 중국 정부가 부당하다고 판단한 외국 법률로부터 자국 기업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다.

두 부처가 상반된 지시를 내린 것을 두고 중국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에 강경한 태도를 보이면서도 동시에 자국 국유 은행들을 미국의 2차 제재로부터 보호해야 하는 딜레마를 보여준다고 블룸버그는 평가했다. 미·중 긴장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5월 14~15일 베이징 정상회담을 앞두고 고조되고 있다.

미국은 이란의 핵심 자금줄인 원유 수출 차단을 위해 압박 수위를 높이면서 중국 정유업계 핵심 업체들을 정조준했다.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지난달 말 헝리 등 5개 기업을 ‘특별지정국민 및 차단대상’(SDN)에 등재하고 자산 동결·거래금지 등 조처에 나섰다.

미국은 또 이란산 원유를 구매하는 중국 민영 정유업체들을 지원하는 은행들도 2차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중국 은행 두 곳에 서한을 보내 이란 관련 거래를 지원할 경우 2차 제재 위험이 있다는 점을 경고했다고 밝혔다. 다만 해당 은행들의 이름은 공개하지 않았다.

중국 은행들은 헝리에 대한 익스포저를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블룸버그가 집계한 대출 자료에 따르면 중국공상은행(ICBC), 중국농업은행, 중국건설은행, 중국은행 등 중국 4대 은행은 최소 2018년까지 헝리에 대출을 제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은 그동안 미국의 일방적 제재를 공개적으로 비판해왔지만, 자국 경제에 미칠 충격을 피하기 위해 대형 기업들이 사실상 제재를 준수하도록 묵인해온 전례도 있다. 중국 대형 국유은행들은 미국 달러 결제망 접근이 차단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이란·북한·홍콩 고위 관리들에 대한 미국 제재를 준수해온 이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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