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 충격 땐 도움 안 돼"…美연준 '점도표' 개편 도마 오르나

해외

이데일리,

2026년 5월 31일, 오후 04:31

[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2012년 도입 이후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핵심 정책 소통 도구로 자리잡은 점도표(dot plot)가 케빈 워시 신임 의장 취임을 계기로 개편 가능성이 주목받고 있다. 이런 가운데 올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투표권자인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도 직접 점도표의 한계를 지적하며 운용 방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닐 카시카리 미국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가 29일 서울 고려대 타운홀 미팅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성주원 기자)
카시카리 총재는 지난 29일 서울 고려대학교에서 열린 타운홀 미팅에서 “점도표가 유용한 순간도 있다”면서도 “불확실성이 클 때는 3개월마다 점을 찍어야 한다는 게 달갑지 않다”고 했다. 그는 “확신이 있을 때 점도표는 강력한 소통 수단이 되지만 그런 확신이 있는 순간은 드물다”며 “대체로 도움이 안 된다(mostly unhelpful)는 시각을 갖게 됐다”고 밝혔다.

워시 의장은 지난달 인준 청문회에서 점도표를 포함한 연준의 포워드 가이던스 전반에 회의적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히며 ‘레짐 체인지’(regime change·기존 체제의 근본적 전환)를 예고한 바 있다. 워시가 점도표 폐지에 가까운 입장이라면, 카시카리는 완전 폐지보다는 운용 방식 개선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그는 “워시 의장과 함께 이 문제를 논의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린스펀식 선제 대응은 틀렸다”…데이터 의존이 유일한 답

점도표 개편론의 바탕에는 선제 대응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론이 깔려 있다. 카시카리 총재는 고려대 강연에서 그린스펀 시대의 선제적 금리 인상을 거론하며 “당시 위원회는 인플레이션이 곧 올 것이라 보고 여러 차례 선제적으로 금리를 올렸지만 인플레이션은 오지 않았다”며 “그 선제적 조치들은 불필요했다고 본다. 실제로 나는 당시 그런 결정에 반대표를 던졌다”고 했다.

그는 최근 몇 년의 경험들을 언급하며 미래를 예단하는 방식이 틀릴 수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했다. 코로나19, 우크라이나 전쟁, 이란 전쟁으로 이어지는 반복된 외부 충격은 예측 자체를 무력화했다는 것이다. 카시카리 총재는 “이런 충격들은 정의상 예측이 불가능하다”며 “환경이 너무 빠르게 변하는 상황에서는 데이터 의존이 유일하게 작동하는 방식”이라고 강조했다.

이 논리는 현재 금리 경로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카시카리 총재는 지난 4월 FOMC에서 금리 동결에는 찬성했지만 다음 조치가 인하가 될 수 있다는 완화적 방향 제시에는 반대표를 던졌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장기화하는 상황에서 인플레이션 경로를 예단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협상 타결 이후에도 공급망이 정상화되기까지 최소 6개월은 걸릴 것”이라며 “최선의 시나리오에서도 인플레이션 영향은 한동안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AI 낙관론엔 제동…“자율주행차도 그렇게 말했다”

불확실성에 대한 경계는 인공지능(AI) 전망에도 이어졌다. 카시카리 총재는 AI 투자가 미국과 한국 경제 모두의 핵심 동력이라고 인정하면서도 단기 과열론에는 선을 그었다. 그는 “5년 전 자율주행차 옹호론자들은 장거리 트럭 운전사가 곧 AI로 대체될 것이라고 했지만 그렇게 되지 않았다”며 “기술이 실현되더라도 옹호론자들이 말하는 것보다 훨씬 오래 걸리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데이터센터 투자 과열 가능성도 짚었다. 그는 “하이퍼스케일러(대규모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빅테크 기업)들의 투자 계획대로라면 미국 전력망이 필요한 전력을 공급할 수 없다는 게 전력 업계의 시각”이라며 “새로운 전력 공급이 확충되거나 데이터센터 구축 속도가 늦춰지거나 둘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AI 섹터에서 조정이 일어난다면 미국뿐 아니라 한국 주식시장에도 상당한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닐 카시카리(오른쪽) 미국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가 29일 서울 고려대 타운홀 미팅에서 김진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고려대 경제학과 교수)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성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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