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전장보다 0.16% 오른 7444.51에 거래를 마쳤고,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0.09% 상승한 2만6296.18을 기록했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0.56% 오른 5만288.26에 마감했다.
뉴욕증권거래소 (사진=AFP)
이날 시장은 중동 관련 헤드라인에 따라 롤러코스터 장세를 보였다. 장 초반 로이터통신이 복수 소식통을 인용해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모즈타바 하메네이가 농축 우라늄을 해외로 반출하지 말라고 지시했다”고 보도하면서 국제유가가 급등했다. 시장은 이를 미국과 이란 간 협상이 다시 꼬일 수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였다.
이란은 핵확산금지조약(NPT) 가입국으로서 우라늄 농축 권리가 있다고 주장하며 미국의 해외 반출 요구를 거부하고 있다. 현재 이란은 60% 수준으로 농축된 우라늄 약 440㎏을 보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핵무기 제조 임계점에 근접한 수준으로 평가된다.
특히 투자자들은 호르무즈 해협 상황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이란은 지난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 이후 호르무즈 해협 통항을 사실상 제한하고 있다. 미국 해군 역시 이란 항구를 드나드는 선박을 차단하는 봉쇄 조치를 시행 중이다. 이 여파로 글로벌 에너지 시장은 수십 년 만의 최악의 공급 충격 우려에 휩싸인 상태다.
여기에 이란이 오만과 함께 해협 통행료 체계 구축까지 논의 중이라는 보도까지 나오면서 시장 불안은 더욱 커졌다. 현재 글로벌 원유 해상 물동량의 핵심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이 장기간 봉쇄될 경우 국제유가 급등과 글로벌 인플레이션 재가속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확산됐다.
하지만 오후 들어 시장 흐름은 완전히 달라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집무실(오벌오피스)에서 “이란 전쟁은 매우 곧 끝날 것”이라며 “전쟁이 끝나면 휘발유 가격은 이전보다 더 낮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이란 핵 문제와 관련해서도 강경한 입장을 재확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고농축 우라늄을 계속 보유하게 둘 수 없다”며 “우리가 그것을 확보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그것을 필요로 하지도 원하지도 않는다”며 “확보한 뒤에는 아마(probably) 파괴하겠지만, 이란이 계속 보유하도록 두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AFP)
시장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미국과 이란 간 협상 진전에 대한 강한 자신감으로 해석했다. 실제로 미국과 이란은 최근 수주째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이란 핵 프로그램 제한, 대이란 제재 완화 등을 놓고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 역시 파이낸셜타임스(FT)를 통해 “좋은 신호(some good signs)가 있다”며 협상 진전 가능성을 언급했다. 다만 그는 “이란 체제는 다소 분열된 시스템(a little fractured)”이라며 과도한 낙관론은 경계했다.
FT에 따르면 파키스탄 중재단은 이날 테헤란을 방문할 예정이다. 파키스탄의 모신 나크비 내무장관은 최근 수주간 중재 작업을 주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 반관영 ISNA통신도 “미국의 최신 제안이 일부 격차를 좁혔다”고 평가했다.
시장은 결국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원유 공급 정상화 가능성을 반영하기 시작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은 배럴당 96.35달러로 2% 가까이 하락했고, 브렌트유도 2% 넘게 떨어진 102.5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글렌미드의 제이슨 프라이드 최고투자전략가는 “실적 시즌이 사실상 끝나가면서 시장의 시선이 다시 이란으로 돌아가고 있다”며 “앞으로 시장은 이란 관련 루머나 실제 합의 발표에 따라 움직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헌팅턴웰스매니지먼트의 마크 디자드 최고투자책임자(CIO)도 “취약한 휴전이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는 점이 시장에는 긍정적”이라며 “유가와 시장 심리는 모든 헤드라인에 극도로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그는 “이란과 미국 내부 핵심 인사들 외에는 실제 협상이 얼마나 진전됐는지 아무도 모른다”고 지적했다.
미 10년물 국채금리 추이 (그래픽=CNBC)
유가가 하락하자 미 국채금리도 상승폭을 줄였다. 미국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4.5%대 후반에서 움직였고, 30년 만기 국채금리는 5.1% 안팎을 나타냈다. 이틀간 금리가 다소 안정되긴 했지만, 10년물은 여전히 4.5%를 훌쩍 넘고 30년물은 5%를 웃도는 고금리 구간에 머물러 있다.
월가에서는 최근 “채권 자경단(bond vigilantes)이 돌아왔다”는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미국 재정적자 확대와 국채 발행 증가, 인플레이션 재가속 우려가 겹치면서 시장이 더 높은 금리를 요구하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최고경영자(CEO)도 이날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금리는 지금보다 훨씬 더 높아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세계 경제가 저축 과잉(saving glut)에서 저축 부족(not enough savings) 국면으로 이동하고 있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과거에는 중국과 산유국, 글로벌 투자자들이 미국 국채를 대거 매입하며 장기금리를 눌러왔지만, 이제는 미국 정부의 막대한 재정적자를 감당할 만큼 충분한 수요가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정부는 감세와 재정지출 확대 속에 국채 발행을 계속 늘리고 있지만, 주요 해외 투자자들의 매입 규모는 예전보다 줄어들고 있다.
다이먼은 “채권 금리는 올라갈 수 있다(Bond rates can go up)”며 “금리가 영원히 낮게 유지될 것이라고 믿는 것은 위험한 생각”이라고 경고했다.
실제 최근 30년물 국채금리는 5.18%까지 치솟으며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10년물 금리 역시 한때 4.68%까지 상승했다. 장기금리 상승은 기업 대출금리와 주택담보대출 금리, 기업 투자 비용까지 모두 끌어올리면서 미국 경제 전반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시장은 유가 상승이 다시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경우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 인하를 더 늦추거나, 심지어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열어둘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최근 공개된 연준 의사록에서도 일부 위원들은 “필요하다면 금리를 다시 올릴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지난주 미국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감소하며 노동시장이 여전히 견조한 모습을 보였다. 이는 연준이 경기 둔화보다 인플레이션 리스크에 계속 초점을 맞출 여지를 키우고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 제조업 경기 역시 기업들이 이란 전쟁에 따른 공급 차질과 원가 상승 가능성에 대비해 재고를 쌓으면서 4년 만에 가장 빠른 확장세를 기록했다.
미국 유통업체 월마트도 연료비 상승이 수익성을 압박하고 있으며 소비자 가격 인상 가능성도 있다고 경고했다. 월마트 최고재무책임자(CFO) 존 데이비드 레이니는 “높은 비용 환경이 지속된다면 2분기와 하반기 소매 물가 상승 압력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젠슨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이날 시장의 또 다른 관심사는 엔비디아였다. 엔비디아는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실적과 가이던스를 발표했고, 분기 현금배당도 주당 25센트로 인상했다. 하지만 주가는 1.8% 하락했다. AI 붐을 이끄는 핵심 기업인 만큼 투자자들의 눈높이가 이미 지나치게 높아진 탓이다.
일부 투자자들이 엔비디아의 강한 실적에도 차익실현에 나섰다. 엔비디아 주가는 올해 들어 이미 큰 폭으로 상승했지만, 시장에서는 향후 인텔과 AMD 등 경쟁사들과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이날 마이크로소프트가 생성형 AI 스타트업 앤스로픽에 자체 AI 칩을 공급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는 보도도 투자심리에 부담을 줬다. 앤스로픽은 오픈AI와 함께 대표적인 초거대 AI 기업으로 꼽히는 만큼 시장은 엔비디아 독점 구조가 조금씩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가능성을 주목하기 시작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자체 AI 칩 ‘마이아(Maia)’를 개발 중이며, 구글은 TPU, 아마존은 트레이니엄·인퍼런시아를 통해 엔비디아 의존도를 줄이려 하고 있다. AI 연산 비용이 급증하면서 빅테크들이 자체 칩 생태계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물론 당장 엔비디아의 지배력이 흔들리는 것은 아니다. AI 학습과 추론용 반도체 시장에서 엔비디아 GPU는 여전히 사실상 표준으로 쓰이고 있고, 공급 부족이 이어질 정도로 수요도 강하다. 하지만 시장은 이제 단순히 AI 수요가 얼마나 크냐보다 그 수요를 누가 가져가느냐를 보기 시작했다.
엔비디아가 호실적을 내고도 주가가 하락한 배경에는 지나치게 높아진 기대치와 함께 빅테크 자체 칩 경쟁이 엔비디아 독점 프리미엄을 일부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함께 작용한 셈이다.
◇美, 양자컴퓨터 기업에 3조원 지원 추진…정부 지분투자도
이날 시장에서 양자컴퓨터 관련 종목들이 일제히 급등하기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양자컴퓨팅 기업들에 대규모 자금을 지원하는 대신 일부 지분을 확보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는 소식이 투자심리를 자극했다.
특히 IBM은 미국 정부가 양자컴퓨팅 프로젝트 지원 대상 기업 가운데 하나로 거론되면서 12.4% 상승했다. 이와 함께 디웨이브퀀텀(33.4%), 리게티컴퓨팅(30.6%), 인플렉션(31.5%), 글로벌파운드리스(14.9%) 등 관련 종목들도 급등세를 나타냈다.
앞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 상무부가 IBM을 포함한 9개 양자컴퓨팅 기업에 총 20억달러 규모 자금을 지원하고, 일부 기업 지분까지 확보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보도했다. 시장에서는 이를 미국 정부가 AI에 이어 양자컴퓨팅을 차세대 전략 산업으로 본격 육성하기 시작했다는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양자컴퓨터는 기존 컴퓨터가 0과 1의 비트(bit) 기반으로 계산하는 것과 달리, 동시에 여러 상태를 표현할 수 있는 ‘큐비트(qubit)’를 활용해 초고속 연산을 수행하는 기술이다. 특정 문제에서는 기존 슈퍼컴퓨터로 수년 이상 걸리는 계산을 수분 또는 수초 만에 처리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AI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양자컴퓨팅에 대한 기대감도 빠르게 커지고 있다. AI 모델이 갈수록 거대해지면서 연산량과 전력 소모가 폭증하고 있는데, 양자컴퓨터가 향후 신약 개발과 금융 시뮬레이션, 암호 해독, 국방, 소재 개발 등 초고난도 연산 분야에서 게임체인저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다.
월가에서는 최근 양자컴퓨터 관련 종목들이 사실상 ‘차세대 AI 테마주’처럼 움직이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다만 아직은 상용화 초기 단계인 만큼 변동성이 매우 크고, 상당수 기업이 실질적인 수익보다 기대감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점은 리스크 요인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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