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사진=AP)
소프트뱅크는 30일(이하 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프랑스 북부 오드프랑스 지역에 2031년까지 3.1기가와트(GW) 용량의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기 위해 1단계로 450억 유로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추가 2GW 확장까지 포함하면 총 투자액은 750억 유로, 총 용량은 5GW에 달한다.
주요 입지는 됭케르크, 보스켈, 부쉐인 3곳이다. 에너지 관리·자동화 전문 기업 슈나이더 일렉트릭은 해안도시 됭케르크에서 AI 인프라·로봇 제조 허브 구축을 위한 핵심 파트너로 참여한다.
로이터에 따르면 프랑스 국영 원전 기업 EDF도 이번 딜에 포함됐다. EDF는 가동을 중단한 폐원전 부지를 소프트뱅크에 넘겨 데이터센터로 전환하는 방식이다.
손 회장은 프랑스 매체 인터뷰에서 “프랑스가 에너지 생산·수출국이라는 점이 AI 인프라 투자에 결정적”이라고 밝혔다.
◇마크롱의 도쿄 만찬 외교…주권 AI 구상이 손 회장 움직여
이번 딜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손 회장 사이의 개인 외교가 결정적이었다. 블룸버그는 마크롱이 올해 일본을 방문하는 동안 손 회장과 만났으며, 국가 원수가 직접 투자 유치에 나서는 방식에 손 회장이 깊은 인상을 받아 검토를 본격화했다고 전했다. 손 회장은 같은 인터뷰에서 “마크롱 대통령이 프랑스의 경제적 성공을 위해 개인적으로 이토록 헌신적이라는 사실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말했다.
마크롱이 내세운 카드는 원전 전력과 신속한 인허가였다. 프랑스는 원자력 발전 비중이 높아 안정적이고 저탄소인 전력 공급이 가능하다. 블룸버그는 마크롱이 미국·중국과 다른 독자적인 AI 생태계를 구축하는 ‘주권 AI(소버린 AI)’ 구상을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으며, 미스트랄 AI 등 자국 AI 기업 육성과도 연계돼 있다고 분석했다.
이번 발표는 마크롱이 오는 6월 1일 베르사유 궁전에서 주재하는 연례 투자유치 행사 ‘프랑스를 선택하세요(Choose France·추즈 프랑스)’에 맞춰 공식화될 예정이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사진=로이터)
이번 투자를 계기로 프랑스가 유럽 AI 인프라의 핵심 거점으로 부상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은 아마존웹서비스(AWS)가 2026~2028년 프랑스에 AI 인프라 구축 등을 위해 150억 유로 이상을 투자할 계획이며, 마이크로소프트(MS)도 2024년 AI 관련 40억 유로 투자 계획을 공표했다고 전했다. 빅테크들이 잇따라 프랑스를 선택하고 있는 셈이다.
프랑스 정부도 지난해 2월 ‘AI 국가전략’을 발표하고 수년간 민관 합산 1000억 유로 이상을 AI 분야에 투자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닛케이는 프랑스가 인도·글로벌 사우스 국가들과 협력해 미국·중국과 다른 ‘AI 제3극’ 구축을 모색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자금 조달·실현 가능성…회의론도 만만찮아
그러나 장밋빛 청사진에 물음표를 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블룸버그는 소프트뱅크가 오픈AI 지분을 담보로 추진했던 마진론(margin loan·증권 담보 대출) 규모를 당초 100억 달러에서 60억 달러로 줄였다고 보도했다. 일부 채권자들의 소극적인 반응이 원인이었다. 닛케이도 “AI 투자 계획을 잇따라 발표하면서 소프트뱅크그룹 부채가 늘고 있다”며 “AI 수요가 예상대로 성장하지 않으면 투자 회수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대규모 AI 데이터센터 투자 발표가 전 세계적으로 잇따르면서 ‘AI 인프라 버블’ 논쟁이 달아오르고 있다고 짚었다. 요란하게 발표됐다가 지연되거나 취소된 프로젝트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오픈AI가 영국 북동부에 짓겠다고 공언했던 시설이 무기한 보류된 사례를 직접 거론했다.
자금 조달 구조도 변수다. AI 인프라 1GW 구축에 드는 총비용은 약 500억 달러로 추산된다. 5GW 완공을 위해서는 아직 공개되지 않은 다수의 파트너로부터 대규모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을 끌어와야 한다. 데이터센터를 채울 최종 고객사와 컴퓨팅 장비 공급사도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프랑스 시설의 PF 파트너와 고객사가 구체화되는 시점이 이번 투자 약속의 현실화를 가늠할 핵심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일본 도쿄 긴자 쇼핑가의 소프트뱅크 매장 앞을 한 여성이 지나가고 있다. (사진=A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