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회도 모르게"…트럼프 정부, 미사일 동난 중동 국가들에 무기 판매

해외

이데일리,

2026년 5월 08일, 오전 11:47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미국이 이란과의 전쟁으로 방공 요격미사일 재고가 빠르게 바닥을 드러내고 있는 가운데서도 걸프 동맹국들에 171억달러(약 25조원) 규모의 패트리엇 요격미사일을 추가 판매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의회에는 통보만 한 채 공개 발표 없이 관련 절차를 진행해서다. 미군 자체 비축량 부족이 심화하면서 아시아·유럽 사령부 작전 태세에까지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사진=AFP)
7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미 국무부와 의회 관계자들을 인용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 1일 쿠웨이트와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 3개국에 총 171억달러 상당의 패트리엇 요격미사일과 관련 서비스 판매를 승인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거래는 같은 날 비상조항을 적용해 의회 승인을 우회하고 공개 발표된 86억 4000만달러(약 12조 6500억원) 규모의 무기 수출과는 별개다. 두 거래를 합치면 미 국무부가 지난 1일 하루에 승인한 중동 무기 수출은 약 257억달러(약 37조 6400억원)에 달한다.

문제는 171억달러 거래가 공개 절차 없이 진행됐다는 점이다. 국무부는 같은 날 86억 4000만달러어치 무기 수출은 보도자료를 통해 공개 발표하면서도, 171억달러 거래는 의회에 공식 통보만 하고 공개 발표 대상에서 빼놓았다.

NYT 질의에 국무부는 “이들 국가는 자국 영토와 국민, 해외 미국인, 미군 기지 방어를 위해 미국제 방어 시스템을 성공적으로 운용해 왔다”며 “이번 비상 조치는 동맹국에 우리가 함께한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라고 답했다. 이번 171억달러 거래는 바레인(2019년), 쿠웨이트·UAE(2024년) 등 과거 의회가 승인한 패키지를 확장한 것이어서 별도 발표 의무가 없다는 입장이다.

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국가별 판매 규모는 쿠웨이트 93억달러(약 13조 6200억원), UAE 62억 5000만달러(약 9조 1500억원), 바레인 16억 2500만달러(약 2조 3800억원)다. NYT가 입수한 의회 통보 서한에는 3국 모두 2종의 패트리엇 요격미사일을 주문한 것으로 명시됐다. 패트리엇 1발 가격이 약 400만달러임을 감안하면 약 4250발에 달하는 규모다.

여기에 같은 날 발표된 카타르의 40억달러어치(약 1000발) 요격미사일 주문까지 더하면 한 번에 5000발 이상이 추가 계약된 셈이다. NYT는 “이 정도 물량을 생산하려면 수년이 걸릴 것”이라고 짚었다. 패트리엇은 레이시온이 시스템을, 레이시온과 록히드마틴이 미사일을 공동 생산한다.

미 국방부 일부 관계자들이 우려하는 지점은 미국 자체 재고다. 국방부 내부 추정에 따르면 미군은 지난 2월 28일 이란과의 전쟁 개시 이후 패트리엇 요격미사일을 1300발 이상 소진했다. 같은 기간 걸프 동맹국들도 이란의 미사일·드론 방어에 약 600발을 발사했다.

미국 방산기업들의 연간 생산능력이 600여발에 불과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미국과 동맹국이 이번 전쟁에서 약 3년치 분량을 한꺼번에 태운 셈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연간 생산량을 2000발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지만 실제 증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미군 비축량 부족은 이미 다른 작전 지역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국방부는 미군이 아시아·유럽 사령부 비축분을 중동으로 전용하면서 다른 분쟁에 대한 작전 태세가 훼손되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워싱턴에서는 가장 빠르게 군사력을 키우는 중국이 최대 안보 위협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지만, 정작 이란 전쟁이 인도·태평양 대비 태세를 갉아먹고 있다는 지적이다.

패트리엇은 우크라이나도 러시아 침공 내내 지원을 요청해온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무기 체계 중 하나여서 미국의 할당 고민은 더욱 커지고 있다. 레이시온과 록히드마틴이 생산한 요격미사일을 외국 고객에 공급할 때마다 미국 자체 물량은 그만큼 줄어든다.

의회 우회 절차에도 비판이 제기된다. 트럼프 행정부는 비상조항을 동원해 의회 승인을 건너뛴 중동 무기 수출을 이번까지 3차례 단행했다. 지난 1월 이스라엘에 아파치 공격헬기와 지상전투차량 등을 의회 승인 없이 판매했을 때는 비상조항을 적용하지 않았다.

그레고리 믹스 하원 외교위 민주당 간사(뉴욕)는 NYT에 “이 행정부에서 의회를 반복적으로 무시하는 것이 결함이 아니라 기본 행태가 됐다”며 “전쟁에 앞서 충분한 사전 준비 없이 시작해놓고 이제 와 의회를 건너뛰며 걸프 동맹국 재무장에 급급한 모습은 행정부 스스로의 준비 부족을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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