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 자경단이 돌아왔다…美 30년물 금리 5.18%, 워시 연준 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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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2026년 5월 20일, 오전 11:59

[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미국 장기 국채금리가 금융위기 직전 수준까지 치솟으면서 월가에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중동 전쟁에 따른 유가 급등과 인플레이션 우려, 미국 재정적자 확대 가능성이 겹치며 투자자들이 장기 국채를 대거 팔아치운 결과다. 월가에서는 정부의 재정 확대와 중앙은행의 통화완화 움직임을 시장이 직접 견제하는 이른바 ‘채권 자경단(Bond Vigilantes)’이 돌아왔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뉴욕증권거래소 트레이딩플로어에서 트레이더가 심각한 표정으로 모니터를 바라보고 있다. (사진=AFP)
19일(현지시간) 뉴욕채권시장에서 미국 30년물 국채금리는 이날 장중 5.189%까지 오르며 2007년 7월 이후 약 19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10년물 국채금리도 4.683%까지 뛰며 지난해 1월 이후 최고 수준을 나타냈다. 채권금리 상승은 채권가격 하락을 의미한다.

특히 30년물 금리 급등은 단순한 시장 변동을 넘어 장기 인플레이션 기대와 재정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10년물 금리는 모기지와 자동차 대출, 신용카드 금리 등 미국 실물경제 전반의 차입 비용 기준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파장이 크다.

국채금리 급등 배경엔 국제유가 급등이 자리잡고 있다. 미국과 이란 간 충돌 여파로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웃돌면서 시장에서는 인플레이션이 다시 고개를 들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여기에 전쟁 비용 증가와 에너지 보조금 확대 가능성 등으로 미국 재정적자 부담까지 커지면서 장기채 매도세가 가속화하고 있다.

짐 라캠프 모건스탠리 웰스매니지먼트 수석 부사장은 CNBC 인터뷰에서 “올해 초만 해도 시장은 금리 인하를 기대했고, 그것이 증시 강세론의 핵심이었다”며 “하지만 이제는 오히려 금리 인상 가능성을 걱정하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실제 시장 분위기는 몇 달 전과 완전히 달라졌다. 올해 초만 해도 월가의 기본 시나리오는 경기 둔화에 따른 연준의 금리 인하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유가 급등과 견조한 고용시장, 재정적자 확대 우려가 동시에 나타나면서 ‘인하’보다 ‘동결’, 더 나아가 ‘인상’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이 변화는 오는 22일 제17대 연준 의장에 취임하는 케빈 워시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워시는 그동안 연준이 금리를 충분히 낮추지 않았다고 비판해왔고, 인공지능(AI)에 따른 생산성 향상이 장기적으로 더 낮은 금리를 가능하게 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도 해왔다. 하지만 그가 취임하는 순간의 시장 환경은 정반대다. 채권시장은 인플레이션 재확산 가능성을 우려하며 장기금리를 끌어올리고 있고, 연준 내부에서도 당분간 금리 인하 논의는 어렵다는 기류가 강하다.

수브라 라자파 소시에테제네랄 미국 리서치 책임자는 “워시는 인플레이션이 다시 상승하는 시점에 들어오고 있다”며 “그의 비둘기파적 성향은 시장 가격과 연준 동료들 모두에게 도전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준 내부에서는 일부 위원들이 다음 정책 방향이 금리 인하가 아니라 금리 인상일 수도 있다는 점을 정책 성명서에 더 명확히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마이클 페롤리 JP모건체이스 수석 미국 이코노미스트는 “사람들은 결국 위원회가 정책을 결정할 것이라는 점에 안도하고 있다”며 “워시가 올해 안에 금리 인하 논리를 설득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워시의 첫 과제가 금리 인하가 아니라 연준의 신뢰 유지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핵심은 연준이 정치적 압박 속에서도 인플레이션 대응 의지를 유지할 수 있느냐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인터뷰에서 워시가 금리 결정을 하도록 두겠다고 말했지만, 지난달까지만 해도 워시가 취임 직후 금리를 낮추지 않으면 실망할 것이라고 공개 압박한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워시가 취임 초반 지나치게 완화적인 신호를 보낼 경우 채권시장이 더 거칠게 반응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장기금리가 추가 상승하면 실제 가계와 기업이 부담하는 대출금리는 더 높아지게 된다.

장기금리 상승은 금융시장을 넘어 실물경제로 번질 수도 있다. 모기지 금리가 다시 오르면 주택시장과 소비가 위축될 수 있고, 기업들의 차입 부담도 커진다. 최근 뉴욕증시가 기술주 중심으로 흔들리는 것도 장기금리 급등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AI 기대를 등에 업고 상승해온 성장주는 미래 이익의 현재가치가 금리에 민감하기 때문이다.

가렛 멜슨 나틱시스인베스트먼트매니저솔루션 전략가는 “시장은 천천히 오르는 금리는 견딜 수 있지만, 계단식 급등이 나타나면 투자심리가 급격히 흔들린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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