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리아나처럼 빚에 짓눌린 사례가 급증하면서 브라질 정부가 대규모 ‘빚 탕감’ 정책에 나섰다. 현재 브라질에선 성인 2명 중 1명이 고금리에 시달리며 집세나 대출금을 제때 갚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스마트폰으로 손쉽게 돈을 빌릴 수 있게 된 환경 변화가 가계부채를 사회 문제로까지 키웠다는 분석이다.
(사진=AFP)
고금리로 상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브라질 중앙은행은 2024년 9월 이후 7차례 연속 금리를 올려 정책금리를 약 20년 만의 최고치인 15%대까지 끌어올렸다. 올해 3월 약 1년 10개월 만에 금리 인하로 돌아섰지만 가계 재정이 짓눌리는 상황은 계속되고 있다.
브라질 중앙은행에 따르면 자동차 대출 금리는 조건에 따라 다르지만 평균 연 30%에 이르며, 신용카드 리볼빙(리보) 결제 금리는 연 400%를 넘는다. 중앙은행 총재는 이런 고금리가 가계를 짓누르고 있다고 경고했다. 한번이라도 상환이 밀리면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기 때문이다.
결국 정부가 직접 대규모 채무자 지원에 나섰다. 월소득 8105헤알(약 244만원) 이하 개인과 학자금 대출을 안은 학생, 중소기업 등을 대상으로 채무를 최대 90% 줄여주거나 차환 금리를 월 1.99%로 낮춰 부담을 덜어주기로 했다. 정부는 연체자를 신용시장으로 다시 끌어들여 소비를 떠받치려는 구상이다. 최대 150억헤알(약 4조 5125억원)의 보증 한도도 마련해 금융기관의 채무 재조정을 뒷받침한다. 다만 가계 지원 확대가 물가 재상승이나 재정 규율 이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채무자가 급증한 배경에는 핀테크의 급성장이 자리하고 있다. 상환 능력이 부족한 사람도 스마트폰으로 손쉽게 돈을 빌릴 수 있게 됐고, 그 결과 고금리임에도 무분별하게 대출을 받는 사례가 급증했다. 본래라면 신용 위축이 일어날 법한 국면에서도 대출 시장은 핀테크 주도로 확대를 이어왔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브라질에서 핀테크를 통해 돈을 빌리는 사례는 2018년까지만 해도 거의 전무했으나 2023년에는 성인 인구의 약 40%인 약 6000만명으로 가파르게 늘었다.
이에 외국 자본도 브라질 핀테크 시장에 잇따라 진출하고 있다. 일본 크레디세종은 올해 안에 인터넷 은행을 설립해 개인사업자와 중소기업 대상 대출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다. 틱톡을 운영하는 중국 바이트댄스도 브라질에서 대부업 인가 취득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빚을 갚기 위해 또다른 빚을 지는 악순환도 빈번하다. 차량 호출 앱 운전기사인 카를로스(42)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6년 넘게 약 1만헤알(약 300만원)의 빚을 갚지 못하고 있다. 이자가 계속 불어나는 가운데 그는 정부 지원에 대해 “힘든 사람에게는 희망”이라면서도 “그 뒤로도 계속 갚아 나갈 자신은 없다. 늘 불안하다”고 토로했다. 이어 “빚을 갚기 위해 다시 돈을 빌릴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