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에 잠수함 띄운 이란…추적장치 끄고 ‘몰래 통과’

해외

이데일리,

2026년 5월 12일, 오전 09:04

[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에 소형 잠수함을 배치하며 봉쇄 태세를 강화하는 가운데, 유조선들은 위성추적장치(트랜스폰더)를 끈 채 해협을 통과하는 방식으로 원유 수출을 이어가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의 선박 움직임을 표시한 대형 스크린. (사진=AFP)
◇“보이지 않는 수호자”…가디르급 16척 투입

블룸버그통신은 11일(현지시간)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의 ‘보이지 않는 수호자’로 소형 잠수함을 배치했다”고 보도했다. 이란 혁명수비대 계열 매체인 타스님 통신도 이같은 내용을 전했다.

이란이 보유한 가디르급 잠수함은 국제전략연구소(IISS) 기준으로 16척 이상이다. 배수량은 115톤으로, 킬로급(2000톤)이나 미국 로스앤젤레스급 핵추진 잠수함(6000톤 이상)과 비교하면 소형에 불과하다. 어뢰 2기 또는 중국제 C-704 대함 순항미사일 2기를 탑재할 수 있으며, 승무원은 10명 미만이다.

그러나 군사 전문가들은 전력 가치에 회의적이다. 블룸버그가 익명을 조건으로 인용한 관계자에 따르면, 가디르급은 현대 잠수함에 비해 소음이 크고 정비 문제가 잦으며 승무원의 실전 경험도 부족하다. 호르무즈 해협의 수심이 최대 100미터에 불과한 지형적 특성도 약점이다. 수심이 얕을수록 능동 소나(음파탐지기)에 쉽게 노출되기 때문이다.

가디르급은 북한 설계를 모방해 이란이 자체 개발한 잠수함으로, 2005년 처음 공식 생산이 발표됐다. 이란이 보유한 유일한 전량 수중함인 구소련제 킬로급 잠수함은 이미 정박 중 격침된 상태다.

외교정책연구소(Foreign Policy Research Institute) 및 영국 해군 전략연구센터의 에마 솔즈베리는 “일반적 억제력 외에 가장 현실적인 위협은 기뢰 부설”이라며 “이란 입장에서 과시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고속 공격정·드론과 함께 미 군함에 대한 대규모 벌떼 공격을 시도하는 방안이 있겠지만, 승무원 피해를 감수할 의지가 있는지가 관건”이라고 분석했다.

◇GPS 교란 확산…선박 120척이 아부다비 내륙에 ‘출현’

호르무즈 해협 일대에서는 선박 위치신호 교란도 심화되고 있다. 블룸버그는 11일 페르시아만 내 일부 선박의 GPS 위치 데이터가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수치를 나타내고 있다고 보도했다.

추적 데이터에 따르면 약 120척의 선박이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서 차로 한 시간 거리의 내륙 지점에 집결한 것으로 표시됐으며, 이들 선박은 위치 변동 없이 시속 약 50노트로 이동 중인 것처럼 나타났다. 오만-UAE 육상 국경 인근에서는 12척가량이 시속 100노트 이상의 속도를 내는 것으로 기록됐다.

일부 선박의 현재 위치가 내륙에 있는 것으로 표시되고 있다. (사진: 블룸버그)
스타보드 마리타임 인텔리전스의 마크 더글러스 애널리스트는 “UAE 등 걸프 국가들이 이란의 최근 미사일·드론 공격에 대응해 전자전 시스템을 가동했고, 선박 자동위치 발신 시스템(AIS) 신호가 그 여파를 고스란히 받았다”고 설명했다. UAE는 지난주 이란의 공격에 맞서 방공망을 가동했으며, 이는 약 한 달 만의 이란 공격이었다.

신호 교란이 심화되면 호르무즈 해협을 오가는 에너지 흐름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기 어려워진다. 일부 선박들은 이미 추적 장치 자체를 끄는 방식으로 적대 세력의 표적이 되는 것을 피하고 있다. 지난 10일에는 역내에서 화물선 한 척이 공격을 받기도 했다.

◇VLCC 3척, 추적장치 끄고 해협 통과

이런 상황에서도 원유 수출은 가까스로 이어가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11일 선박 데이터 분석업체 케이플러(Kpler)와 LSEG의 데이터를 인용해 초대형 원유 운반선(VLCC) 3척이 위성추적장치를 끈 채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했다고 보도했다.

지난 10일 해협을 통과한 아기오스 파누리오스 I호와 키아라 M호는 각각 이라크산 원유 200만 배럴을 적재하고 있었다. 아기오스 파누리오스 I호는 4월 17일 바스라 미디엄 원유를 선적한 뒤 이전에 두 차례 통과를 시도했으나 실패한 끝에 이번에 해협을 빠져나갔다. 이 선박은 오는 26일 베트남 응이손 정유·석유화학 시설에 하역할 예정이다. 산마리노 선적의 키아라 M호는 상하이 소재 법인이 관리하고 있으며, 하역 목적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앞서 VLCC 바스라 에너지호는 지난 1일 아부다비 국영석유공사(ADNOC)의 지르쿠 터미널에서 어퍼 자쿰 원유 200만 배럴을 선적하고 지난 6일 해협을 통과해 8일 후자이라 오일 탱커 터미널에서 하역을 마쳤다. ADNOC과 구매자들은 최근 걸프만에 발이 묶인 원유를 움직이기 위해 여러 유조선을 운항하고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이란이 봉쇄한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원유 및 액화천연가스(LNG) 물동량의 약 20%가 통과하던 요충지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이 시작된 2월 28일 이후 사실상 봉쇄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지난 8일(현지시간) 오만 무산담 인근 호르무즈 해협을 항해 중인 선박들. (사진=로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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