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FP)
유로존 전체 실업률이 올해 초 사상 최저인 6.1%까지 떨어진 것과 정반대 흐름이다. 특히 독일이 사실상 유럽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는 만큼 그 충격이 크다.
FT는 독일에서 실업자 300만명은 정치적으로 매우 민감한 임계선으로 여겨진다고 설명했다. 홀거 셰퍼 독일경제연구소(IW) 노동시장 전문가는 “강한 일자리 창출과 실업률 하락으로 대표됐던 2009~2019년의 ‘황금의 10년’은 끝났다”고 진단했다.
실업자 수 증가 배경엔 수년간 누적된 경제 침체와 산업 쇠퇴가 있다. 국가대표 산업인 자동차 업계에서 폭스바겐은 2030년까지 자국 내 일자리 5만개를 감축하기로 했고, 보쉬도 같은 기간 2만 2000명을 줄이기로 했다. 이에 독일자동차산업협회(VDA)는 2035년까지 총 22만 5000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으로 이달 전망했다. 종전 예상치보다 3만 5000개 늘어난 규모다.
자동차·기계·화학 등 독일 주력 산업이 고에너지·고임금 비용에 더해 중국 기업의 추격까지 받으며 수년째 인력을 줄여온 결과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도 미국 내 독일 자동차·의약품 수요를 위축시키며 부담을 가중시켰다는 진단이다.
엄격한 노동법 탓에 대규모 정리해고가 어려운 독일 기업들은 자발적 퇴직 유도와 신규 채용 동결, 조기 퇴직 인센티브 등으로 대응하고 있다. 베른트 피첸베르거 연방고용연구소(IAB) 소장은 “채용이 사실상 멈췄다”며 “구직 가능성이 팬데믹 당시 수준까지 떨어졌다”고 밝혔다. 그는 독일 경제가 “하향 나선”에 빠질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직격탄을 맞은 것은 신규 취업자들이다. 구인구직 포털 슈테프스톤(Stepstone)에 따르면 지난해 신입 채용 공고는 최근 5년 평균대비 42% 급감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본격화한 2022년 이후 전체 구인 건수도 26% 줄었다. 토르스텐 헨첼만 롤란드버거 중유럽 매니징디렉터는 “젊고 잘 훈련된 인력들이 일종의 ‘대기 상태’에 갇혀 있다”고 말했다. 그의 회사는 최근 월 1000건의 인턴십 지원서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력자도 안전하지 않다. 한 49세 산업협회 대변인은 지난해 초 실직 후 약 1년 만에 지인 소개로 새 직장을 구했지만 상당한 연봉 삭감을 감수해야 했다. 그는 FT에 “예전엔 무난한 중산층 가족의 삶을 살았는데 어느 순간 영구히 복지에 의존하게 될 수 있다는 끔찍한 시나리오가 머릿속에 떠올랐다”고 말했다.
문제는 사회보장 부담이다. 독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사회보장 지출은 코로나19 팬데믹 시기를 제외하면 사상 최고치다.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는 지난해 자신이 이끄는 기독민주당(CDU) 당원들에게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형태의 복지국가는 더 이상 우리 경제로 감당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메르츠 총리는 인프라·국방 분야에 대규모 재정 지출을 통해 경기 부양을 시도하고 있지만 이란 전쟁발 에너지 가격 충격과 공급망 교란이 회복세를 짓누르고 있다. 카르스텐 브르제스키 ING 글로벌 거시경제 책임자는 올해 독일 실업자가 30만명 더 늘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이다. 그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강한 노동시장이 독일 경제를 떠받치는 접착제 역할을 해왔지만 경제 침체의 시차 효과가 이제 노동시장으로 옮겨붙고 있다”고 평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