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상원, 워시 연준 의장 인준…연준 독립성 시험대

해외

이데일리,

2026년 5월 14일, 오전 04:39

[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미국 상원이 13일(현지시간) 케빈 워시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지명안을 민주당의 반대를 이겨내고 통과시켰다. 인플레이션 압력이 다시 커지는 상황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노골적인 금리 인하 압박을 이겨내고 연준의 독립성을 지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케빈 워시 차기 연방준비제도 의장 지명자 (사진=AFP)
미 상원은 이날 본회의에서 워시 지명안을 찬성 54표, 반대 45표로 가결 처리했다. 이는 연준 의장 인준 역사상 가장 근소한 표차 가운데 하나다.

민주당에서는 존 페터먼(펜실베이니아) 상원의원만 유일하게 찬성표를 던졌고 대부분 민주당 의원들은 반대표를 행사했다. 민주당은 워시가 트럼프 대통령의 금리 인하 요구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과거 연준 의장 인준은 초당적 지지를 받는 경우가 많았다. 앨런 그린스펀 전 의장은 2000년 연임 당시 만장일치 지지를 받았고 재닛 옐런 전 의장도 2014년 56대 26으로 비교적 무난하게 인준됐다. 하지만 이번에는 연준의 독립성을 둘러싼 정치권 갈등이 표 대결로 직결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인준은 미국 내 인플레이션 우려가 다시 커지는 가운데 이뤄졌다. 이날 발표된 4월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전년 동기 대비 6% 상승해 시장 예상치를 웃돌았다.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PPI도 5.2% 상승하며 물가 압력이 에너지 외 다른 품목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는 신호를 보냈다.

특히 이란 전쟁에 따른 국제유가 급등이 미국 물가를 다시 자극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날 발표된 소비자물가지수(CPI)에서도 휘발유와 식료품, 임대료, 항공료 등이 일제히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에서는 유가 상승이 장기화할 경우 연준의 금리 인하 시점이 더 늦춰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워시는 오는 16일 임기가 끝나는 제롬 파월 의장의 뒤를 이어 연준 의장직에 오른다. 그는 2006~2011년 연준 이사를 지냈으며 최근까지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 정책 자문 역할을 맡아왔다. 2017년에도 연준 의장 후보군에 올랐지만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파월을 선택했다.

시장의 가장 큰 관심은 워시 체제에서 연준의 독립성이 유지될 수 있느냐다. 워시는 인준 청문회에서 “통화정책은 정치적 압력으로부터 엄격히 독립적으로 운영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까지도 공개적으로 기준금리 인하 필요성을 거듭 주장하며 파월 의장을 강하게 압박해왔다.

연준 내부 분위기도 녹록지 않다. 최근 일부 연준 인사들 사이에서는 “다음 금리 조정이 인하일 수도 있지만 인상 가능성도 열어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인플레이션 압력이 다시 확대되는 상황에서 섣부른 금리 인하는 오히려 물가를 더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 때문에 워시가 트럼프 대통령의 기대처럼 공격적인 금리 인하에 나설 경우 연준 내부 반발과 시장 혼란에 직면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특히 내년 중간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연준 정책이 정치 논란의 중심에 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워시는 또 6조7000억달러 규모의 연준 대차대조표를 장기적으로 축소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그는 청문회에서 양적완화(QE)보다 금리 정책이 보다 광범위한 경제 효과를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바이든 행정부 시절 연준이 인플레이션 대응에 실패했다고 비판하며 연준이 본연의 물가 안정 임무에서 벗어났다고 지적했다.

한편 파월 의장은 의장직 임기 종료 이후에도 2028년까지 보장된 연준 이사직은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그는 최근 자신과 연준을 겨냥한 정치권 압박과 수사 위협이 중앙은행의 자율성을 훼손할 수 있다고 우려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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