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라리 첫 순수 전기차 베일 벗었지만…주가는 7% 급락

해외

이데일리,

2026년 5월 26일, 오후 05:35

[이데일리 임유경 기자] 이탈리아 럭셔리 스포츠카 제조업체 페라리가 첫 순수 전기차(EV) 모델인 ‘루체(Luce)’를 공개했다. 포르쉐와 람보르기니를 비롯한 경쟁사들이 수요 부진을 이유로 전기차 사업을 축소하고 있는 가운데 내놓은 승부수로 평가된다. 시장에서는 고급 전기차 수요에 대한 회의적인 전망이 부각되면서, 루체 공개 다음 날인 26일(현지시간) 페라리 주가는 급락했다.

페라리의 첫 순수 전기차 모델 루체(사진=페라리)
미 경제매체 CNBC 등에 따르면 이날 밀라노 증시에서 오전 한때 페라리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7% 급락한 289.00유로를 기록했다. 페라리 주식은 지난 12개월 동안 약 27% 하락한 상태다.

페라리가 첫 순수 전기차를 공개했지만 시장에서는 고급 전기차 시장에 대한 회의론이 우세한 분위기다. 자동차 업계 침체와 무역 갈등 속에서도 높은 수익성을 유지해온 페라리가 전기차 수요를 오판한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뉴욕타임즈(NYT)는 전했다.

고급 전기차 시장은 전반적으로 성장세가 둔화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과 전기차 수요 둔화가 겹치면서다. 이에 따라 포르쉐와 람보르기니 등 다른 고급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전기차 수요 부진을 이유로 전기차 전환 계획을 연기하거나 축소하고 있다.

(사진=페라리)
전날 페라리는 이탈리아 로마에서 행사를 열고 루체를 공개했다. 루체는 5인승 사륜구동 전기차로 최고속도는 시속 320㎞(약 200마일)에 달한다. 1회 충전 주행거리는 약 530㎞다.

디자인은 기존 페라리 스포츠카와 차별화했다. 루체는 4도어 구조와 넓은 적재 공간을 갖춰 전통적인 페라리 스포츠카보다 고성능 GT(그랜드 투어러)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회사는 개발 과정에서 애플의 전 최고디자인책임자(CDO) 조니 아이브가 설립한 디자인 회사 러브프롬과 협업했다. 페라리 회장인 존 엘칸이 직접 협력을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랜 기간 자동차 업계의 관심사는 전기차에서도 페라리 특유의 엔진 사운드를 구현할 수 있을지 여부였다. 페라리는 차축 중앙에 가속도계를 설치해 차량 구동 부품에서 발생하는 자연스러운 소음과 진동을 수집·증폭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이를 통해 가속 시 독특한 사운드를 연출한다는 설명이다.

관건은 전통적인 페라리 고객들이 전기차를 얼마나 받아들일지 여부다. 루체의 판매 가격은 이탈리아 기준 55만 유로(약 9억 6000만원)로 책정됐다.

이번 순수 전기차 출시는 페라리 역사상 가장 큰 승부수 중 하나로 평가된다. 전기차 수요 둔화로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잇달아 전동화 계획을 축소하거나 연기하는 상황에서 나온 만큼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시장에서는 루체의 흥행 여부가 페라리의 중장기 성장 전략을 가늠할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페라리는 지난해 10월 시장 기대에 못 미치는 성장 전망을 제시한 데 이어 전기차 전환 목표도 일부 후퇴시켰다. 회사는 현재 2030년 판매 차량 가운데 순수 전기차 비중을 20%로 예상하고 있는데, 이는 2022년 제시했던 40% 목표의 절반 수준이다.

베네데토 비냐 최고경영자(CEO)는 전기차 사업에 대한 낙관론을 유지했다. 그는 “전기 페라리가 출시되면 그때서야 고객이 되겠다는 사람들도 있다”며 “전기차가 새로운 고객층을 끌어들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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