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LG 구겐하임 어워드 수상자로 선정된 미국 미디어 아티스트 트레버 페글렌은 이런 시대 변화를 가장 오래 추적해온 작가 중 한 명이다. AI와 감시 기술, 디지털 권력 구조를 탐구해온 그는 기술이 인간의 현실 인식 자체를 바꾸고 있다고 말한다.
2026년 ‘LG 구겐하임 어워드’ 수상자인 미디어 아티스트 트레버 페글렌이 1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LG)
“예전에는 가짜 정보나 잘못된 정보를 골라내려고 했다면, 이제는 오히려 ‘무엇이 진짜인가’를 찾고 있었다.”
그는 “무언가 매우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났구나라고 느꼈다”며 “이제는 가짜를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이 가짜라고 가정한 상태에서 진짜를 찾는 방식으로 바뀌고 있었다”고 말했다.
페글렌은 지난 15년 동안 인간이 이미지를 인식하는 방식에 두 번의 거대한 변화가 있었다고 설명한다. 첫 번째는 인간이 아닌 기계가 이미지를 생성하고 해석하는 ‘컴퓨터 비전(computer vision)’의 등장이다. 자율주행차와 공항 얼굴 인식 시스템, 공장 자동화 카메라 등이 대표적 사례다.
두 번째는 생성형 AI의 확산이다. 그는 “이제 우리는 텍스트 뒤에 반드시 저자가 존재하지 않아도 되는 시대, 예술 작품 뒤에 반드시 예술가가 존재하지 않아도 되는 시대, 사진 뒤에 반드시 사진가가 존재하지 않아도 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계가 다른 기계를 위해 이미지를 생성하는 시스템”이 등장했다고 설명했다. 인간이 보기 위해 존재하던 이미지가 이제는 인간 없이도 생성되고 활용되는 시대가 됐다는 것이다.
그의 대표작 ‘이미지넷 룰렛(ImageNet Roulette)’은 AI의 편향 문제를 상징적으로 보여준 작품이다. 관객이 자신의 사진을 올리면 AI가 이를 분석해 ‘범죄자’, ‘괴짜’, ‘알코올 중독자’ 같은 라벨을 붙였다. AI가 인간보다 객관적일 것이라는 믿음을 흔든 작업이었다. 이후 이미지넷 연구진은 데이터 일부를 삭제하고 분류 체계를 수정했다.
트레버 페글렌의 관객 참여형 프로젝트 ‘이미지넷의 얼굴들’. (사진=LG)
그는 “우리 주변의 기술이 단순한 추상적인 0과 1이 아니라는 점을 깨닫게 된다”며 “그것은 건물이고, 케이블이며, 노동과 사람들로 이루어진 시스템”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그의 작업은 늘 현실 공간을 향한다. 사막을 건너 군사시설을 추적하고, 해저 케이블 위치를 탐사하고, 위성 궤도를 관찰한다. 디지털 시대의 ‘보이지 않는 인프라’를 물리적 현실로 드러내는 작업이다.
LG와 구겐하임 미술관이 올해 그를 수상자로 선정한 것도 이런 문제의식과 맞닿아 있다. AI 산업이 더 빠른 모델과 더 거대한 데이터 경쟁으로 치닫는 가운데, LG는 오히려 기술이 인간의 인식과 사회를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를 질문해온 작가를 선택했다.
페글렌은 기술 기업 내부 사람들을 단순히 비난하지도 않는다. 그는 많은 개발자들이 자신이 만드는 기술의 위험성을 이미 알고 있다고 말한다. 다만 기술이 어디까지 허용돼야 하는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부족하다고 본다.
그는 “우리가 기술을 어떻게 사용하고 싶은가뿐 아니라 ‘기술이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하는가’에 대한 논의가 훨씬 더 본격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것은 사용자와 기업, 규제기관 등 사회 전체가 함께 논의하고 합의를 만들어가야 하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한편 올해로 4회째를 맞은 LG 구겐하임 어워드는 LG와 구겐하임 미술관이 2022년부터 진행 중인 ‘LG 구겐하임 아트 & 테크 파트너십’의 대표 프로그램이다. 기술을 활용해 새로운 창의적 혁신을 만들어낸 예술가에게 수여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