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日·인도·호주, 피지 항구 건설·핵심광물 협력 선언

해외

이데일리,

2026년 5월 26일, 오후 04:10

[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미국·일본·인도·호주 4개국 협의체 ‘쿼드(Quad)’ 외교장관들이 26일(현지시간) 인도 뉴델리에서 회의를 열고 피지 항구 공동 건설, 핵심광물 공급망 협력, 인도·태평양 에너지 안보 이니셔티브 출범 등을 발표했다.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글로벌 공급망 충격이 현실화한 가운데 쿼드가 역내 경제 안보 협력의 실질적 성과를 내놓으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페니 웡(왼쪽부터) 호주 외교장관, 수브라마냠 자이샨카르 인도 외교장관,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이 26일(현지시간) 인도 뉴델리 하이데라바드하우스에서 열린 쿼드(Quad) 외교장관 회의를 앞두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이번 회의에는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 수브라마냠 자이샨카르 인도 외교장관,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 페니 웡 호주 외교장관이 참석했다. 2024년 9월 이후 세 번째 외교장관급 회의다.

◇피지 항구 건설…쿼드 첫 공동 인프라 프로젝트

쿼드 4개국은 피지와 협력해 항만 인프라를 구축하는 첫 공동 인프라 프로젝트를 공식화했다. 루비오 장관은 “태평양 도서국의 부족한 항만 용량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며 “고품질·고회복력 인프라를 공동으로 제공할 수 있는 실질적인 능력의 시연”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 프로젝트는 중국이 태평양 도서국에 대한 인프라 투자를 빠르게 확대하는 흐름에 맞불을 놓는 성격도 있다.

◇핵심광물·에너지 협력 틀 구축

루비오 장관은 ‘인도·태평양 에너지 안보 이니셔티브’ 출범과 함께 핵심광물 공급망 강화를 위한 협력 프레임워크도 공개했다. 경제 정책 수단 활용, 투자 조율, 채굴·가공·재활용 전반에 걸친 공조가 골자다.

특히 중국이 외교 분쟁에 대한 보복으로 항공우주·방산·반도체에 쓰이는 일부 핵심광물의 대(對)일본 수출을 제한한 이후, 일본의 공급망 다변화 필요성이 커진 상황에서 이 프레임워크가 주목된다.

한국도 중국산 핵심광물 의존도가 높은 만큼, 이번 쿼드 협력 틀이 역내 공급망 재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시할 필요가 있다.

◇호르무즈 사태 그림자…“통행세 반대”

이번 회의는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통행세 부과 방안을 논의하는 가운데 열렸다. 이란은 지난 2월 말 미국·이스라엘의 공습을 계기로 해협을 사실상 봉쇄한 상태다. 웡 호주 외교장관은 역내가 “극심한 경제적 압박”에 직면했다고 진단하며 이란의 통행세 구상에 명확히 반대 입장을 밝혔다.

자이샨카르 인도 외교장관은 회의를 “실질적이고 생산적”이라고 평가하며, 안전하고 방해받지 않는 해상 통상 확보에 논의를 집중했다고 전했다.

◇정상회의는 언제…“동력 회복 숙제”

쿼드는 최근 동력 저하 논란을 안고 있다. 지난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간 관세 갈등 등 마찰로 정상회의를 열지 못했다. 인도는 트럼프 대통령의 방문을 추진해왔으며, 이것이 정상회의와 연계될 가능성이 있다. 루비오 장관은 주말 사이 “올해 안에 정상회의를 추진하겠다”고 밝혔으나, 이날 외교장관들은 구체적인 일정을 내놓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정상급 회의 부재가 쿼드의 위상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내면서도, 장관급·실무급에서 성과를 지속적으로 축적하면 정상회의 없이도 실효성을 유지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번 회의 결과를 계기로 쿼드가 실질적 협력 기구로서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지, 호르무즈 봉쇄 위기 속에서 역내 해양 안보 협력이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을지 등이 향후 관전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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