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AI칩, '일본 경유' 중국 밀수됐나…대만 검찰 첫 단속

해외

이데일리,

2026년 5월 27일, 오후 02:13

[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엔비디아의 고급 인공지능(AI) 반도체가 일본을 경유해 중국으로 밀수된 것으로 의심되는 경로가 포착됐다. 대만 검찰이 이와 관련해 3명을 구금하고 서버 약 50대를 압수했으나, 이미 홍콩까지 도달한 선적물이 있는 것으로 확인돼 파장이 예상된다.

(사진=AFP)
27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대만 지룽지방검찰청은 지난주 3명을 구금했다. 이들은 미국 수출 허가 없이 대(對)중국 판매가 금지된 엔비디아 고급 칩이 탑재된 슈퍼마이크로 컴퓨터 서버 수출 서류를 위조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번 단속은 미국의 수년에 걸친 압박 끝에 이루어진 대만 최초의 공개적인 AI 칩 우회 수사다.

◇“최소 1건 이미 홍콩 도달”

당국은 피의자들이 위조 서류를 준비한 서버 약 50대를 압수했다. 그러나 수사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보다 앞선 선적물 최소 1건은 이미 대만 세관을 빠져나간 상태다. 해당 선적물은 일본을 거쳐 홍콩에 도달했다. 홍콩은 중국 본토로 향하는 하드웨어의 주요 중간 경유지로 지목돼 왔다. 구체적인 밀수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다.

수사 관계자들은 피의자들이 당국에 압수된 서버 묶음 역시 일본을 중간 경유지로 활용할 계획이었다고 전했다.

◇일본 경유 루트 첫 적발…동남아 이어 새 우회로

이번 수사가 주목받는 것은 경유지가 일본이라는 점 때문이다. 기존 AI 칩 우회 사건들은 동남아시아 경유 루트에 집중됐다. 일본은 미국의 핵심 군사 동맹국이자 인도·태평양 전략의 요충지다. 블룸버그는 대만 검찰이 일본 경유 AI 칩 밀수 루트를 수사 대상으로 삼은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알려진 사례라고 전했다.

일본 재무성 세관국과 경제산업성은 관련 질의에 답변하지 않았다. 도쿄가 대만 당국과 소통하고 있는지도 확인되지 않았다.

한편 일본은 중국 기업이 미국 AI 칩에 합법적으로 접근하는 거점 중 하나이기도 하다. 외국 기업 소유의 해외 데이터센터 내 하드웨어를 임차하는 방식이 대표적으로, 이는 미국 수출 통제 규정상 일반적으로 허용된다. 미국의 첨단 AI 칩 대중 수출 통제는 AI 기술이 중국군의 군사력 강화에 활용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 2022년 처음 시행됐다.

◇美, 관련 형사 사건 5건 이상 진행 중

미국 정부의 수출 통제 집행은 최근 들어 뚜렷이 강화되는 분위기다. 미국 검찰은 현재 반도체 우회와 관련된 형사 사건 최소 5건을 진행 중이다. 대만·싱가포르에서도 칩 수출 사기 사건이 수사 중이다. 이 두 나라는 별도의 반도체 수출 통제 규정이 없어 자국 법률로 대응하고 있다.

대만 당국은 엔비디아와 슈퍼마이크로에 대해서는 혐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이번 주 대만을 방문 중인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23일 타이베이 도착 후 취재진에게 “결국 슈퍼마이크로는 자사를 스스로 경영해야 한다”며 “앞으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규정 준수를 강화하고 개선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엔비디아는 별도 논평을 내놓지 않았다.

슈퍼마이크로는 “자사의 강력한 컴플라이언스(규정 준수) 체계는 엔비디아 등 파트너사와의 긴밀한 협력 아래 엄격한 실사로 뒷받침된다”고 해명했다. 이어 “최근 사건들은 공급망 보호와 수출 통제법 집행 강화를 위한 업계 차원의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점을 부각시킨다”고 덧붙였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14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환영식 후 취재진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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