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권거래소 트레이딩플로에서 트레이더가 거래 동향을 파악하고 있다. (사진=AFP)
국제유가는 미국과 이란 간 무력 충돌이 격화되면서 또 상승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은 2.41% 오른 배럴당 96.02달러에 마감했고, 브렌트유는 1.89% 상승한 배럴당 97.81달러를 기록했다.
미국과 이란은 밤사이 추가 공습을 주고받았고, 쿠웨이트와 바레인까지 영향을 받으면서 지난 4월 초 휴전 이후 가장 심각한 긴장 국면 중 하나가 연출됐다.
최근 이스라엘의 레바논 내 헤즈볼라 공습까지 겹치면서 미국과 이란 간 협상 전망도 다시 불투명해지고 있다. 양국은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과 휴전 연장을 위한 큰 틀의 합의에는 도달했지만 세부 협상은 여전히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이란이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기로 합의했다”면서도 “마음을 바꿀 수도 있다”고 말해 불확실성을 키웠다.
파와드 라자크자다 포렉스닷컴 시장분석가는 “중동 긴장이 위험자산 투자심리를 계속 압박하고 있다”며 “미국과 이란 간 추가 충돌은 휴전 체제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의문을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국채시장은 유가 상승과 견조한 경제지표를 동시에 반영하며 약세를 보였다.
10년물 국채금리는 장중 4.5%에 근접했고, 30년물 국채금리는 5% 수준까지 치솟았다.
미국 경제가 견조한 상황에서 인플레이션 우려가 계속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발표된 5월 ADP 민간고용은 12만2000명 증가하며 지난해 1월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늘었다. 서비스업 경기 역시 투입비용이 약 4년 만에 가장 빠르게 상승했음에도 확장세를 이어갔다. 신규 주문 지표도 개선되면서 소비 수요가 여전히 견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은 이제 연준의 다음 행보를 금리 인하가 아닌 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열어두기 시작했다. 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금융시장은 현재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가 인상될 가능성을 41.1%로 반영하고 있다. 한 달 전 9.1%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시장의 시각이 크게 바뀐 셈이다.
션 스나이더 포토맥 펀드 매니지먼트 경제전략가는 “경제가 다시 가속화되는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금리 인하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인식이 시장에 반영됐다”며 “일부가 예상했던 수요 위축 현상도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연준 베이지북 “고용 정체·물가 압력 확대”
연준이 이날 공개한 경기동향 보고서(베이지북)는 물가 압력이 확대되고 있음을 재차 확인했다.
연준은 최근 몇 주간 고용은 대체로 안정적이었지만 중동 전쟁에 따른 에너지 가격 상승 영향으로 상당수 지역에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졌다고 진단했다.
12개 연방준비은행 관할 지역 가운데 10곳에서 경제활동이 완만하거나 보통 수준의 성장세를 기록했다. 고용은 거의 변하지 않았지만 에너지 가격 상승 여파가 경제 전반에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날 존 윌리엄스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현재 통화정책은 정확히 적절한 위치에 있다”며 “당장 금리를 올리거나 내릴 필요는 없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향후 금리 경로에 대해서는 “명확한 방향이 보이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월가에서는 중동 사태 장기화 여부가 향후 물가와 금리 방향을 결정할 핵심 변수로 보고 있다.
빌 노시 US뱅크 웰스매니지먼트 선임투자이사는 “현재 시장은 미국 경제의 견조한 펀더멘털과 중동 전쟁 장기화 우려 사이에서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며 “인플레이션 기대를 결정하는 핵심 변수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 기간”이라고 말했다.
그는 “봉쇄 기간이 길어질수록 연준이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은 더욱 낮아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업종별로는 기술주와 금융주가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 반면 국제유가 상승 수혜를 입은 에너지 업종은 S&P500 11개 업종 가운데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최근 증시 상승을 이끌었던 AI 관련 종목들은 혼조세를 보였다. 엔비디아는 3.7% 하락했고, 델 테크놀로지스는 3.2%, 오라클은 5.7% 떨어졌다. 마이크로소프트도 3.2 하락했다.
반면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1.4% 상승했다. 마벨 테크놀로지는 3.7% 이상 급등했고, 인텔(4.4%)과 퀄컴(3.8%), 샌디스크(6.7%)도 상승하며 AI 투자 열기가 여전히 살아 있음을 보여줬다.
로스 메이필드 베어드 투자전략가는 “AI 관련 종목들은 거시경제나 지정학적 위험과는 별개의 세계에서 거래되고 있다”며 “다른 자산의 매력이 떨어질 때 오히려 AI 종목으로 자금이 유입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스위스계 사모펀드 운용사 파트너스그룹이 86억달러 규모 사모펀드의 환매를 제한했다는 소식에 KKR, 블랙스톤, 블루아울, 아레스 매니지먼트 등 대체자산 운용주도 4% 안팎 하락했다. 게임스톱은 자사주 매입 계획 발표에 힘입어 6%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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