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는 AI인데 판사는 사람…美법원 과부하

해외

이데일리,

2026년 5월 26일, 오전 11:40

[이데일리 김겨레 기자] 미국에서 생성형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법률 대리인 없이 ‘셀프 소송’에 나서는 경우가 급증하면서 법원 업무가 급증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변호사의 업무를 AI가 빠른 속도로 대체하는 가운데 판사 업무에 AI 도입은 더디게 진행되면서 괴리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의 연방대법원 건물에 ‘정의의 성찰’을 의미하는 조각상이 세워져 있다. (사진=AFP)
미 법원행정처에 따르면 미국에서 발생하는 전체 소송 가운데 3분의 1은 법률대리인 없이 스스로 소송을 진행하는 ‘본인 소송’이다. 본인 소송을 제기하는 사람들 상당수는 법률 도서관의 판례를 찾아 시민권을 주장하거나 교도소 환경에 이의를 제기하는 수감자들이다. 변호사 수임료를 마련할 여력이 없거나 스스로를 가장 잘 대변할 수 있다고 믿는 일반인들도 당사자 소송을 제기한다.

본인 소송은 법률 전문성 부족으로 패소 확률이 상대적으로 높다. 이 때문에 수감자를 제외한 당사자 소송 비율은 2020년 11%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16.8%로 급증했다. 메사추세츠공대와 사우스캘리포니아대 연구진이 무작위로 추출한 1600건의 본인 소송을 분석한 결과 AI로 생성한 것으로 보이는 문구가 포함된 비중은 2019년 0%에서 올해 18%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AI를 이용한 본인 소송은 정형화된 문서 작성이 많은 단순 사건이 많았으며, 변호사의 전문적인 개입이 필요한 복잡한 사건에서는 활용도가 낮았다.

AI를 활용한 본인 소송이 급증하면서 미 법원은 과부하를 호소하고 있다. 본인 소송 사건이 제기 후 180일 동안 법원에 새로 생성된 문서량은 지난해 158% 증가했다. AI가 사건을 과장하거나 왜곡하는 경향이 있는 데다 법적 근거가 부족한 주장을 법률 용어처럼 보이는 단어를 만들어 문서를 작성해 법원의 서류 처리 복잡도도 증가하고 있다. 미네소타지방법원에서 본인 소송 서류를 검토하는 변호사 스티븐 도노휴는 지난해 3월부터 수감자가 아닌 사람들의 본인 소송 제기 건수가 50% 증가했다고 밝혔다.

법원이 AI를 활용한 소송을 막을 방법은 현재로선 없지만 AI 서류에 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는 경향도 나타나고 있다. 일례로 재판에서 판례를 잘못 인용하거나 허구의 판례가 등장할 경우 판사들은 변호사가 아닌 사람에게는 관대한 태도를 보이는 경우가 많았으나 AI에는 관용을 베풀지 않는 것이다. 버지니아 켄달 일리노이주 연방 판사는 지난 3월 이 같은 사례에 “존재하지 않는 판례를 지어내 법원의 시간을 낭비했다”며 벌금을 부과했다.

AI가 소송 비용을 감당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 법률 시스템을 개방하는 긍정적 효과도 있다. 마이클 스커더 제7 순회 항소법원 판사는 “AI는 변호사를 선임하거나 스스로를 변호할 자원이 부족한 사람들에 사법 접근성을 향상시키는 가능성을 제시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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