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전투기가 지난해 5월 13일(현지시간) 리야드 킹칼리드 국제공항에 접근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을 호위 비행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걸프 왕정 반격…숨겨진 전선
이번 전쟁은 지난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습하면서 시작됐다. 이란은 이후 걸프협력회의(GCC) 6개 회원국 전체에 드론·미사일 공격을 가했고,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며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과 교역에 타격을 입혔다.
이 가운데 사우디아라비아가 이란 본토를 직접 타격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드러난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11일 아랍에미리트(UAE)도 이란을 상대로 군사 공격을 단행했다고 보도했다. 두 건의 보도를 합치면, 걸프 왕정 국가들이 연이어 반격에 나서는 이른바 ‘숨겨진 전선’이 형성돼 있었음이 확인된 셈이다.
다만 두 나라의 접근 방식은 달랐다. UAE는 강경 노선을 택해 이란에 실질적 대가를 치르게 하는 데 집중한 반면, 사우디아라비아는 리야드 주재 이란 대사를 통한 채널 등을 통해 이란과 정기적 접촉을 유지하며 확전 방지에 무게를 뒀다.
◇공격 후 외교…비공식 긴장 완화 합의
로이터에 따르면 사우디는 공격 사실을 이란 측에 직접 인지시킨 뒤, 추가 보복 위협과 집중적인 외교 접촉을 병행했다. 결국 양국은 비공식 긴장 완화에 합의했다. 이란 측 관리는 이 합의가 “적대 행위 중단, 상호 이익 보호, 긴장 고조 방지를 목적으로 했다”고 밝혔다.
사우디아라비아 국기와 이란 국기. (사진=로이터)
국제위기그룹(ICG)의 이란 프로젝트 디렉터 알리 바에즈는 이번 사태를 두고 “통제 불능의 확전이 감내할 수 없는 대가를 수반한다는 것을 양측이 실용적으로 인식한 결과”라며 “신뢰가 아니라 대립이 더 넓은 지역 충돌로 비화하기 전에 한계를 설정하려는 공동의 이해관계가 작동했다”고 분석했다.
◇“파멸의 용광로를 피했다”
사우디 정부는 이같은 공격 사실에 대해 공식 확인이나 부인을 모두 거부했다. 사우디 외교부 고위 관리는 “긴장 완화, 자제, 갈등 축소를 지속적으로 지지한다는 일관된 입장”이라고만 밝혔다. 전 사우디 정보부장 투르키 알파이살 왕자는 지난 주말 사우디 매체 아랍뉴스 기고를 통해 “이란이 왕국을 파멸의 용광로 속으로 끌어들이려 했을 때, 우리 지도부는 시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이웃이 주는 고통을 감내했다”고 전했다.
사우디의 공격은 수주간의 긴장 고조 끝에 이뤄졌다. 파이살 빈 파르한 사우디 외교장관은 지난 3월 19일 리야드 기자회견에서 “필요하다면 군사적 행동을 취할 권리를 보유한다”고 밝혔고, 사흘 뒤인 22일에는 이란 무관과 대사관 직원 4명을 기피 인물(페르소나 논 그라타)로 선언했다. 사실상의 외교관 추방 조치다.
한편, 사우디아라비아는 홍해가 선박 통항에 열린 상태를 유지해온 덕분에 전쟁 기간에도 원유 수출을 지속할 수 있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와 역내 공급망 교란으로 타격을 입은 다른 걸프 국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제적 피해를 덜 받은 셈이다.
이번 보도로 걸프 지역 교전의 숨겨졌던 윤곽이 드러났지만, 아직 풀리지 않은 변수들이 남아 있다. 4월 7일 미·이란 휴전 이후에도 이라크 내 친이란 세력들의 활동이 이어지고 있어, 사우디·이란 간 긴장 완화 합의가 얼마나 안정적으로 유지될지가 관건이다. 아울러 UAE의 강경 노선과 사우디의 외교 병행 전략 사이에서 걸프 국가들이 어떤 공동 입장을 형성할지도 향후 이 지역 정세를 가늠할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F-15SA 전투기들이 지난 2017년 1월 25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린 킹파이살 공군대학 창립 50주년 기념 졸업식 및 에어쇼 행사장에 배치돼 있다. (사진=로이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