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P, 깜짝 실적에도 주가 급등분 반납…메모리 비용 압박이 발목

해외

이데일리,

2026년 5월 28일, 오전 08:54

[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미국 PC 제조업체 HP가 시장 예상을 웃도는 실적을 내놨지만, 하반기 수익성에 대한 우려를 완전히 걷어내지 못하면서 시간외 거래에서 한때 15%까지 치솟았던 주가가 대부분의 상승분을 반납했다.

HP. (사진=AFP)
27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HP는 이날 실적 발표를 통해 4월 말 마감된 2026회계연도 2분기(2026년 2~4월)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9% 증가한 144억1000만 달러(약 21조6438억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조정 주당순이익(EPS)은 86센트로, 월가 평균 예상치인 71센트를 큰 폭으로 넘어섰다. 조정 영업이익률은 7.5%로, 시장 평균 예상치(6.6%)를 1%포인트 가까이 상회했다.

실적 호조의 핵심 동력은 두 가지다. 인공지능(AI) 기능을 탑재한 PC에 대한 기업 수요 확대와, 지난해 10월 마이크로소프트(MS)의 윈도우10 지원 종료에 따른 윈도우11 교체 수요다. 기업용 PC 판매는 14% 급증했으며, PC 부문 전체 매출은 13% 늘어난 102억 달러를 기록했다.

분기별 HP 매출 증가율 추이.(전년 동기 대비 기준, 자료: HP)
그러나 이 호재의 이면에는 구조적인 비용 압박이 자리하고 있다. 데이터센터 구축 붐이 메모리 반도체 수급을 빨아들이면서 PC와 스마트폰용 메모리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HP는 이에 맞서 제품 가격을 인상하고, 공급업체를 다변화하며, 일부 제품의 메모리 탑재량을 줄이는 등의 대응책을 펼치고 있다. PC 가격 두 자릿수 인상이 이번 분기 실적을 끌어올린 요인 중 하나였다.

문제는 선수요 효과가 포함돼 있다는 점이다. 브루스 브루사드 HP 최고경영자(CEO) 직무대행은 이날 실적 발표 후 콘퍼런스콜에서 “향후 가격 인상을 피하려는 고객들이 평소보다 더 많이 구매하면서 이번 분기 매출에 약 2~3%가량의 추가 효과가 생겼다”고 설명했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의 우진호 애널리스트는 “PC 가격의 두 자릿수 인상이 이번 분기 실적을 뒷받침했지만, 연간 EPS 가이던스의 소폭 하향 조정은 일부 PC 판매가 앞당겨진 것임을 시사한다”며 4분기 수익성 약화 가능성을 언급했다.

실제로 HP는 2026회계연도 연간 조정 EPS 전망치 상단을 기존 3.20달러에서 3.10달러로 10센트 낮췄다. 회사 측은 “메모리·스토리지 환경이 하반기에도 공급 제약 상태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향후 관전 포인트는 메모리 가격 상승세가 PC 교체 수요를 꺾는 임계점에 도달하는지, HP가 후임 CEO를 찾는 과정에서 전략적 방향성을 어떻게 유지하는지 등이다. HP는 페이팔이 전 CEO 엔리케 로레스를 영입하면서 CEO 공백 상태가 됐고, 현재 이사회 멤버인 브루사드가 CEO 직무를 대행하고 있다.

최근 1년 HP·델·레노보 주가 추이 비교. (자료: LSEG 데이터스트림·로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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