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정책 또 흔들…美법원 “10% 글로벌관세 위법”(종합)

해외

이데일리,

2026년 5월 08일, 오전 08:05

[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 세계 수입품에 부과한 10% 글로벌관세가 미국 연방법원에서 위법 판결을 받았다. 앞서 연방대법원이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 관세 조치를 무효화한 데 이어 또다시 사법부가 제동을 걸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전면적 관세 전략이 흔들리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대통령의 통상 권한 범위를 둘러싼 논란이 재점화되면서 향후 미국의 통상 정책 전반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AFP)
미국 뉴욕 맨해튼 소재 국제무역법원(Court of International Trade)은 7일(현지시간)2대 1 의견으로 “대통령의 광범위한 관세 부과 시도가 법률상 허용 기준을 만족하지 못했다”며 “대통령 선언은 무효이며 원고들에게 부과된 관세 역시 법적 권한이 없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월 강행한 글로벌관세 조치를 정면으로 겨냥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사실상 대부분의 수입품에 대해 10% 관세를 부과하면서 1974년 무역법(Trade Act of 1974) 122조를 법적 근거로 제시했다. 해당 조항은 미국의 대규모 국제수지 적자나 국제 결제 시스템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 대통령이 최대 150일 동안 15% 이하 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한 규정이다.

무역법 122조 자체는 사실상 브레턴우즈 체제 당시의 국제 통화 질서를 전제로 만들어진 ‘녹슨 법’이라는 점이다. 해당 조항은 미국 달러가 금과 연동됐던 시절 국제수지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마련된 규정이다. 현재처럼 변동환율 체제가 정착된 상황에서 이를 근거로 전 세계 수입품에 광범위한 관세를 부과하는 것은 입법 취지를 벗어난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실제 무역법 122조는 수십년 동안 단 한 차례도 본격적으로 사용된 적이 없었다. 트럼프 행정부는 연방대법원이 기존 관세 조치를 무효화하자 새로운 우회 수단으로 사실상 사문화됐던 조항을 다시 꺼내든 셈이다.

이번 소송은 민주당 주지사 주도의 24개 주 정부와 중소기업들이 공동으로 제기했다. 원고 측은 트럼프 대통령이 의회의 명시적 승인 없이 사실상 전 세계 교역 체계에 영향을 미치는 광범위한 관세를 강행했다며 대통령 권한 남용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중소기업들은 글로벌관세 부과 이후 원자재와 부품 가격이 급등하면서 경영 부담이 크게 커졌다고 호소해왔다.

재판부는 우선 이번 소송에 참여한 두 개 기업(향신료 업체 벌랩앤배럴, 장난감 업체 베이식펀)과 워싱턴주에 대해서만 즉시 관세 집행을 중단하도록 했다. 다만 이번 판결 자체가 향후 트럼프 행정부의 전반적인 관세 정책에 상당한 제약을 가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판결은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해온 ‘대통령 관세 전략’에 대한 또 하나의 중대한 사법적 경고라는 평가도 나온다.

앞서 연방대법원은 지난 2월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근거로 트럼프 행정부가 부과했던 기존 관세 조치를 위법이라고 판단했다. 당시 대법원은 국가비상사태를 이유로 광범위한 관세를 부과한 것은 대통령 권한 범위를 넘어선다고 봤다.

당시 판결로 미국 정부는 기존 관세 정책 상당 부분을 철회해야 했고, 이후 수입업체들은 대규모 환급 소송에 돌입했다. 현재 미국 정부가 환급 절차를 진행 중인 금액만 약 1660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후 기존 관세 정책을 유지하기 위해 거의 사용되지 않았던 무역법 122조를 근거로 다시 10% 글로벌관세를 부과했다. 백악관은 당시 해당 조치가 새로운 무역체계를 설계하고 장기 관세 정책을 준비하기 위한 ‘임시 조치’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정책을 통해 중국을 비롯한 주요 교역국을 압박하고 미국 제조업을 부활시키겠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해왔다. 특히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핵심 경제 슬로건으로 내세우며 동맹국과 경쟁국을 가리지 않고 공격적인 관세 정책을 펼쳐왔다.

하지만 사법부가 연이어 제동을 걸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전략 자체가 법적 기반을 상당 부분 상실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법조계에서는 대통령의 긴급 권한을 활용한 광범위한 관세 부과가 앞으로 더욱 엄격한 사법 심사를 받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시장에서는 추가 환급 소송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이미 기존 관세와 관련해 수입업체들의 대규모 환급 절차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이번 10% 글로벌관세까지 위법 판단이 나오면서 추가 집단소송과 환급 요구가 잇따를 가능성이 제기된다.

백악관은 아직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지만 미 법무부는 연방순회항소법원(Court of Appeals for the Federal Circuit)에 즉각 항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해당 법원 역시 이전 관세 소송에서 트럼프 행정부에 불리한 판단을 내린 바 있어 결과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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