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양자컴퓨터 기업에 3조원 베팅…디웨이브 퀀텀 33.4% 폭등(종합)

해외

이데일리,

2026년 5월 22일, 오전 07:14

[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미국 정부가 차세대 전략 기술로 꼽히는 양자컴퓨터 산업 육성을 위해 20억달러(약 3조원) 규모의 지원금을 지급하고 관련 기업 지분까지 직접 확보하기로 했다. 인공지능(AI)에 이어 양자컴퓨팅이 차세대 기술 패권 경쟁의 핵심 분야로 떠오르자, 미국 정부가 반도체·AI에 이어 양자 산업에도 본격적으로 국가 차원의 베팅에 나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2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 CNBC 등에 따르면 미 상무부 산하 국립표준기술연구소(NIST)는 IBM을 포함한 9개 양자컴퓨팅 기업과 총 20억달러 규모 지원 계획에 대한 의향서(LOI)를 체결했다.

미 정부는 단순 보조금 지급을 넘어 각 기업의 소수 지분도 확보할 예정이다. 다만 해당 지분은 경영권을 행사하지 않는 비지배 지분 형태로 알려졌다. 정부가 기술 기업에 직접 투자자로 참여해 산업 육성에 나서는 셈이다.

이번 지원은 2022년 제정된 ‘반도체 및 과학법(CHIPS and Science Act)’ 재원을 활용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IBM에 10억달러…“美 첫 양자 파운드리 구축”

가장 큰 수혜 기업은 IBM이다. IBM은 미 상무부로부터 10억달러를 지원받을 예정이다. 이는 전체 지원금의 절반 수준이다. IBM은 지원 계획 발표 이후 이날 12.4% 상승 마감했다.

IBM은 현재 양자컴퓨터 개발 경쟁에서 가장 앞선 기업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양자컴퓨터는 기존 컴퓨터가 처리하기 어려운 초고난도 계산 문제를 훨씬 빠르게 해결할 수 있는 차세대 컴퓨팅 기술이다.

기존 컴퓨터는 정보를 0 또는 1 가운데 하나로만 처리하는 ‘비트(bit)’ 기반으로 작동한다. 반면 양자컴퓨터는 동시에 0과 1 상태를 가질 수 있는 ‘큐비트(qubit)’를 활용한다. 이론적으로는 여러 가능성을 동시에 계산할 수 있어 특정 문제에서는 기존 슈퍼컴퓨터보다 압도적으로 빠른 연산이 가능하다.

특히 신약 개발, 화학 시뮬레이션, 금융시장 최적화, 기후 예측, 암호 해독, 군사 기술, AI 학습 등 초고난도 계산이 필요한 분야에서 혁신적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예컨대 신약 개발 과정에서는 수많은 분자 조합과 상호작용을 계산해야 하는데, 양자컴퓨터가 이를 획기적으로 단축할 수 있다는 기대가 크다.

다만 아직은 상용화 초기 단계다. 양자 상태는 외부 충격과 온도 변화에 매우 민감해 오류가 쉽게 발생하고, 이를 안정적으로 제어하기 위해 초저온 환경과 고도의 오류 보정 기술이 필요하다. 현재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과 스타트업들은 실험실 수준의 기술을 실제 산업 현장에 적용 가능한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

이번 지원 계획 발표 이후 IBM은 미국 정부와 협력해 미국 최초의 ‘목적형 양자 파운드리(quantum foundry)’를 구축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IBM은 “이번 프로젝트는 미국의 양자 혁신을 가속화하고 다양한 기업들을 위한 첨단 양자 웨이퍼 생산을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IBM은 이번 사업을 위해 ‘앤더론(Anderon)’이라는 신규 회사를 설립하고 자체 자금 10억달러를 추가 투자할 계획이다. 정부 지원금 10억달러에 IBM의 자체 투자 10억달러를 더해 총 20억달러 규모의 양자 반도체 생산 기반을 조성하는 구조다.

앤더론은 뉴욕주 올버니에 본사를 둔 독립 회사 형태로 운영되며, 최첨단 300㎜ 양자 웨이퍼 생산시설을 구축하게 된다. IBM은 이를 통해 미국 내 양자 반도체 공급망을 강화하고, 여러 기업이 활용할 수 있는 양자 칩 생산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IBM은 “양자 산업은 2040년까지 최대 8500억달러 규모의 경제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며 “미국 경제 성장과 국가안보 강화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디웨이브·리게티 급등…양자컴퓨터 테마주 들썩

다른 기업들에 대한 지원도 이어진다. 반도체 위탁생산업체 글로벌파운드리스는 3억7500만달러를 지원받을 예정이다. 디웨이브 퀀텀과 리게티 컴퓨팅, 비상장 기업 인플렉션은 각각 1억달러 규모 지원 대상에 포함됐다. 스타트업 디라크는 3800만달러를 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디웨이브는 양자 어닐링 방식에 강점을 가진 기업이고, 리게티는 초전도 큐비트 기반 양자컴퓨터 개발에 집중해왔다. 아이온큐는 이온트랩 방식 양자컴퓨터를 개발하는 대표 기업으로 꼽힌다. 업계에서는 아직 어떤 방식이 최종 표준으로 자리 잡을지 확정되지 않은 만큼, 미국 정부가 여러 기술 방식에 분산 투자해 가능성을 넓히는 전략을 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디웨이브 퀀텀은 이날 33.4% 상승 마감했고, 리게티 컴퓨팅도 30.6% 올랐다. 정부 지원 대상에 직접 포함되지 않은 양자 관련주들도 동반 강세를 나타냈다. 아이온큐는 12.2%, 퀀텀컴퓨팅은 19.4% 상승 마감했다.

최근 월가에서는 양자컴퓨팅이 AI 이후 가장 강력한 차세대 기술 테마로 부상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AI가 데이터센터와 그래픽처리장치(GPU), 전력 인프라 투자 붐을 촉발했다면, 양자컴퓨팅은 차세대 반도체·소재·국방·보안 산업 전반을 다시 재편할 수 있는 기술로 거론된다.

◇“반도체·AI 이어 양자”…美·中 기술패권 새 전장

특히 양자컴퓨터는 현재 인터넷 보안의 기반이 되는 암호체계를 무력화할 가능성도 있어 안보 차원의 중요성이 크다. 반대로 양자암호 기술은 해킹이 사실상 불가능한 통신망 구축에 활용될 수 있다. 이 때문에 미국과 중국, 유럽연합(EU) 등 주요국은 양자기술을 단순 산업 기술이 아니라 전략 안보 기술로 분류해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미국 정부가 직접 지분 투자까지 추진하면서 시장에서는 “미국이 반도체와 AI에 이어 양자컴퓨팅에서도 중국과의 기술 패권 경쟁에 본격적으로 나섰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트럼프 행정부 역시 양자컴퓨팅을 국가 안보와 산업 경쟁력의 핵심 축으로 보고 있다.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은 앞서 성명을 통해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혁신의 새로운 시대로 세계를 이끌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정부의 산업정책 방향이 기존의 보조금 중심에서 ‘보조금+지분투자’ 모델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정부가 초기 산업의 위험을 일부 떠안는 대신, 향후 기업 가치가 오를 경우 납세자도 투자 수익을 공유할 수 있다는 논리다.

다만 일각에서는 아직 상용화까지 시간이 필요한 양자컴퓨팅 분야에 정부가 직접 지분투자에 나서는 것이 지나치게 위험하다는 지적도 있다. 기술 방식별 승자가 명확하지 않고, 실제 수익 창출까지는 수년 이상 걸릴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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