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이란전쟁 중에도 그린란드 압박…“영구주둔·투자거부권 추진”

해외

이데일리,

2026년 5월 19일, 오후 04:19

[이데일리 임유경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이란전쟁 와중에도 덴마크령인 그린란드에 대한 군사·경제적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 미국은 그린란드가 독립하더라도 미군이 장기 주둔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과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할 목적으로 주요 인프라·자원 개발 투자에 대한 거부권 확보까지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그린란드 측은 주권 침해 소지를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18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국·그린란드·덴마크 협상단은 지난 1월 이후 워싱턴에서 약 다섯 차례 비공개 회동을 진행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 국가안보에 필수적”이라며 그린란드 병합 야욕을 드러낸 이후 시작된 협상이 미국의 이란 전쟁 와중에도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린란드 수도 누크(사진=AFP)
NYT는 미국이 그린란드가 독립하더라도 미군이 무기한 주둔할 수 있도록 기존 군사 협정을 수정하려 하고 있다고 전했다. 사실상 ‘영구 주둔 조항’을 요구하는 셈이다.

미 국방부도 군사력 확대 계획을 빠르게 추진하고 있다. 최근 미 해병대 장교를 남부 도시 나르사르수아크에 보내 공항·항구·미군 주둔 가능 지역 등을 점검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은 군사 문제를 넘어 경제 분야에서도 영향력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러시아와 중국을 배제하기 위해 그린란드 내 주요 투자 사업에 대한 사실상의 거부권까지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그린란드와 덴마크는 주권 침해라며 반발하고 있다.

미국은 그린란드와 천연자원 협력 방안도 논의 중이다. 그린란드에는 석유·우라늄·희토류 등 전략 광물이 풍부하게 매장돼 있다.

현재 협상에 참여 중인 미국·덴마크·그린란드 측은 트럼프 대통령이 받아들일 수 있는 합의안을 도출하기를 기대하고 있지만, 아직 입장 차는 상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린란드 당국자들은 미국의 요구 수준이 사실상 자국 주권에 대한 중대한 제약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유스투스 한센 그린란드 의회 의원은 “미국이 원하는 것을 모두 얻는다면 진정한 독립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린란드는 덴마크로부터 점진적으로 자치권을 확대해왔으며, 궁극적으로는 독립을 목표로 하고 있다.

딜런 존슨 미 국무부 글로벌공보 담당 차관보는 성명을 통해 “대통령이 제기한 국가안보·경제 우려는 모든 당사국이 인정하고 있으며, 이를 영구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협상을 계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린란드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의 그린란드 특사인 제프 랜드리가 현지 초청 없이 기습 방문하면서 그린란드 자치정부는 이번 방문의 저의를 의심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 병합을 다시 주장할지도 모른다고 우려하고 있다.

그린란드 정치인들은 트럼프 대통령 생일인 6월 14일과 미국 독립기념일인 7월 4일에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발언을 할지 긴장하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트럼프의 그린란드 집착은 단순한 영토 욕심이 아니라 미국의 서반구 패권 재확립 전략의 핵심 퍼즐 중 하나로 읽힌다. 그린란드는 러시아·중국을 동시에 겨냥할 수 있는 북극권 군사 요충지인 데다, 반도체·전기차·무기 체계의 필수 소재인 희토류를 비롯한 막대한 전략 자원이 매장된 땅이기도 하다. 파나마 운하 통제권 요구, 캐나다 합병 발언 등과 맞물려 보면, 트럼프 행정부는 사실상 서반구 전체를 미국의 배타적 세력권으로 재정의하는 ‘21세기 먼로 독트린’을 밀어붙이고 있는 셈이다. 중국의 그린란드 인프라 투자 시도와 러시아의 북극 군비 증강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미국에게 그린란드 선점은 선택이 아닌 전략적 필수가 되고 있다.

미 북부사령부 사령관인 그레고리 기요 장군은 최근 NYT와 인터뷰에서 기후변화로 극지 빙하가 녹으면서 북극 지역이 지정학적 경쟁 무대로 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그린란드가 알래스카·캐나다 기지들과 연결되는 레이더 기지·군사기지 네트워크의 일부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미군이 심해항과 특수작전 부대 순환 배치 기지를 필요로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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