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FP)
성장의 핵심 동력은 단연 인도다. 인도는 2026회계연도에도 스즈키 글로벌 판매의 6할가량을 차지할 전망이다. 인도자동차공업협회(SIAM)에 따르면 2025회계연도(2025년 4월~2026년 3월) 인도 신차 판매량(상용차 포함)은 전년 대비 9% 증가한 572만대로 사상 최고치를 새로 썼다.
스즈키는 2012년 미국, 2018년 중국 시장에서 일찌감치 철수했다. 그 덕분에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관세 폭탄과 중국 전기차(EV)와의 정면 대결을 모두 비껴갔다. 미국에 발목 잡히고 중국에서 밀려 적자 수렁에 빠진 혼다·닛산과 대비된다.
집중 전략은 실적으로 입증됐다. 스즈키의 2025회계연도 연결 순이익(국제회계기준)은 전기 대비 6% 늘어난 4392억엔, 매출액에 해당하는 매출수익은 8% 증가한 6조 2929억엔으로 모두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다만 2026회계연도는 원자재 가격 부담으로 순이익이 전기 대비 13% 감소한 3800억엔에 그칠 전망이다.
스즈키 도시히로 사장은 결산 설명회에서 “2위가 되기 위해 하는 것이 아니다. 어떻게 받아들여지는 차를 만들어 판매할 것인지가 사명”이라며 “토요타든 혼다든 어디든 절차탁마하며 인도 시장 활성화에 기여하겠다”고 강조했다. 일본 다른 메이커들이 인도 시장에 본격 뛰어든 데 따른 견제구로 풀이된다.
실제 혼다는 같은 날 인도에서 2028년 이후 전장 4m 미만 소형차와 중형차를 투입하겠다고 발표했다. 현지에 디지털 서비스 회사도 설립했다. 미베 도시히로 혼다 사장은 “인도는 확대가 기대되는 몇 안 되는 시장 중 하나”라며 “인도 등의 부품·완성차가 향후 경쟁력의 기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스즈키와 자본 제휴 관계인 토요타도 11일 인도 서부에 신공장을 세우고 2029년부터 가동에 들어간다고 발표했다. 토요타는 인도 생산 규모를 2030년대에 현재의 3배인 100만대로 확대할 계획이다. 양사는 그동안 인도에서 위탁생산(OEM) 방식 등으로 협력해왔지만 앞으론 경쟁 색채가 짙어질 전망이다.
스즈키의 위협은 일본 메이커뿐이 아니다. 인도 현지 업체 마힌드라&마힌드라와 타타모터스, 그리고 가성비를 앞세운 현대차그룹이 거세게 추격하고 있다. 타타가 2021년 출시한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펀치’는 안전성과 디자인은 물론 저렴한 가격까지 더해져 2024년 인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차에 등극했다. 한때 6할을 넘었던 스즈키의 인도 점유율은 2025회계연도엔 40% 밑으로 떨어졌다.
스즈키는 인도 연간 생산능력을 2030년도까지 현재 대비 5할 이상 늘려 400만대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인건비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인도를 수출 거점으로 활용하는 전략도 강화한다. 2025회계연도 인도산 수출은 전기 대비 35% 증가한 44만 8000대로 늘었으며, 2026회계연도에도 증가세를 이어가는 한편 지리적으로 유리하고 성장 잠재력이 큰 아프리카 시장 개척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다만 변수도 적지 않다. 도카이도쿄인텔리전스랩의 스기우라 세이지 수석애널리스트는 “스즈키가 인도에서 견고한 판매·정비망을 구축했지만 SUV 라인업이 부족해 청년층과 고소득층 공략은 약하다”고 지적했다. 인도에서 SUV는 2022년 소형차를 추월한 뒤 현재 5할에 육박할 정도로 비중이 커지고 있다.
중동분쟁도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스즈키는 중동분쟁 여파가 본격화하면 연간 1000억엔의 마이너스 영향을 받을 것으로 추정했다. 원유 수입 의존도가 높은 인도에선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10일 유가 급등을 이유로 휘발유 절약과 재택근무를 권장했다. 수요 위축에 따른 자동차 판매 둔화 가능성이 제기된다.
닛케이는 “인도 내수 성장세 둔화와 토요타 등과의 경쟁 격화가 맞물리면 대량 생산에 의존하는 스즈키의 세계 전략이 흔들릴 수 있다”며 “인도 점유율 방어와 아프리카 수출 확대라는 두 축이 향후 성장의 열쇠가 될 것”이라고 짚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