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회담 직후 트럼프 대통령은 “많은 문제를 해결했다”고 자평했지만, 실제로 대만·반도체·희토류·산업정책 같은 핵심 현안에서 구체적 돌파구를 마련했는지는 여전히 불분명하다. 전문가들은 이번 회담의 주도권이 중국에 있었다는 데 이견이 없었다.
김흥규 아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미중정책연구소장)는 “중국이 갑이었고 트럼프가 급히 달려왔다”며 “미국 대통령이 단 한 나라만을 방문하기 위해 이렇게 움직인 것은, 특히 중국을 방문한 것은 28년 만에 처음이다”고 말했다. 그는 “이란 전쟁과 11월 중간선거라는 두 가지 압박이 트럼프를 베이징으로 이끌었다”고 분석했다.
실제 회담 이후에도 양국 전략 기조는 거의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미국은 첨단 AI반도체와 핵심 기술에 대한 대중 수출통제를 유지하고 있고 중국 역시 희토류와 공급망 영향력을 협상 카드로 활용하고 있다. 유라시아그룹의 아만다 샤오 중국 담당 국장은 “이번 정상회담은 큰 의미가 없을 가능성이 크다”며 “미·중 관계의 핵심 구조 자체는 바뀌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중국 경제 전문가인 찐링 전 KB증권 연구위원은 한발 더 나아가 “중국이 얻은 것은 국가발전·국제질서와 직결된 전략적 성과인 반면 미국이 얻은 것은 전술적 차원에도 못 미치는 성과다”고 평가했다.
시진핑(오른쪽) 중국 국가주석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4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국빈 만찬에 참석해 악수하고 있다. (사진=AFP)
이번 회담에서 새롭게 거론된 ‘무역위원회(Board of Trade)’와 ‘투자위원회(Board of Investment)’는 이런 흐름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는 평가다. 과거 전략경제대화(S&ED)나 미중 상무무역공동위원회(JCCT)를 사실상 다른 이름으로 복원한 성격이라는 의미다. 다만 과거와 차이도 있다. 이전 미·중 경제대화가 중국의 시장개방과 구조개혁 압박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이번에는 갈등 자체를 관리하기 위한 상설 협의체 성격이 훨씬 강하다는 분석이다. 실제 이번 회담에서는 과거 미·중 정상회담에서 자주 등장했던 ‘개혁·개방 확대’나 ‘시장경제 전환’ 같은 표현은 거의 등장하지 않았다. 대신 공급망 안정과 투자 관리, 전략 리스크 통제 같은 표현이 부각됐다.
시진핑(오른쪽) 중국 국가주석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4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국빈 만찬에 참석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사진=AFP)
시장에서는 희토류 등 일부 공급망 분야에서는 미·중이 전면 충돌보다는 관리 가능한 경쟁 체제로 이동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미국은 공급망 충격과 글로벌 제조업 혼란을 피하려 추가 압박 수위를 조절하고, 중국 역시 희토류 공급을 완전히 차단하기보다는 협상 카드로 활용하려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AI반도체 문제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미국은 첨단 AI칩을 국가안보 핵심 기술로 규정하고 대중 수출통제를 유지하고 있으며, 중국 역시 화웨이 등을 중심으로 반도체 자립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이번 경제사절단에 막판 합류하면서 미국 정부가 대중 AI칩 판매 규제를 일부 완화하는 것 아니냐는 기대도 나왔지만, 정상회담 이후에도 관련 불확실성은 거의 해소되지 않았다.
실제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양국이 이번 정상회담에서 AI칩 수출통제 문제를 별도로 논의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케네디 고문은 “미국의 수출통제가 단기적으로는 중국 AI 산업을 압박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중국의 자체 반도체 생태계 구축을 더 자극할 가능성도 있다”며 “중국 기업이 결국 미국 기술 대신 자국산 하드웨어에 적응하게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