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선트 "인플레 급등은 일시적 현상"…옐런 악몽 되풀이되나

해외

이데일리,

2026년 6월 04일, 오전 03:21

[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이 이란 전쟁 이후 급등한 인플레이션을 두고 “단기적인 일시 현상(short-term blip)”이라고 규정하며 물가 불안 진화에 나섰다.

다만 이는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 재닛 옐런 전 재무장관이 사용했다가 정치적 역풍을 맞은 ‘일시적(transitory)’ 인플레이션 논리를 사실상 되풀이한 것이어서 향후 물가 흐름에 따라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이 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의사당 내 더크슨 상원 사무실 빌딩에서 열린 상원 재무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증언하고 있다. 이날 청문회는 2027회계연도 재무부 예산안을 점검하기 위해 열렸다. (사진=AFP)
◇바이든 때 공격했던 ‘일시적’ 부메랑

베선트 장관은 3일(현지시간) 상원 재무위원회 청문회에서 “인플레이션을 제외하면 경제 지표는 매우 강하다”며 “미국 경제는 강한 성장세를 보일 모든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가격이 일시적으로 상승한 상태지만 결국 다시 내려올 것”이라며 최근 물가 상승은 단기 충격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베선트 장관은 최근에도 같은 취지의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에는 국채 금리 상승을 두고 “일시적 인플레이션 충격”이라고 설명하며 “이는 일시적(transient)”이라고 평가했다. 백악관 각료회의에서도 “현재 가격 상승은 일시적(transitory)”이라고 말했다.

이번 발언은 이란과의 전쟁 장기화로 미국 내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경제 운용에 대한 비판이 커지는 가운데 나왔다.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이후 미국 내 휘발유와 디젤 가격은 40% 이상 상승했다. 브라운대에 따르면 전쟁 발발 이후 미국 소비자들이 추가로 부담한 휘발유·디젤 비용은 총 530억달러를 넘었으며 가구당 400달러 이상에 달한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기 대비 3.8% 상승해 2023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에너지 가격 상승이 경제 전반으로 확산된 영향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날 베선트 장관의 발언이 재닛 옐런 전 재무장관을 곤경에 빠뜨렸던 표현을 연상시킨다고 지적했다.

옐런 전 장관은 2021년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경제 재개 과정에서 나타난 물가 상승을 “일시적(transitory)”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후 인플레이션이 수십 년 만의 최고 수준으로 치솟으면서 비판을 받았고, 나중에는 “더 나은 표현을 선택했어야 했다”고 인정했다.

당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한때 9%를 넘어서며 2024년 대선에서 민주당의 발목을 잡았다.

이제는 공화당 역시 비슷한 위험에 직면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란 전쟁 이후 휘발유와 생필품 가격이 오르면서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유권자들의 불만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하버드 CAPS-해리스 조사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 정책 지지율이 39%에 그쳤다. 마켓대 로스쿨 조사에서는 생활비 대응에 대한 긍정 평가가 22%에 불과했다.

◇“공급 충격에 따른 인플레…바이든 때와 달라”

베선트 장관은 현재 상황이 바이든 행정부 당시 인플레이션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달 “공급 충격만큼 일시적인 것은 없다”며 현재의 물가 상승은 호르무즈 해협 위기와 중동 전쟁에 따른 에너지 공급 차질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전쟁이 종료되면 국제유가가 분쟁 이전 수준보다 더 낮아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반면 바이든 행정부 시절 인플레이션은 대규모 재정지출과 연방준비제도(Fed)의 대규모 국채 매입이 결합된 결과라고 비판했다.

베선트 장관은 이날도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식료품 물가 상승세는 둔화됐으며 최근 급등한 비료 가격 역시 바이든 행정부 시절부터 상승하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최근 논란이 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도 적극 옹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CNBC 인터뷰에서 “나는 미국인들의 재정 상황을 생각하지 않는다. 오직 이란이 핵무기를 갖지 못하게 하는 것만 생각한다”고 말해 비판을 받았다.

이에 대해 베선트 장관은 “대통령의 발언은 맥락에서 벗어나 해석된 것”이라며 “우리는 미국 국민이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평균 가계가 휘발유 비용으로 약 200달러를 추가 부담하고 있으며 정부는 이를 매일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베선트 장관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 임기 종료 전 연방 재정적자를 국내총생산(GDP)의 4% 미만, 즉 “앞자리가 3인 수준”으로 낮추겠다는 기존 목표도 재확인했다.

그는 “재정적자를 GDP 대비 5.4% 수준까지 낮췄고 앞으로도 계속 줄여나갈 것”이라며 사회보장제도(Social Security)에 대해서도 “급여는 현재 수준 그대로 보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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