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10조엔 쏟았는데 효과는 '1엔'…달러·엔 다시 160엔 육박

해외

이데일리,

2026년 5월 29일, 오전 08:56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일본이 엔저를 막기 위해 막대한 ‘실탄’(현금)을 쏟아부었지만 약발이 한 달을 넘기지 못했다. 달러·엔 환율은 다시 치솟아(엔화가치는 하락) 160엔에 육박하고 있다.

(사진=AFP)
29일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 22분 기준 엔화는 달러당 159.23~159.25엔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달 30일 일본 당국의 직접 개입에도 한 달이 지나지 않아 다시 달러당 160엔에 근접한 것으로, 엔저가 구조화·고착화된 데 따른 현상이란 분석이다.

일본 재무성은 이날 오후 7시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27일까지 정부·일본은행(BOJ)이 단행한 개입 총액을 공개할 예정이다. 시장에서는 일본 금융당국이 골든위크(4월 29일~5월 6일) 기간에 최대 약 10조엔, 우리 돈으로 약 94조원에 달하는 엔화 매수 개입을 단행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러한 대규모 개입에도 엔화가치 상승폭은 한 달 만에 1엔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달러·엔 환율은 지난달 30일 장중 160.70엔대까지 치솟았다가 돌연 155엔대로 급락했다. 일본 금융당국의 첫 개입이 추정되는 시점이다. 이후 연휴 기간에도 여러 차례 나눠 개입이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달 중순 달러·엔 환율은 다시 157~158엔대로 뛰어오르며 하락분(엔화가치 상승분)의 절반을 반납했고, 전날에는 159엔대 후반까지 밀렸다. 2024년 4~5월 대규모 개입 이후와 비슷한 흐름이다. 당시에도 160엔 수준에서 10조엔 규모의 엔화 매수가 있었지만, 두 달 만에 개입 전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이번엔 효과가 더 짧아진 셈이다.

효과가 반감된 배경으론 우선 ‘예고 개입’이 꼽힌다. 가타야마 사쓰키 재무상과 미무라 아쓰시 재무관이 연휴 직전 “단호한 조치를 취할 때가 다가오고 있다”는 등 개입을 예고하는 듯한 발언을 쏟아냈다. 이에 시장 참가자들은 미리 엔화 매도 포지션을 정리하며 대비할 수 있었다.

스즈키 히로시 미쓰이스미토모은행 수석 환율전략가는 “정부 고위 인사 발언이 시장에 사전에 반영되면서 2024년 개입 때보다 충격이 적었다”고 지적했다. 2년 전 간다 마사토 당시 재무관은 예고 없이 개입을 실시했다.

투기적 엔화 매도가 많지 않았던 점도 과거와 달라진 점이다. 미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자료에 따르면 헤지펀드 등의 엔화 매도 초과 규모는 약 10만 계약으로, 17만~18만 계약에 달했던 2년 전의 60% 수준에 그쳤다.

무엇보다 지금의 엔저는 투기보다 펀더멘털(경제 기초여건)에 따른 흐름이라는 점이 개입 효과를 제약한다고 닛케이는 짚었다. 중동 정세에 따른 고유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인상 관측 등 달러화 매수 압력이 엔저를 떠받치고 있다. 노무라증권의 고토 유지로 수석 환율전략가는 “엔화의 일방적 하락을 막은 의의는 있었다”면서도 “실탄 개입 효과는 2~3주”라고 짚었다.

추가 개입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특히 개인 투자자의 ‘엔화 매수·달러화 매도’ 거래가 외환증거금거래(FX) 전체의 60% 가량을 차지, ‘추가 개입’ 기대가 커지고 있다는 진단이다. 당국이 개입 예고 발언을 자제하다가 160엔을 밑도는 시점에 ‘깜짝 개입’에 나설 것이란 관측도 있다.

BOJ에서 엔화 매도 개입 실무를 맡았던 다케우치 아쓰시 리코경제사회연구소장은 “개입으로 시간을 버는 동안 엔화가 약하다는 시장의 인식을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구조적인 엔저 압력에 시장이 납득할 정책 해법을 내놓는 것이 근본 대책이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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