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세금으로 측근 보상 추진 논란…공화당도 등 돌렸다

해외

이데일리,

2026년 5월 22일, 오전 11:28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신의 측근들에게 세금으로 보상금을 지급하기 위해 추진해온 18억달러 규모 기금이 논란에 휩싸였다. 같은 당인 공화당마저 반발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역점을 두고 추진해온 이민 단속 예산안 표결까지 연기됐다.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이 2기 집권 이후 가장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AFP)
◇이민 예산안 발목 잡은 ‘측근 보상기금’

21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공화당 상원 지도부는 이날 약 720억달러(약 108조 7420억원) 규모의 이민 단속 예산안 표결을 다음달로 미루기로 했다. 이른바 ‘반(反)무기화 기금’(Anti-Weaponization Fund)을 둘러싼 당내 이견 때문이다. 당초 트럼프 대통령은 이민 단속 예산안을 다음달 1일까지 처리하라고 요구했으나, 기금 논란에 발목이 잡히면서 메모리얼 데이(미국 현충일) 연휴를 앞두고 표결 자체가 무산됐다.

이 기금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 국세청(IRS)을 상대로 제기한 100억달러(약 15조 1030억원) 규모 소송을 취하하는 대가로 마련됐다. 이전 행정부에 의해 부당하게 ‘무기화’(수사·기소 등으로 표적이 됐다는 의미)됐다고 주장하는 인사들에게 보상금을 지급하는 것으로, 정식 규모는 미 건국연도(1776년)를 상징하는 17억 7600만달러(약 2조 6800억원)다.

트럼프 대통령 측근들은 2021년 1월 6일 의회 의사당 난입 사태로 기소된 약 1600명에게 보상의 길이 열렸다며 환영했다. 실제로 2020년 흑인 인권 시위대에 총을 겨눠 논란이 됐던 변호사 마크 매클로스키, 트럼프 대통령의 사면을 받은 전 프라우드보이스 지도자 엔리케 타리오 등 측근·지지자들이 신청 의향을 밝히며 줄을 서고 있다.

문제는 의사당 난입 사태로 유죄 판결을 받은 이들까지 보상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공화당 의원들은 이날 점심 회동에서 토드 블랜치 법무장관 대행에게 누가 보상 대상이 되는지, 의사당 공격자들이 혜택을 받지 못하게 할 안전장치는 무엇인지 등을 캐물었다. 그러나 두 명의 공화당 보좌진은 블랜치 대행이 이 질문들에 충분히 답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존 슌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회동 후 기자들에게 “많은 의원이 우려하고 있어 백악관 당국자들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커지는 당내 반발…중간선거 앞두고 ‘이탈’ 조짐

기금 신설에 대한 비판도 잇따랐다. 정계 은퇴를 앞둔 톰 틸리스 공화당 상원의원은 “결국 우리 납세자의 돈으로, 경찰관을 폭행하고 유죄를 인정해 유죄 판결을 받은 뒤 사면된 누군가에게 보상하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며 “말도 안 된다”고 지적했다. 메인주에서 재선에 도전하는 수전 콜린스 공화당 상원의원도 2021년 의사당 난입 사태를 거론하며 “1월 6일 당시 경찰관에게 폭력을 행사해 유죄 판결을 받은 이들이 법률 비용을 변상받을 자격이 있다고 보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번 반발은 중간선거를 앞두고 공화당 내 이탈 조짐이 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의원들은 기금에 대한 납세자 자금 사용 승인을 미루는 한편, 재무부가 트럼프 대통령의 해외 우방을 지원하는 데 자금을 쓰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법안도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하원에서도 브라이언 피츠패트릭(공화)·톰 수오지(민주) 의원이 이 기금에 연방 자금 사용을 막는 초당적 법안을 발의했다.

◇과도한 경선 개입까지…트럼프-공화당 균열 최고조

트럼프 대통령의 잇단 경선 개입도 반발에 기름을 부었다. 그는 최근 텍사스주 경선에서 4선 현역인 존 코닌 상원의원 대신 그를 위협하는 켄 팩스턴 텍사스 법무장관을 지지해 동료 의원들을 충격에 빠뜨렸다. 앞서 빌 캐시디 상원의원도 트럼프 대통령이 지지한 상대에게 경선에서 패했다. 슌 원내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의 경선 개입이 기금에 대한 반발을 키웠다는 점을 인정하며 “이곳에서 벌어지는 일을 주변 정치 분위기와 떼어놓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 동관 자리에 추진 중인 무도회장의 보안 예산 10억달러(약 1조 5100억원)도 도마에 올랐다. 상원 의사진행 심판관이 이 예산이 규정에 맞지 않는다며 제동을 걸자, 트럼프 대통령은 심판관 해임을 요구했다. 다만 공화당 의원들은 심판관이 승인했더라도 이 예산을 통과시킬 표가 부족했다고 밝혔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공화당이 완전히 혼란에 빠졌다. 서로 합의하지 못하고 서로에게 화가 나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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