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우크라 전쟁 끝나가고 있다"…이란 우라늄 러시아 보관 제안도

해외

이데일리,

2026년 5월 10일, 오전 10:06

[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9일(이하 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전쟁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재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측이 3일간 휴전에 합의한 직후 나온 발언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해외 대표단과 회동한 뒤 취재진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AFP)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전승절(2차 세계대전 대독 전승 기념일) 열병식 직후 크렘린궁 기자회견에서 “이 문제가 마무리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직접 대화 용의는 있으나 장소는 모스크바여야 한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모스크바 이외의 장소에서 만나려면 항구적 평화협정 체결 이후에야 가능하다는 입장도 밝혔다.

유럽의 새로운 안보 체제 협상 파트너로는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를 선호한다고 지목했다. 슈뢰더 전 총리는 재임 시절부터 푸틴 대통령과 친분을 유지해온 친러 성향 인물로,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에도 러시아 에너지 기업과 관계를 이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중재 3일 휴전…양측 포로 1000명씩 교환

트럼프 대통령은 9~11일 3일간 휴전을 공식 발표했다. AP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 모두 흔쾌히 동의했다”며 “이것이 길고 치열한 전쟁의 끝의 시작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양측은 각각 포로 1000명씩을 교환하기로 합의했다.

젤렌스키 대통령도 합의 사실을 확인하며 미국 측에 러시아가 합의 사항을 이행하도록 확실히 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텔레그램에 “붉은광장이 우리에게 우크라이나 전쟁포로의 목숨보다 중요하지 않다”고 썼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나아가 전승절 열병식 기간 붉은광장을 타격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대통령령을 공식 발령했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수도에 대한 실질적 타격 능력을 보유하고 있음을 과시하는 동시에 자국의 자제가 휴전 조건에 따른 것임을 강조하려는 의도로 풀이됐다. 크렘린궁은 “누구의 허락도 필요 없다”며 이 대통령령을 “어리석은 농담”이라고 일축했다.

이번 3일 휴전 합의에 앞서 러시아는 전승절 연휴를 앞두고 일방적으로 이틀 휴전을 선포했으나 우크라이나와 협의 없이 통보한 것이어서 비난을 받았다. 우크라이나도 별도로 일방적 휴전을 선언했지만 양측은 서로 상대방이 휴전을 위반했다고 주장하며 교전을 이어갔다.

9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키이우 ‘영원의 영광 공원(Eternal Glory Park)’에서 한 여성이 제2차 세계대전 승전기념일을 맞아 무명용사의 묘에 헌화하고 있다. (사진=AFP)
◇러군 사망자 35만명 추산…협상은 여전히 교착

로이터에 따르면 2022년 2월 러시아 침공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은 현재 4년이 넘도록 이어지며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 최대 규모의 전쟁이 됐다. 뉴욕타임스(NYT)는 러시아 독립언론 메두자와 미디어조나를 인용해 러시아군 사망자가 지난해 말 기준 35만2000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고 보도했다. 실명이 확인된 사망자는 약 21만8000명이며, 상속 기록과 법원 기록까지 분석한 결과 전체 사망자가 35만2000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됐다. NYT는 양측 전체 전사자가 약 50만명에 달할 것이라고 전했다.

푸틴 대통령은 전승절 연설에서 전쟁 목표가 “정당하다”고 강변하며 지지를 호소했으나 반응은 냉담했다. 모스크바 시민들 사이에서는 “진짜 평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 당국은 이날 열병식을 앞두고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격 차단을 명목으로 모스크바 전역의 모바일 인터넷을 차단해 주민들의 불만을 샀다.

미국이 중재해 온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도 여전히 답보 상태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협상 노력이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면서도 “미국은 상황 변화에 따라 언제든 중재에 나설 준비가 돼 있다”고 덧붙였다.

◇푸틴, 이란 농축 우라늄 러시아 보관 제안…중·러 에너지 협력도 언급

푸틴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이란 현안을 넘어 글로벌 외교 현안에도 적극적으로 개입 의지를 드러냈다.

푸틴 대통령은 미국과 이란 간 핵 협상의 최대 쟁점인 농축 우라늄 반출과 관련해 “러시아에 보관할 준비가 됐다”는 중재안을 제시했다. 독일 DPA통신에 따르면 푸틴은 “이란·미국·이스라엘 모두가 우라늄 반출에 합의했으나 미국이 이후 입장을 바꿔 우라늄을 미국으로 반출할 것을 요구하자 이란도 강경하게 태도를 바꿨다”고 주장했다. 러시아는 2015년 이란 핵 합의(JCPOA) 당시 이란의 농축 우라늄을 인수한 전례가 있다. 푸틴 대통령은 “그때의 경험을 반복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말 이란 핵 문제와 관련해 러시아로부터 지원 제안을 받았으나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에 집중하라는 취지로 거절한 바 있다.

푸틴 대통령은 또 중국과의 에너지 협력에 대해 “지금 자세히 말하지는 않겠지만 원유·가스 분야 협력에서 중요한 진전을 이루기 위한 높은 수준의 합의에 다다랐다”며 논의 진전 사실을 공개했다. 러시아와 중국 간 교역이 증가하고 있으며 첨단 산업을 포함한 교역 다각화도 이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3일 휴전이 종료되는 12일 이후 협상 방향에 관심이 모아진다. 트럼프 대통령은 휴전의 ‘대폭 연장’을 원한다고 밝혔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간 본격적인 평화 협상 재개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이란 핵 문제에서도 러시아가 중재자를 자처하고 나선 만큼, 향후 미·러 간 핵 협상 역할 분담을 둘러싼 줄다리기도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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