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미 에너지 가격 정보업체인 OPIS 데이터와 미국 연방정부의 수요 통계를 분석한 결과 미국인들은 2월 말부터 시작된 이란 전쟁 기간 동안 휘발유와 디젤에 전년 같은 기간보다 누적 기준 약 450억달러(약 67조원)를 더 지출했다.
에너지 비용 급등은 저소득층과 중산층의 급여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면서 이들 가계에 직격탄을 안겼다. 이와 달리 금융자산 등 투자에 나선 고소득층의 순자산 가치는 빠르게 늘고 있다. 에너지 기업들의 높은 수익률은 실적 시즌을 뒷받침하고 있으며, 인공지능(AI) 주도 랠리에 추가 동력을 제공해 주식시장을 사상 최고치로 밀어 올렸다. 높은 인플레이션과 차입 비용은 저소득층 미국인들에게 부담을 더하고 있지만 고소득층 타격은 상대적으로 덜한 것이다.
캘리포니아주의 한 주요소.(사진=AFP)
주유소 자체도 영향을 받고 있다. 뉴욕 연방준비은행 연구에 따르면 3월 가격이 급등하자 연소득 12만5000달러(약 1억 8000만원) 미만 가구들은 전체적으로 주유량을 줄였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024년 대선 캠페인에서 미국인들의 에너지 비용을 절반으로 낮추겠다고 공약했다. 고공행진하는 국제유가가 지지율 하락과 소비자 심리 악화로 이어지고 있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유가 충격이 기록적인 수출이라는 형태로 에너지 부국인 미국에 이익이 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매사추세츠대의 이사벨라 베버 경제학과 교수는 “문제는 ‘미국’이 누구냐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 내 서로 다른 소득 계층을 보면 실제로 이익을 보는 것은 가장 부유한 계층 중에서도 최상층”이라며 “대다수 사람들은 거의 아무런 혜택을 얻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훨씬 더 큰 비용 부담을 지고 있다”고 말했다.
베버 교수는 유가 충격을 부의 재분배에 비유했다. 베버 교수에 따르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2022년 미국 에너지 기업들이 거둔 막대한 이익의 약 50%가 미국 최상위 1% 부유층에게 흘러갔다.
올해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500 에너지 섹터가 32% 상승한 것은 주주들이 인플레이션의 일부 충격을 피하는 데 도움이 되고 있다. 분석업체 지올로직의 이밸류에이트 에너지 데이터에 따르면 석유·가스 기업들의 전체 이익은 1분기에 수년 만의 최고 수준으로 올라섰다. 미국 석유 지대에서 신규 시추 움직임이 거의 보이지 않고 있어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계속될 경우 앞으로 몇 달 동안 더 큰 이익과 배당이 예상된다.
그러나 이와 같은 미국 에너지 업계 호황이 대규모 일자리로 이어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유전 서비스업체 베이커휴즈에 따르면 미국 전역의 석유 시추 장비 수는 지난 1년 동안 11% 감소했다. 미국 노동부는 석유·가스 채굴 부문 고용이 1972년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통계상 거의 최저 수준에 머물고 있다고 추정한다.
이에 엑손모빌, 셰브런, BP, 셸, 토탈에너지스의 1분기 잉여현금흐름은 전 분기 대비 84% 급증한 360억달러(약 54조원)로 불어났다. 미국의 중소 석유·가스 생산업체 37곳의 잉여현금흐름도 같은 기간 53% 늘어난 170억달러(약 25조원)를 기록했다.
판테온매크로의 올리버 앨런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올해 확대된 세금 환급액이 많은 미국인들이 충격의 초기 단계를 견디는 데 도움이 됐지만 세금 환급 흐름이 5월부터 급격히 줄어들 것”이라면서 “그렇게 되면 소비자들은 연료비 급등에 훨씬 더 크게 노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