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이 14일(현지시간)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환영식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함께하고 있다. (사진=AFP)
회담 첫날 가장 주목된 대목은 대만 문제였다. 중국 측 발표에 따르면 시진핑 주석은 회담에서 대만 문제를 잘못 다룰 경우 미중 관계가 충돌과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대만 문제를 미중 관계의 핵심 레드라인으로 재확인한 것이다. 이는 미국의 대만 지원 확대와 군사 협력 강화 움직임을 견제하려는 메시지로 해석된다.
하지만 회담 뒤 백악관 발표문에서는 대만 관련 언급이 빠졌다. 중국은 대만 문제를 회담 중심 의제로 끌어올렸지만, 미국은 이를 공식 결과문에서 최소화하면서 중국과 갈등을 피한 것이다.
물론 겉으로 드러난 분위기만 보면 양국 관계는 오히려 안정 국면으로 흘러간 것처럼 보였다. 중국은 인민대회당 환영식과 국빈만찬, 군악대와 의장대 행사까지 동원하며 최고 수준의 예우를 제공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시 주석과의 개인적 친분을 강조하며 “양국 관계는 그 어느 때보다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두 정상은 웃으며 악수했고, 이동 중 가벼운 대화를 나누는 장면도 반복적으로 연출됐다.
하지만 이런 장면들은 역설적으로 지금 미중 관계가 얼마나 복잡한 국면에 들어섰는지를 보여준다는 분석도 나온다. 양국 모두 공개적 파국은 원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전략 경쟁을 멈출 의사도 없다는 점이 회담 전반에서 드러났기 때문이다.
실제 시장이 기대했던 결과물은 거의 나오지 않고 있다. 중국의 보잉 항공기 구매 가능성과 투자 협력 논의 정도만 일부 거론됐을 뿐, 관세 문제나 첨단 반도체 통제, 공급망 재편, 대만 문제와 관련한 구체적 합의는 확인되지 않았다. 공동성명조차 발표되지 않았다는 점은 양국의 간극이 예상보다 크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으로 해석된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애초 이번 회담에서 “큰 돌파구”가 나오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우세했다. 오히려 양국이 추가 충돌을 피하고 제한적 관리 국면을 유지하는 것 자체가 현실적 목표라는 시각이 많았다. 기대치가 워낙 낮았던 만큼 갈등 확대를 피한 것 자체가 시장에는 안도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 싱크탱크 스팀슨센터의 중국 전문가 윤 선 역시 회담 전 “대만 문제가 가장 민감한 의제가 될 것”이라며 “중국은 이번 회담을 통해 대만 문제를 다시 미중 관계의 최우선 현안으로 끌어올리려 할 것”이라고 분석했는데, 실제 회담에서도 대만 문제가 핵심 쟁점으로 부상했다.
특히 이번 회담에서는 중동 정세가 예상보다 큰 변수로 떠올랐다. 미국은 이란 전쟁 장기화 가능성과 호르무즈 해협 리스크, 유가 급등 우려를 안고 있다. 실제 국제유가와 미국 수입물가가 빠르게 오르면서 인플레이션 압력도 다시 커지는 상황이다. 이런 국면에서 중국은 세계 최대 원유 수입국이자 이란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국가로서 일정 부분 협상 지렛대를 확보하게 됐다.
이번 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계산도 복잡해 보인다. 그는 중국과의 강경 경쟁 구도를 유지하면서도 동시에 시장 안정과 경제 성과도 필요로 한다. 특히 최근 뉴욕증시가 사상 최고치 부근까지 올라온 상황에서 미중 충돌이 금융시장 변동성으로 이어지는 것은 정치적으로도 부담이다.
현재로선 이번 회담이 미중 관계의 근본적 전환점이 될 가능성은 아직 크지 않은 상황이다. 대만과 첨단기술, 산업정책, 공급망, 안보 문제는 단기간에 해소될 사안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번 회담은 양국이 전략 경쟁 체제를 인정한 상태에서 ‘통제 가능한 긴장’을 유지하려 한다는 점을 확인시켜준 자리라는 해석이 더 설득력을 얻고 있다.
브루킹스연구소의 라이언 하스 선임연구원은 “양국 모두 경쟁을 원하지만 충돌은 원하지 않는다”며 “이번 회담의 핵심은 관계 개선보다 리스크 관리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