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지수 등이 나오고 있다. (사진=뉴스1)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가는 와중에도 코스피는 오히려 올 들어 87% 상승하며 블룸버그가 추적하는 전 세계 주요 증시 중 최고 수익률을 기록했다. 시가총액 기준 4조6000억 달러(약 6867조원) 규모로 성장한 한국 증시를 떠받친 것은 개인투자자와 국내 기관이다. 개인들은 올해에만 37조7000억원을 국내 주식에 순투자했다.
◇빚내서 주식…신용잔고 사상 최고
개인투자자들의 투자 열기는 각종 지표에서 확인된다. 한국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5월 초 신용거래 잔고가 36조3000억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말 대비 32% 증가한 수치다. 블룸버그는 이 수치조차 실상의 일부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주식 매수에 쓰이는 대출 중 상당수가 다른 범주로 분류되거나, 소규모 금융회사의 신용 공여는 공식 통계에 잡히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설명이다.
미성년자 계좌 개설도 급증했다. 토스증권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18세 미만 신규 계좌 개설 건수가 전년 동기 대비 약 10배 늘었다. 부모들이 자녀 명의로 주식을 사주는 현상이 번지고 있는 것이다.
서울에서 유튜브 주식 채널을 운영하는 장은정(37)씨는 “개인 투자자 커뮤니티의 분위기가 굉장히 뜨겁고, 거의 광란 수준”이라며 “이런 수직 상승장이 또 올 수 있을까”라고 말했다. 그의 채널 구독자는 증시 급등과 함께 130만명을 넘어섰다.
한국 증시 외국인 순자금 유출입 추이. (단위: 백만달러, 자료: 블룸버그)
전문가들은 이번 투자 열풍의 사회적 배경에도 주목하고 있다. 최재원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사회적 계층 이동이 전통적인 방식으로는 더 이상 불가능하다는 인식이 커지면서, 투기 자산만이 유일한 수단이라는 정서가 확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암호화폐로 하룻밤 새 부를 이룬 사람들을 목격한 투자자들이 이제 SK하이닉스 같은 주식으로 몰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 강서구에서 이비인후과를 운영하는 김태환 씨는 “FOMO(소외공포감)를 느끼는 사람들은 남들이 큰 돈을 버는 것을 보고 무분별하게 뛰어들고, 과도한 레버리지를 쓰는 경우가 많다”면서 “2018년 비트코인 광풍 때 고점에서 투자를 늘렸다가 손실을 봤던 경험이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은 왜 팔았나…슈퍼사이클 vs 붐버스트
외국인의 이탈은 메모리 반도체 업황을 둘러싼 엇갈린 시각에서 비롯된다는 분석이다. 블룸버그는 외국인들 사이에서 메모리 반도체가 진정한 ‘슈퍼사이클’에 진입했는지, 아니면 기존의 호황·불황 패턴으로 되돌아갈지를 두고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밸류에이션이 과도하게 높은 것은 아니다. 코스피는 현재 선행 주가수익비율(PER) 약 8.5배에 거래되고 있는 반면, 미 뉴욕증시를 대표하는 지수 중 하나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은 21배 수준이다.
유니온 방케르 프리베의 링 베이선 전무는 “외국인, 특히 헤지펀드 같은 단기 자금은 변덕스러울 수 있지만, 국내 투자자들은 보다 안정적인 버팀목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월가, 코스피 목표치 최대 1만선으로 높여
시장 내 낙관론도 여전하다. SK하이닉스(000660)가 메모리 반도체 가격 급등에 힘입어 분기 순이익이 5배 급증했고, 삼성전자(005930)도 기업가치 1조 달러를 돌파하며 아시아 시가총액 2위에 올라섰다. 한국 경제 자체도 다시 성장 궤도에 올라서면서 월가 은행들은 코스피 목표치를 8500, 9000, 심지어 강세 시나리오에서는 1만까지 높여 잡고 있다.
코스피는 지난 13일 전 거래일 대비 2.63% 오른 7844.01에 장을 마쳤다. 이날도 오후 2시 55분 기준 0.7%대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
올해 초 한국 주식 포지션을 정리하고 나스닥 선물에 집중하고 있는 데이트레이더 카일 리는 “자연스럽게 FOMO를 느끼지만, 지금처럼 한국 주식이 계속 고점을 찍는 상황에서 다시 살 계획은 없다”며 “조정이 온다면 빠르고 날카로울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