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꼭 만나야"…中 반체제 인사, 고무보트 타고 한국으로 탈출

해외

이데일리,

2026년 5월 27일, 오후 04:42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중국의 한 반체제 인사가 작은 고무보트에 몸을 싣고 30시간 넘게 바다를 건너 한국에 도착했다. 캐나다에서 난민 지위를 얻은 가족과 재회하기 위해 그가 중국 탈출을 시도한 것만 이번이 네 번째다.

중국 반체제 인사 둥광핑. 2014년 중국 구금 당시 변호인 접견 과정에서 촬영된 사진이다. (사진=CNN방송, 구수화 제공)
27일(현지시간) CNN방송에 따르면 중국의 전직 경찰관 출신 반체제 인사 둥광핑(68)은 고무보트를 타고 중국을 탈출해 지난 25일 한국 해양경찰에 구조됐다. 한국 해경은 25일 저녁 어민들이 미확인 선박을 발견해 신고했으며, 보트에 타고 있던 사람은 60대 중국인 남성이라고 확인했다. 다만 개인정보보호법을 이유로 신원은 공개하지 않았다.

둥광핑의 변호인과 동료 활동가에 따르면 그는 중국 산둥성 동부 연안도시 웨이하이를 출발해 30시간 넘게 바다 위에 있었다고 한다. 중국계 캐나다인 활동가 성쉐는 “전화통화로 이야기했을 때 그는 ‘내가 해냈다’고 말했다. 무척 자랑스러워했다”고 CNN에 전했다.

둥광핑은 충남 태안 인근 해안에 다다랐을 무렵 보트 엔진이 고장 났고, 이틀간 잠을 자지 못해 정신을 잃기 직전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성쉐는 “그가 해안 가까이 다다른 건 행운이었다. 바다 위 작은 보트라 통제하기가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둥광핑의 한국 도착은 이재명 정권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CNN은 짚었다. 이 대통령이 지난해 취임 이후 중국과의 불안정한 관계를 재설정하려 노력해왔기 때문이다. 국제 인권단체 ‘중국인권’(HRIC)은 한국 정부에 그를 보호하고 중국으로 돌려보내지 말 것을 촉구했다. 이 단체는 “70세를 바라보는 사람이 작은 고무보트로 망망대해를 건너야 했다는 사실 자체가 중국 인권 상황에 대한 참담한 고발”이라고 강조했다.

둥광핑은 중국 허난성 정저우에서 경찰로 일하다 1989년 톈안먼 민주화 시위 유혈 진압을 추모하는 활동에 연루돼 해직됐다. 이후 활동을 이어가다 2001년 3년간 수감됐고, 2014년 톈안먼 희생자 추모 행사에 참여했다가 다시 체포됐다.

둥광핑은 2015년 아내, 딸과 함께 태국으로 탈출해 유엔에 난민 지위를 신청했다. 아내와 딸은 캐나다로 옮겨갔지만, 가족과 인권단체의 호소에도 둥광핑은 태국 당국에 의해 강제로 중국으로 송환됐다. 이후 그는 3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수감됐다 2019년 풀려났다.

둥광핑은 출국이 금지되자 중국 동부 연안에서 몇 ㎞ 떨어진 대만 관할 진먼다오로 헤엄쳐 건너려다 실패했다. 2020년에는 베트남으로 밀입국하는 데 성공했으나 2022년 베트남 당국에 체포돼 또다시 중국으로 송환됐다. 그는 ‘불법 국경 통과’ 혐의로 11개월 형을 선고받고 재차 수감됐다 2023년 10월 출소했다. 딸 캐서린 둥은 앞서 아버지가 거듭 탈출을 시도한 이유에 대해 “가족과 재회하려는 꿈이 너무나 간절했기 때문”이라고 밝힌 바 있다.

최근 중국 내 일부 반체제 인사들은 베트남이나 태국 등 인접국 경유 대신 더 위험한 탈출 경로를 택하고 있다. 이는 중국 정부가 안면인식 등 인공지능(AI) 기반 감시·검열 기술을 동원해 시위와 정치적 반대 의견에 대한 통제를 강화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둥광핑이 한국에서 난민 신청을 할지는 불분명하다. CNN은 한국은 까다로운 난민·이민 심사로 잘 알려져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 해경은 둥광핑을 출입국관리법 위반 혐의로 체포했으며, 사건을 검찰에 넘길 예정이라고 밝혔다.

성쉐는 캐나다 외교부에 그의 사정을 알리는 한편, 한국 당국에 송환 자제를 호소했다. 그는 서한에서 “둥광핑의 이력을 고려할 때 강제 송환은 그를 투옥과 고문, 실종, 나아가 죽음의 중대한 위험에 빠뜨릴 것”이라고 적었다.

한편 2023년 8월에도 한 중국 반체제 인사가 헬멧과 쌍안경, 나침반, 연료통만 챙겨 제트스키를 타고 산둥성에서 한국 인천까지 약 400㎞를 건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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