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26일(현지시간) 블룸버그와 CNBC, 마켓워치 등에 따르면 마이크론 주가는 이날 19.3% 급등한 895.88달러까지 치솟았다. 이에 따라 시가총액은 1조 달러를 처음 넘어섰다. 마이크론 주가는 올해 들어서만 세 배 이상 급등했고 최근 1년간 상승률은 약 840%에 달한다. 특히 이달에만 70% 넘게 오르며 1987년 12월 이후 최대 월간 상승폭을 기록할 가능성이 커졌다. 이날 상승률 역시 2011년 11월 이후 가장 큰 하루 상승폭이다.
UBS의 파격적인 목표가 상향이 투자심리를 고조시켰다. UBS의 티머시 아큐리 애널리스트는 이날 마이크론 목표주가를 기존 535달러에서 1625달러로 세 배 이상 상향 조정했다. 이는 현재 월가에서 가장 높은 목표가다. UBS가 제시한 목표가는 마이크론 시가총액이 약 1조 8000억 달러 수준까지 확대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는 현재 메타와 테슬라, 버크셔 해서웨이 등의 기업가치를 웃도는 수준이다.
아큐리 애널리스트는 “AI가 메모리 산업 전체에 구조적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며 “시장은 앞으로 마이크론에 더 정상적인 밸류에이션 배수를 적용하기 시작할 것이다”고 평가했다. 그는 특히 마이크론이 엔비디아와 유사한 수준의 주가수익비율(PER)을 적용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UBS는 앞으로 12개월 실적 기준 PER 15배를 적용해 목표가를 산정했다. 현재 엔비디아의 PER은 약 21배 수준이다.
◇AI가 메모리 산업 전체 바꾸고 있어
월가에서는 전통적으로 경기 순환주로 여겨졌던 메모리 반도체 산업이 AI 인프라 투자 확대 이후 구조적으로 바뀌고 있다는 분석이 확산하고 있다. 과거 메모리 업계는 공급 과잉과 가격 급락이 반복되는 대표적인 사이클 산업으로 분류됐다. 하지만 AI 데이터센터 구축 경쟁이 본격화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생성형 AI와 에이전틱 AI 확산으로 막대한 데이터를 처리해야 하는 서버 수요가 폭증하면서 고대역폭메모리(HBM)와 D램 수요가 장기간 공급을 웃돌고 있다. UBS는 D램 시장이 최소 2028년 2분기까지 공급 부족 상태를 이어가고 낸드플래시 역시 2027년 말까지 공급난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아큐리 애널리스트는 “하이퍼스케일러들은 앞으로 AI 인프라 구축 비용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다년간 공급 안정성을 확보하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HBM 평균판매가격(ASP) 상승이 수익성 개선을 이끌 핵심 변수로 꼽힌다. UBS는 마이크론의 주당순이익(EPS)이 내년부터 2029년까지 연간 100달러 이상 유지될 것으로 예상했다. 같은 기간 누적 잉여현금흐름(FCF)은 4000억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추산했다.
마이크론의 주가가 급등하면서 국내 반도체 업계에도 관심이 쏠린다. 현재 글로벌 HBM 시장은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주도하고 있다. AI 투자 사이클 장기화와 메모리 공급 부족이 현실화하면 국내 메모리 업체의 가격 협상력과 실적 개선 폭도 예상보다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AI기대감 지나쳐…메모리 시장 경쟁 더 치열해질 수도
낙관적인 ‘장밋빛’ 전망에도 월가 내부에서는 지나친 과열 우려가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블룸버그 집계 기준 마이크론에 대한 월가 평균 목표가는 685.82달러로 이날 종가 대비 오히려 20% 이상 낮은 수준이다. 현재 49개 증권사가 ‘매수’ 의견을 제시하고 있지만 일부에서는 AI 기대감이 지나치게 선반영했다는 경계론도 나오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선임 마켓 칼럼니스트 제임스 매킨토시는 “투자자들이 반도체 산업의 사이클 특성을 잘 고려함에도 지금 같은 결정적 시기에 이 사이클의 의미를 잘못 해석하는 것이 문제다”며 “지금도 마이크론을 ‘저평가 우량주’로 안심하기에는 리스크가 많은데 최대 위험 요인은 AI 기술 진보에 따른 수요 급변이다”고 지적했다.
매킨토시는 “AI 공급망에서도 악재가 터질 수 있는데 데이터센터 구축 프로젝트가 대폭 축소하거나 AI 도입 속도가 예측보다 느려질 수 있다”며 “규제 강화 등 AI 확장을 가로막는 정치적 역풍도 경계 대상이다. 메모리 칩 산업이 AI 시대의 새 유망 업종으로 부상하면서 다른 기업이 대거 시장에 진입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부정적인 요소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