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틈만 나면 "김정은과 친해"…한국, 과연 안전할까

해외

이데일리,

2026년 5월 18일, 오후 03:19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대만에 무기를 팔 수도, 팔지 않을 수도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5일(현지시간)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는 좋은 협상칩”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마친 직후였다. 그는 또 “대만이 미국의 반도체 산업을 훔쳐갔다”는 오랜 주장을 되풀이하는가 하면 시 주석과의 친분을 거듭 과시했다.

14일(현지시간) 대만 타이베이의 한 식당 TV에서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미중 정상회담 뉴스가 나오고 있다. (사진=AFP)
중국이 가장 민감해하는 대만 문제를 두고, 대만의 반도체 산업을 가져올 수만 있다면 다른 나라도 얼마든지 거래 수단으로 삼겠다는 속내를 드러낸 셈이다. 미 의회가 지난 1월 대만에 대한 140억달러 규모 무기 판매 패키지를 사전 승인했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이를 보류시킨 것도 같은 맥락이다. 라이칭더 대만 총통은 17일 페이스북에 “대만은 결코 희생되거나 거래되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의 무기 판매는 1979년 대만관계법에 근거한 법적 의무라고 반발했다.

이는 어디선가 많이 본 장면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재집권 직후 우크라이나 전쟁 중재에 나섰지만, 실제로는 점령지를 자국 영토로 편입하려는 러시아의 입장에 더 가까운 모습을 보였다. 우크라이나엔 크림반도 반환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을 모두 단념하라고 압박했고, 무기 지원도 줄였다. 대신 우크라이나가 보유한 광물·희토류 채굴권을 미국에 넘기라고 요구해 지난해 4월 결국 협정까지 체결시켰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무시하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친분을 강조해 온 것도 꼭 닮아 있다.

마침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도 비슷한 태도를 보여 왔다. 한국 역시 우크라이나·대만과 비슷한 상황에 놓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대목이다. 우크라이나가 자원을, 대만이 반도체를 거래 대상으로 내놓아야 했듯, 한국이 비슷한 처지에 놓이지 말란 법이 없다는 우려가 외교가에서 나온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오랜 동맹이었던 유럽연합(EU)을 향해 “미국을 등쳐먹기 위해 만들어졌다”거나 “배은망덕한(ungrateful)”, “무임승차자(freeloaders)” 등의 비난을 퍼부어왔다는 점이 압박을 가중시킨다. 트럼프 대통령은 1기 시절부터 주한미군 감축을 거론하며 한국에 방위비 분담금 대폭 인상을 요구해 왔다.

◇우크라·베네수 이어 대만까지…韓도 안심할 수 없어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에게 이익이 된다면 동맹과 적국을 구분하지 않고 거래하겠다는 행보를 보여 왔다. 최근에도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를 이란과 나눠 가질 수 있다는 뜻을 내비친 바 있다. 처음 이란을 공격하며 지도부를 제거하고 국민들을 해방시키겠다는 명분과는 거리가 먼 제스처다. 심지어 전쟁이 교착 상태에 빠지며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자 이란 국민들을 외면하며 어떻게든 발을 빼려는 모습만 보이고 있다.

베네수엘라는 또다른 노골적인 사례다. 미군은 지난 1월 3일 카라카스에서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체포해 뉴욕으로 압송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날 마라라고 기자회견에서 “우리의 거대한 미국 석유 기업들이 들어가서 수십억달러를 들여 망가진 인프라를 고치고 돈을 벌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그는 “우리는 미국인의 재능과 추진력, 기술로 베네수엘라 석유 산업을 세웠고, 사회주의 정권이 그걸 우리한테서 훔쳐갔다”며 “이는 미국 역사상 가장 큰 재산 절도 중 하나”라고 주장했다.

대만도 베네수엘라도 모두 사실과 다르다고 미 언론들은 지적했다. 미 팩트체크 기관인 팩트체크닷오알지에 따르면 1976년 베네수엘라가 자국 석유 산업을 합법적으로 국유화했고, 우고 차베스 정권 시기 일부 미 기업이 자산을 수용당했으나 엑손모빌과 코노코필립스는 국제 중재로 보상을 받았다. 사만사 그로스 브루킹스연구소 에너지안보·기후 책임자는 “베네수엘라 석유는 한 번도 ‘우리 석유’였던 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대만 역시 1970년대 대만이 인텔 등 미 기업의 생산기지 역할을 하다가 1980년대 들어 TSMC·UMC 등 자체 기업들이 성장하자, 미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팹리스(설계)에 집중하고 생산을 외주화하면서 형성된 분업 구조다. TSMC가 대규모 대미 투자를 약속했음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대만이 반도체 산업을 훔쳐갔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 대만해협서 호르무즈처럼 통행료 받을 수도

한편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전쟁을 벌이면서 중국이 대만을 손쉽게 손에 넣을 기회를 갖게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보유하고 있어야 할 무기 수년치를 이란과의 전쟁에 쏟아부으면서다. 외교 전문가들은 “미국과 동맹들 간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이미 시 주석에겐 가장 큰 선물”이라고 입을 모았다.

대만이 중국에 넘어갈 경우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이 통째로 인질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나아가 이란이 호르무즈에서 통행료를 받는 모습을 전 세계가 지켜본 만큼, 중국이 대만해협을 장악할 경우 같은 방식을 취할 수도 있다. 그 충격파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비할 바가 아니라는 진단이다.

다만 시 주석이 즉각 행동에 나설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주된 분석이다. 보니 글레이저 독일마셜펀드 인도태평양프로그램 국장은 이달 포린어페어스 기고문 ‘왜 중국은 기다리는가’에서 군사적 침공보다 강압·설득·회색지대 전술이 우선이라고 진단했다.

이란전에서 드러난 중국제 무기의 굴욕적인 성능도 시 주석의 셈법을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미국 헤리티지재단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 공격은 시 주석에게 ‘미국이 실제로 군사력을 쓴다’는 신호를 보냈고, 이는 대만 침공 비용을 재평가하게 만들었다”고 분석했다.

추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