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일리노이주 스코키의 한 주유소에서 시민들이 차량에 기름을 넣고 있다. (사진=AFP)
다이앤 스웡크 KPMG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전쟁이 공급망을 뒤흔들고 있어 설령 해협이 내일 다시 열린다 해도 물가는 이전보다 더 높이 밀어 올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영국 노동자들도 비슷한 처지다. 보너스를 제외한 영국의 1~3월 평균 실질임금은 전년 동기 대비 0.1% 증가하는 데 그쳤다. 앞으로 몇 달간 물가 상승이 이어지면 채용 부진 속에 임금이 아예 감소세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된다. 영국은 이란 전쟁 발발 시점에 이미 실업률이 오르고 일자리 공고가 5년 만의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는 등 노동자들의 협상력이 약해진 상태였다. 영국 정부가 지난주 여름 여행·외식에 대한 부가가치세 인하와 유류세 인상 연기 등 가계 지원책을 내놨지만, 2008년 이후 네 번째 실질임금 감소기를 막기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유로존 역시 상황이 녹록지 않다. 노동자들은 2022년 물가 급등기에 잃었던 임금을 이제 막 회복하기 시작했지만, 이번 에너지 충격이 새로운 타격을 가하고 있다. 지난해 피고용자 1인당 보수는 실업률이 사상 최저 수준을 맴돈 가운데 약 2% 늘었지만, 유럽중앙은행(ECB)이 집계하는 협상 임금 지표를 보면 고용 불안을 우려하는 노동자들이 올해는 그만큼 넉넉한 인상을 따내기 어려워진 것으로 나타났다. 판테온매크로이코노믹스의 클라우스 비스테센은 올해 유로존 전반의 실질임금 상승률이 0%에 가까울 것으로 봤으며, 소비자를 보호할 재정 여력이 없는 프랑스 같은 나라에선 이미 “깊은 마이너스”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실질임금 감소는 각국 정책 당국에 두 갈래 고민을 안기고 있다. 하나는 주머니가 얇아진 가계가 지갑을 닫으면서 소비가 위축되고, 줄어든 수요에 기업들이 일자리마저 줄여 전쟁발 경기 충격이 더 깊어지는 경우다. 다른 하나는 노동자들이 임금을 끌어올리는 데 성공해, 에너지 가격이 내린 뒤에도 물가 상승 압력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 경우다.
전망은 엇갈린다. 마이클 페롤리 JP모건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실질임금 감소는 전적으로 중동 분쟁 때문”이라며 “호르무즈 해협이 다시 열리고 에너지 가격이 후퇴하면 실질임금이 다시 늘어나기 시작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반면 스웡크 이코노미스트는 높은 물가가 “기업 이익률을 갉아먹고 채용에 타격을 줄 것”이라며 “그런 식으로 끈질긴 물가 상승이 노동시장 문제로 번지게 된다”고 우려했다.
앤드루 케닝엄 캐피털이코노믹스 유럽 담당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이번 이란 전쟁의 충격이 2022년 에너지 위기보다는 작지만, 유로존 경제가 완만한 경기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짚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