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정상회담, 한국엔 '양날의 검'…"좋아도 문제, 안 좋아도 문제"

해외

이데일리,

2026년 5월 13일, 오후 03:22

[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4~15일(현지시간) 중국 베이징에서 정상회담을 연다. 우리나라 입장에선 이번 회담 결과가 ‘좋아도 문제, 안 좋아도 문제’라는 전망이 나온다. 미·중 관계가 지나치게 경색돼도, 반대로 지나치게 밀착돼도 한국의 협상 레버리지가 흔들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AFP)
◇이란 전쟁이 바꾼 회담의 성격

복수의 전직 미국 고위 관리들은 13일 이데일리 등 한국 언론을 대상으로 한 비공개 브리핑에서 “이번 정상회담의 긍정적 결과도, 부정적 결과도 한국을 포함한 역내 파트너에게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번 회담은 6개월 전과 성격이 달라졌다. 원래 ‘무역·기술·대만’ 중심이었던 의제가 이란 전쟁과 호르무즈 해협 봉쇄라는 돌발 변수 때문에 ‘에너지 위기 대응’이 핵심 의제로 등장했다. 한 전직 미국 고위 관리는 “이번 회담은 더는 6개월 전처럼 무역·기술·대만 중심이 아니다”며 “이란 갈등과 에너지 충격이 회담에 중대한 위기관리 요소를 추가했다”고 말했다.

현재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해상 운송 차질로 원유와 가스 가격이 급등하고 있으며, 인도·태평양 지역이 가장 큰 타격을 받고 있다. 또 다른 전직 미국 고위 관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핵 문제에서 중국의 협력을 구하려 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것이 이번 정상회담 결과와 관련해 가장 큰 불확실성 요인”이라고 진단했다. 이란 핵협상에서 미국과 이란의 간극이 매우 크고 협상이 진전되지 않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시진핑 주석에게 이란 압박을 요청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핵 문제에서 미국이 중국에 역할을 요청해온 과거 패턴과 유사한 구도다.

◇핵심광물 휴전이 진짜 의제

전문가들이 공통으로 꼽은 이번 회담의 실질적 핵심 의제는 핵심광물이다. 한 전직 미국 고위 관리는 “미국 측 관리들도 이번 회담에 대한 기대치가 크지 않다”며 “주요 논의는 무역전쟁 휴전, 특히 중국의 핵심광물 공급 지속에 집중할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이 핵심광물을 글로벌 경제 교란을 최소화하는 수준, 즉 ‘딱 그만큼만’ 공급하고 있다”며 “언제든 이를 끊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발신하고 있다”고 했다.

한국에도 직접적 영향이 있다. 미국에 있는 한 애널리스트는 “한국은 자원 부족 국가로 중국산 광물 의존도가 높고 가공도 대부분 중국에서 이뤄진다”며 “반도체를 비롯한 첨단 기술 산업 전반에 매우 중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이 공급망 다변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자국 내 대안 개발에 한계가 있어 시간을 버는 것 자체가 전략”이라고 덧붙였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한 전직 미국 고위 관리는 “미국의 전략은 이 문제를 장기화하면서 중국에 독립적인 공급망을 구축하는 것이다”며 “트럼프 행정부가 핵심광물 공급망 독립을 위한 새로운 정책과 투자를 추진하고 있지만 수년이 걸리는 작업이다”고 했다.

지난 2019년 6월 29일 일본 오사카에서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회담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AFP)
◇성공해도 한국엔 ‘독’이 될 수 있다

역설적이게도 이번 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더라도 한국에 불리한 시나리오가 있다.

한 전직 미국 고위 관리는 “한국을 포함한 역내 파트너들은 미·중 관계가 매우 좋아지면 오히려 불안해진다”며 “모든 나라가 자국 이익에 딱 맞는 수준의 미·중 관계를 원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가장 우려되는 시나리오는 두 가지다. 대만 문제에서 미국의 선언 정책이 미묘하게라도 변화하면 미국 신뢰도에 의문이 생기고, 이는 역내 동맹국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 또한 중국 기업의 미국 시장 투자 및 진출이 확대하면 한국 기업과 직접 충돌하게 된다. 특히 전기차(EV)·배터리 분야에서 비야디(BYD) 등 중국 기업이 미국 시장에 진입하면 한국 기업에 심각한 타격이 예상된다.

미국에 있는 애널리스트는 “반도체와 EV 분야는 중국 정부의 막대한 투자로 경쟁력이 높아져 미국 시장은 물론 글로벌 시장에서도 공급 과잉 상태”라며 “미·중 관계가 불안정할수록 이 취약성은 더 심화한다”고 경고했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이 13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이날 베선트 장관은 한국에서 이재명 대통령을 예방하고 한미 간 각종 현안과 국제 정세를 논의한 뒤 허리펑 중국 국무원 부총리와 만나 미·중 정상회담 의제를 사전 조율할 예정이다. (사진=공동취재단)
◇올해 미·중 정상, 최대 4번 만날 수도

한 전직 미국 고위 관리는 올해 트럼프·시진핑 정상회담이 최대 4번에 달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번 베이징 방문에 이어 시진핑의 미국 답방,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서의 트럼프 방중,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의 시진핑 방미 순이다. 다만 그는 “2번 또는 4번이 될 것”이라며 홀수는 없다고 예측했다. 이번 베이징 방문이 잘되면 시진핑의 미국 단독 방문이 이어지고, 이후 다자회의 참석 여부가 결정된다는 논리다.

그는 “1972년 이후 미·중 관계는 줄곧 정상급 외교로 관리됐다”며 “정상 간 접촉이 잦을수록 양국 관계 전체가 안정적으로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다만 “이번 전술적 데탕트(긴장 완화)는 장기 미·중 경쟁의 구조적 압박 아래 계속 시험받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한국과 일본을 방문했다. 한 전직 미국 고위 관리는 “베선트 장관의 이번 서울 방문은 의도한 전략적 결정이라기보다 일정상 맞아떨어진 측면이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번 정상회담의 사전 준비는 전통적 수준에 크게 못 미치고, 동맹국에 대한 사전 브리핑도 전통적 방식을 따르지 않았다”며 “수석 협상가가 정상회담 직전 가장 가까운 두 동맹국과 접촉했다는 점 자체는 긍정적이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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