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이데일리 김윤지 기자] “한국은 튀르키예와 ‘피가 섞인’ 형제의 나라다. 두 나라는 1500년 전부터 함께 한 역사가 있다. (고구려와 오늘날 튀르키예의 기원 민족인 돌궐은 힘을 모아 당나라에 맞섰다.) 6·25 한국전쟁 당시 튀르키예군 1만 5000명이 참전해 700여 명이 전사했다. 당시 튀르키예군은 싸우기만 하지 않았다. 학교, 보육원, 병원 등을 통해 한국인들과 교류가 이뤄졌고 한국인들은 지금까지 그걸 ‘은혜’라고 표현한다. 그만큼 양국 관계는 특별하다.”
한국을 동맹이자 친구이자 형제의 나라라고 칭하는 나라. 바로 튀르키예다. 양국의 무역 규모는 100억 달러(약 15조원)를 웃돌며 차낙칼레 대교, 유라시아 해저터널 등 성공적인 대형 프로젝트 사례도 상당하다. 지난해 11월 이재명 대통령의 튀르키예 국빈 방문을 계기로 양국은 원자력 협력, 풍력 발전 협력, 도로 인프라 협력 각종 양해각서(MOU)를 체결했고 올해 초 한국에서 11년 만에 ‘경제공동위원회’를 장관급으로 격상해 재개할 만큼 경제적으로도 협력이 활발하다. 이데일리는 최근 서울 중구 장충동 주한 튀르키예 대사관에서 무랏 타메르 주한 튀르키예 대사를 만나 이란전으로 격발한 글로벌 질서의 전환 시대에 양국이 무극화 시대를 함께 극복해나갈 방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무랏 타메르 주한 튀르키예 대사(사진=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불확실성의 시대다. 한국과 튀르키예가 무극화 시대에 더 각별한 협력체제가 필요해 보인다.
△국제법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작동도 못 하는 시대다. 이런 불확실성의 시대를 만족할 국가나 개인은 없다. 오늘날 국제 환경은 기존의 위기 개념을 넘어서는 양상이다. 지금의 중동 지역 충돌은 단순한 지역 분쟁이 아니라 글로벌 에너지 안보와 무역 질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전환점이다. 강대국은 자신들의 이익 추구로 국가 간 약속을 깰 때가 잦다. 중견국이 연대해 이런 위험을 관리하면 불확실성을 이겨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예컨대 중견국 연대 협의체인 ‘믹타’(MIKTA·멕시코, 인도네시아, 한국, 튀르키예, 오스트레일리아의 협력체) 등을 통해 힘을 모아 함께 미래를 만들어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전쟁은 언젠가 끝나기 마련이고 재건 과정이 잇따른다. 한국과 튀르키예가 힘을 모아 제3의 국가에서 협력할 수 있다고 본다.
-이란전 얘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예상과 달리 장기화하면서 충격이 상당하다.
△이란전으로 촉발한 에너지 공급망 차질과 운송 문제, 가격 상승 압력 등을 보면서 글로벌 경제가 얼마나 취약한지를 보여줬다. 공급망 붕괴와 국제 규범 약화, 예측 가능성 저하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튀르키예는 역내에서 흔들리지 않는 배의 역할을 하고 있다. 튀르키예에 있어 이란은 지리적으로 국경을 맞댄 오랜 이웃이다. 크고 작은 문제가 있지만 내정 간섭 없이 잘 지내는 방법을 터득했다. 이란뿐만 아니다. 튀르키예는 힘이 아닌 정의를 지지하고 주권과 내정 불간섭을 존중하고 모든 당사자와 대화 채널을 유지하는 외교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 위기 상황에서 튀르키예는 모든 당사자와 솔직하고 개방적인 소통을 할 수 있다. 이란전 중재 역할도 그런 차원이다.
-최근 국제 분쟁 속에서 중재국 역할을 맡아왔다.
△앞서 말했듯 튀르키예는 불확실성의 시대에 가장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다. 전략적 요충지에 있는 튀르키예는 역사적으로 위기를 관리하는 역량을 축적해 왔다. 국가 전략 차원에서 모든 국가와 대화 채널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전쟁은 언젠가 끝난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벌어진 2022년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유엔과 튀르키예의 중재로 흑해를 통한 우크라이나 곡물 운송선의 안전을 보장하는 협정을 맺기도 했다. 그만큼 튀르키예는 당사자들과 대화 창구를 이어가고 있었다. 이란 전쟁에 대해서도 튀르키예는 파키스탄, 이집트 등과 함께 평화적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튀르키예는 소말릴란드 해안 임차 문제로 긴장이 고조됐던 소말리아와 에티오피아의 긴장 완화 합의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최근의 위기 상황에서 튀르키예는 어느 한 쪽의 편에 서지 않았으며 동시에 모든 당사자와 솔직하고 개방적인 소통을 유지하면서 긴장 완화와 해결책 모색을 위해 적극적인 역할을 해 왔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에너지 안보가 최우선이 됐다.
△튀르키예는 에너지 공급원이 다양하고 호르무즈 해협 의존도도 높지 않다. 에너지 안보 분야에서 공급원을 다변화하고 동서 간을 연결하는 안정적이고 중단 없는 에너지망을 구축해 왔다. 또한 튀르키예는 연간 약 300억㎥(입방미터) 규모의 트랜스 아나톨리아 송유관(TANAP), 315억㎥ 규모의 투르크스트림 등을 통해 지역 가스 흐름의 중심에 있다. 액화천연가스(LNG) 저장 시설 등을 통해 에너지 공급 안정성을 강화했다. 한국 기업의 대 튀르키예 투자는 특히 에너지, 인프라, 제조 분야에서 꾸준히 확대하고 있으며 양국 간 협력을 더욱 공고히 할 기회가 존재한다. 이를 통해 양국간 에너지 안보를 강화할 수 있다.
-튀르키예의 이러한 외교 전략은 오랜 역사를 통해 축적한 것으로 보인다.
△오스만 대제국부터 시작해 튀르키예는 역사적으로 위기를 관리하는 역량을 축적해 왔다. 튀르키예라는 국가 자체가 ‘평화와 균형’ 아래 세워졌다. 튀르키예의 초대 대통령이자 국부인 무스타파 케말 아타튀르크의 외교 원칙이 있다. 바로 ‘국내의 평화, 세계의 평화(Yurtta sulh, cihanda sulh)’로, 튀르키예의 외교 정책은 이를 바탕으로 한다. 튀르키예 정부는 이 원칙을 계승하면서 건국 100주년(2023년) 이후 ‘튀르키예의 세기’ 비전 아래 이를 보다 적극적인 외교 역할을 보여주고 있다.
◇타메르 대사는
△1961년 이스탄불 출생 △1988년 이스탄불대 국제관계 석사 △2013~2017년 주쿠웨이트 튀르키예 대사 △2017~2022년 이스탄불 외교부 대표 대사 △2022~현재 주한 튀르키예 대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