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0.75% 오른 5만63.46에 거래를 마쳤다. 다우지수는 장중 5만선을 회복했고, 지난 2월 기록한 사상 최고 종가에 불과 0.3% 못 미치는 수준까지 올라섰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0.77% 오른 7501.24로 마감했다. S&P500지수가 7500선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기술주 위주의 나스닥 종합지수 역시 0.88% 상승한 2만6635.22를 기록하며 사상 최고치를 다시 썼다.
뉴욕증권거래소 트레이딩플로에서 트레이더가 거래 동향을 파악하고 있다. (사진=AFP)
여전히 뉴욕증시의 핵심 동력은 AI다. 엔비디아를 중심으로 한 AI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관련 기업들에 막대한 자금이 몰리면서 기술주 중심 강세장이 이어지고 있다. 이날도 네트워크 장비업체 시스코 시스템즈가 AI 투자 기대감을 키우며 시장 상승을 견인했다.
시스코는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실적과 매출 전망을 내놓으면서 주가가 13.4% 급등했다. 장중에는 사상 최고가도 경신했다. 시스코는 연간 매출 전망치를 상향 조정했고, 동시에 구조조정 차원에서 약 4000명 감원 계획도 발표했다. AI 인프라 투자 확대 수혜를 본격적으로 누릴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됐다.
AI 대장주 엔비디아도 4.4% 상승했다. 로이터통신이 미국 정부가 중국 기업 약 10곳에 엔비디아 H200 칩 판매를 승인했다고 보도한 영향이다. 실제 배송은 아직 시작되지 않았지만, 미·중 갈등 속에서도 일부 고성능 AI 반도체 수출이 허용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졌다.
최근 7거래일간 이어진 급등세로 엔비디아 시가총액은 5조7000억달러에 근접했다. 월가에서는 AI 인프라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엔비디아의 독주 체제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AI 투자 열기는 신생 기업으로도 번지고 있다. AI 반도체 스타트업 세레브라스 시스템즈는 이날 뉴욕증시 상장 첫날 공모가 대비 68% 넘게 폭등했다. AI 인프라 기업 네비우스 그룹 역시 목표주가 상향 소식에 6% 이상 상승했다.
다만 같은 반도체 업종 내에서도 차별화는 뚜렷했다. 퀄컴과 인텔, 샌디스크, 마이크론 등 일부 반도체 종목은 3~6% 하락했다. 최근 급등 부담에 따른 차익매물이 나왔다.
최근 AI 랠리는 기업 실적 개선 흐름과 맞물리며 더욱 강해지고 있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S&P500 기업들의 올해 1분기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약 27% 증가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6개 분기 연속 두 자릿수 증가세다.
루이스 나벨리어 나벨리어앤드어소시에이츠 창립자는 “불확실성이 큰 시기일수록 결국 펀더멘털이 강한 기업이 가장 좋은 방어 수단”이라며 “데이터센터와 AI 관련 기업들의 수주 잔고가 늘어나고 있어 다음 분기 실적은 더 강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실제 이날 발표된 미국 경제지표도 시장 불안을 상당 부분 덜어냈다. 미국의 4월 소매판매는 3개월 연속 증가세를 기록하며 예상보다 견조한 흐름을 나타냈다.
미 상무부는 이날 4월 소매판매가 전월 대비 0.5% 증가했다고 밝혔다.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수준이다. 3월 증가율도 종전 1.2%에서 1.6%로 상향 조정됐다.
소매판매는 지난 2월 이후 3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다만 이번 수치는 물가 상승분이 반영되지 않은 명목 기준으로 실제 판매 물량 증가보다는 가격 상승 영향이 일부 반영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내총생산(GDP) 산정에 반영되는 핵심 소비 지표인 ‘컨트롤그룹(control-group) 판매’는 전월 대비 0.5% 증가하며 시장 예상치를 웃돌았다. 해당 지표는 음식점과 자동차 판매점, 건축자재점, 주유소 판매 등을 제외한 수치다. 국내총생산(GDP) 산정에 반영되는 핵심 소비 지표인 ‘컨트롤그룹(control-group) 판매’는 자동차와 주유소, 건축자재, 음식서비스 등을 제외한 핵심 소매판매 지표로 실제 소비 흐름을 보다 정확히 보여주는 지표로 여겨진다.
다만 휘발유 판매를 제외한 소매판매 증가율은 0.3%에 그쳐 최근 3개월 중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소비 증가세가 물가 상승 영향에 상당 부분 기대고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브렛 켄웰 이토로(eToro) 투자전략가는 “최근 기업 실적 발표에서 반복적으로 확인된 것처럼 미국 소비자는 휘발유 가격 급등에도 여전히 버티고 있다”며 “현재 증시를 움직이는 핵심 동력은 소비보다는 기술주”라고 평가했다.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4일 오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만나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AFP)
시장은 이날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 정상회담도 예의주시했다. 양국 정상은 무역과 대만,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문제 등을 폭넓게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보잉 항공기 200대를 구매하기로 했다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밝혔다. 세계 최대 항공시장인 중국의 대규모 구매 재개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미·중 관계 개선 기대감도 일부 커졌다. 다만 보잉 주가는 차익실현 매물 등이 나오며 4.7% 하락했다.
시장에서는 미·중 협력 기조 자체를 긍정적으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마이클 모너핸 파운더 ETF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양국은 경쟁 관계이지만 결국 함께 협력하는 편이 경제적으로 더 나을 것”이라며 “두 정상이 협력적인 분위기를 보인 점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시장 위험 요인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이날 발표된 미국 수입물가는 2022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 이란 전쟁 여파로 휘발유 가격이 급등한 영향이다. 최근 발표된 소비자물가지수(CPI)와 생산자물가지수(PPI) 역시 에너지 가격 상승이 다른 상품과 서비스 물가로 번질 가능성을 보여줬다.
채권시장에서는 이에 따라 연방준비제도(Fed)의 조기 금리인하 기대가 다시 약해지고 있다. 이날 연준 정책에 민감하게 연동하는 2년물 국채금리는 전 거래일 대비 2.7bp(1bp=0.01%포인트) 오른 4.017%까지 올라섰다. 현재 기준금리 3.5~3.75%보다 25bp 높은 수준이다. 글로벌 국채벤치마크인 10년물 국채금리는 0.4b 오른 4.483%에서 움직이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툴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에서는 올해말까지 기준금리가 동결될 가능성이 우세하다.
투자자들은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오래 지속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제프리 슈미드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이날 “현재 미국 경제의 가장 시급한 위험은 인플레이션”이라며 “경제는 여전히 견조하지만 물가 압력이 더 확산할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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