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권거래소 트레이딩플로에서 트레이더가 거래 동향을 파악하고 있다. (사진=AFP)
S&P500과 나스닥은 나란히 3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지난 3월 말 이후 가장 긴 하락 흐름이다. 불과 지난주까지만 해도 AI 랠리에 힘입어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던 뉴욕증시는 이번 주 들어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시장의 시선이 다시 채권시장으로 향하면서다.
◇치솟는 국채금리…“연준 다음 행보는 인상일 수도”
미국 장기 국채금리는 계속 꼬리를 들고 있다. 30년 만기 국채금리는 장중 5.198%까지 치솟으며 2007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 수준까지 올라간 셈이다. 10년 만기 국채금리 역시 4.687%까지 뛰며 지난해 1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월가에서는 금리 수준 자체보다 상승 속도가 더 위험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가렛 멜슨 나틱시스인베스트먼트매니저솔루션 전략가는 “시장은 천천히 오르는 금리는 견딜 수 있지만, 계단식 급등이 나타나면 투자심리가 급격히 흔들린다”고 진단했다.
30년물 국채금리 추이 (그래픽=CNBC)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해상 물동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핵심 항로다. 이곳이 흔들리면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 전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유가가 오르면 휘발유 가격과 물류비, 제조원가가 함께 상승하고 결국 소비자물가를 다시 자극하게 된다. 시장이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를 빠르게 접기 시작한 이유다.
실제 시장 베팅도 급변하고 있다. CME그룹 페드워치에 따르면 투자자들은 오는 12월 연준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할 가능성을 41.7%로 반영하고 있다. 0.5%포인트 인상 가능성도 15.7%까지 뛰었다. 불과 일주일 전만 해도 거의 거론되지 않던 시나리오다.
윌 맥고프 프라임캐피털파이낸셜 최고투자책임자(CIO)는 CNBC 인터뷰에서 “지금 시장에서는 채권 자경단이 움직이고 있다”며 “에너지 가격 상승이 인플레이션 우려를 다시 자극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시장은 오는 23일 취임하는 케빈 워시 신임 연준 의장 체제를 벌써 시험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맥고프 CIO는 “새 연준 의장은 늘 시장의 테스트를 받는다”며 “채권시장이 워시 체제를 시험하고 있는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금리 급등의 직격탄은 최근 뉴욕증시를 이끌었던 AI 반도체주들이 맞았다. 높은 금리는 미래 성장 기대를 먹고 움직이는 기술주의 밸류에이션을 정면으로 압박한다. AI 랠리의 피로감도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S&P500 11개 업종 가운데 기술주와 커뮤니케이션서비스 업종이 가장 큰 하락 압력을 가했다. 소재업종은 2% 넘게 급락했고, 반대로 경기방어주 성격의 헬스케어 업종은 강세를 나타냈다.
반도체주는 하루 종일 롤러코스터 장세를 연출했다.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는 장 초반 한때 3.6% 급락했지만 이후 낙폭을 대부분 회복했다.
다만 퀄컴은 3.9% 하락했고 브로드컴도 2.3% 밀렸다. 반면 엔비디아와 마이크론은 장 초반 하락세에서 낙폭을 줄였다. 엔비디아는 0.8% 하락했고, 마이크론은 2.5% 상승 마감했다.
월가에서는 AI 거래가 지나치게 쏠림 거래(crowded trade)가 됐다는 경고도 나온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조사에 따르면 글로벌 펀드매니저들의 반도체주 보유 비중은 사상 최고 수준까지 올라왔다. 응답자의 73%가 반도체주 매수 포지션을 보유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의 시선은 엔비디아 실적으로 향하고 있다. 엔비디아는 21일 장 마감 후 분기 실적을 발표한다. 시장은 이번 실적이 AI 투자 열풍의 지속 가능성을 가늠할 핵심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폴 스탠리 그래나이트베이웰스매니지먼트 CIO는 “투자자들은 AI 스토리가 여전히 살아 있는지 확인하고 싶어 한다”며 “엔비디아가 현재 밸류에이션을 정당화할 만큼 충분한 성장세를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이란 공격 보류”…시장 불안은 여전
중동 변수도 여전히 시장을 짓누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전날 카타르·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UAE) 정상들의 요청을 받아 예정했던 이란 공격 계획을 일단 보류했다고 밝혔다.
JD 밴스 미국 부통령도 미국과 이란 간 협상이 상당한 진전을 보이고 있으며 양측 모두 군사행동 재개를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장은 아직 안심하지 못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이 진전되지 않을 경우 수일 내 공격을 재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는 호르무즈 해협이 정상화되지 않을 경우 선박 호송 지원 방안까지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마이클 제임스 로젠블랫증권 매니징디렉터는 “실질적인 휴전 신호가 거의 없다”며 “시간이 갈수록 유가는 높게 유지되고 국채금리도 상승하면서 시장 불안이 점점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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