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리스 바이델(왼쪽)과 티노 흐루팔라 독일 극우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 공동대표가 5일(현지시간) 베를린에서 원내회의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AFP)
지지율을 끌어올린 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이다. AfD는 트럼프 대통령과 거리를 두고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색채를 의도적으로 옅게 가져가는 한편, 독일 경제난을 향한 유권자 분노를 자극하면서 외연을 넓혔다.
독일 정치교육아카데미 디렉터인 우르술라 뮌히는 “치솟는 연료 가격이 생활비 문제를 전면에 끌어올리면서 독일이 해외 위기에 얼마나 취약한지가 드러났고, 정부 경제·에너지 정책에 대한 불만이 커졌다”며 “그동안 AfD 지지가 금기시되던 중산층 계층에서도 (지지의) 벽이 무너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AfD 지도부는 동독 지역에 뿌리 깊게 남아 있는 반미(反美) 정서도 적극 파고들고 있다. AfD 공동대표인 티노 흐루팔라는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직후 “트럼프 대통령이 3차 세계대전을 시작했을 가능성에 완전히 실망했다”고 비판했고, 지난달에는 독일에 주둔 중인 약 3만 8000명의 미군 철수까지 요구했다. 친미 성향으로 분류되는 또 다른 공동대표 앨리스 바이델조차 “이란 전쟁은 개념도 없고 모험적이다. 제대로 된 계획 없이 작전에 들어갔다”고 꼬집었다.
올해 후반 예정된 동독 3개 주(州) 의회 선거에서 AfD가 약진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9월 초 선거가 치러지는 작센안할트주에서 AfD 득표율은 약 40%로 전망돼, 현 연정을 이끄는 CDU를 큰 격차로 따돌리고 있다. 인구 200만명의 옛 공산권 지역에서 AfD가 절대 과반을 차지할 가능성마저 거론된다.
위기에 몰린 메르츠 총리는 최근 한 중등학교 행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전략 없이 분쟁에 뛰어들었다”며 결국 휴전 협상에서 미국이 “이란에 굴욕을 당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면서 글로벌 원유·가스 공급망이 마비됐고, 그 충격이 유럽 최대 경제국의 정치 지형까지 흔드는 형국이다.
CDU 연정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0%에서 0.5%로 반토막 냈다. 여론조사기관 포르사의 페터 마투세크 대표에 따르면 메르츠 총리 지지율은 연정 붕괴로 조기 총선을 치렀던 사회민주당 출신 전임자 올라프 숄츠 임기 말보다도 낮다. 그는 “메르츠에 불만인 80% 이상의 유권자가 가장 분노하는 지점은 거창한 발표만 늘어놓고 결과물이 없다는 것”이라며 “‘개혁의 가을’을 말하더니 ‘겨울’이 되고 ‘봄’이 됐다”고 꼬집었다.
트리어대 정치학과 우베 윤 교수는 “심지어 경제 분야에서도 AfD가 ‘가장 유능한 정당’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경제는 전통적으로 CDU의 상징이었던 만큼 심각한 타격”이라고 말했다. 메르츠 총리가 추진해 온 1조유로(약 1725조원) 규모의 부채 기반 인프라·국방 투자 프로그램도 유권자 불안을 키우고 있다. 뮌히 디렉터는 “사람들은 일자리가 사라지는 동시에 막대한 돈이 쓰이는 데에 극도로 불만”이라며 “정부가 경제 분야에서 아이디어가 바닥났고 무력하다는 깊은 정서가 깔려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