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관계 새 프레임 내놓은 中…'건설·전략적 안정' 노림수는

해외

이데일리,

2026년 5월 17일, 오후 06:57

[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이번 미·중 베이징 정상회담에서 가장 눈에 띈 것은 관계의 재정의였다. 중국은 ‘건설적 전략적 안정(constructive strategic stability)’이라는 새 프레임을 내세웠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귀국길에 스스로 이번 회담을 ‘G2(주요 2개국)’라고 불렀다. 전문가들은 이것이 중국이 미국을 묶어두려는 함정이라고 분석하면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추구한 ‘대등한 지위’ 프레이밍에 미국 대통령 본인이 동조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베이징 중국 로펌에서 활동 중인 박재영 법무법인 디엘지 파트너 변호사는 17일 이데일리에 이번 회담과 관련해 “중국은 미국이 이란 전쟁에서 답보 상태에 있고 중간선거를 앞두고 무엇이 필요한지 잘 알고 있었다. 미국도 중국이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임을 알고 있었다”며 “대화보다는 각자가 당장 성과를 챙기는 데 집중한 회담이다”고 평가했다.

박효민 법무법인 지평 글로벌리스크대응센터 부센터장(변호사)은 “공동성명 미발표와 세부 합의 비공개는 양측 모두 국내 정치적 이유로 구체적 양보를 공식화하기 어려운 상황이었음을 시사한다”고 했다.

이번 회담 전 워싱턴 정책가 사이에서는 보잉(Boeing)·쇠고기(Beef)·콩(Beans)·무역위원회(Board of Trade)·투자위원회(Board of Investment) 등 이른바 ‘B’ 의제와 관세(Tariffs)·대만(Taiwan)·기술(Tech)·이란(Tehran) 등 ‘T’ 의제로 나눠 성과를 가늠하는 분석 틀이 통용됐다. 회담 결과는 B 쪽에서는 ‘일부 진전’, T 쪽에서는 ‘대부분 실망’이었다.

민정훈 국립외교원 미주연구부 교수는 “트럼프가 원래 절대 주고 싶지 않았던 반도체·하이테크에서 젠슨 황을 불러들여 물꼬를 텄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고 평가했다. 박재영 변호사는 “중국 언론은 방중 CEO의 시장개방 요구를 ‘손해중단식 협력’, 즉 손해를 멈추기 위한 협력이라고 평가했다”며 “3년 전 중동 방문 경제사절단이 팔기만 하면 사주었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생명을 보전’하는 계약 연장이었다는 시각”이라고 전했다.

중국이 이번 정상회담 결과 공식 발표에서 ‘경쟁(competition)’이라는 표현을 수용한 점도 의미가 크다. 과거 중국은 미중 관계를 ‘협력’ 중심 프레임으로 설명하려 했지만 이번에는 경쟁 자체를 인정한 상태에서 안정성을 강조하는 쪽으로 표현이 바뀌었다는 분석이다.

에드가 케이건 전 말레이시아 주재 미국대사는 “중국은 과거 경쟁이라는 표현 자체를 공식문서에서 꺼리는 경우가 많았다”며 “이번에는 경쟁을 인정한 상태에서 안정성을 강조했다는 점이 상당히 의미 있는 변화다”고 평가했다.

다만 이런 안정이 관계 개선이나 화해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대만과 첨단 반도체, AI, 사이버 안보, 남중국해 문제 등 핵심 갈등은 여전히 그대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이번 회담에서도 엔비디아의 첨단 AI칩 H200의 대중 판매 문제는 돌파구를 찾지 못했다. 중국 인민대 국제관계 전문가 추이서우쥔은 “미국과 중국이 더는 양국 관계를 과거의 협력적 황금기로 되돌리려 하지 않는다”며 “대신 장기적인 경쟁과 이견이 존재한다는 현실 자체를 인정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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