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동파의 돼지요리, 명 황실의 북경오리…스토리 곁들인 중식, IP로 키울 것"

해외

이데일리,

2026년 6월 04일, 오후 07:29

[베이징=이데일리 이명철 특파원] 지난달 미·중 국빈 만찬 테이블에 올랐던 카오야(북경오리)는 중국 음식의 정교함을 세계에 알리는 기회의 장이 됐다. 그간 기술 분야에서 독자적 표준을 세워 ‘차이나 스탠더드’를 구축하려 했듯 미식에서도 서구 중심의 평가 프레임을 넘어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시도를 시작한 것이다. 일대일로가 물리적 인프라의 연결이었다면 미각 실크로드는 음식을 매개로 국제적 거리감을 좁히는 소프트 파워 전략이다. 중국 소프트파워 중에서도 음식 문화 확산, 일명 ‘미식(美食) 굴기’는 중요한 기반이다. 베이징 영빈관 댜오위타이(조어대)와 미국 카지노 호텔 기업 MGM미라지가 손을 잡고 만든 댜오위타이 MGM의 류야닝 대표는 한국의 고위 관료에 해당하는 중국음식문화공작부 주임으로 중국 ‘미식 굴기’를 책임지는 최전선에 서 있다. 류 대표를 통해 중국의 미식 굴기의 현황과 앞으로 방향에 대해 알아봤다. <편집자 주>
류야닝 중국음식문화공작부 주임이 중국 베이징 본사 사무실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이명철 특파원)
“카오야를 어떻게 만드는지 아세요.”

4일 중국 베이징에서 만난 류야닝 중국음식문화공작부 주임 겸 댜오위타이(조어대) MGM 중화권 대표는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대뜸 카오야 손질법을 아는지 물어봤다. 그는 “카오야는 오리 날개 한쪽에 4㎝의 틈을 만들어 그 안에서 내장을 꺼내는 작업을 거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오리 피부를 상하지 않게 하는 게 중요한데 숙련된 카오야 요리사는 배를 가르지 않고 하나의 작은 칼집을 통해 내부 손질을 마친다. 이는 마치 외과 수술과도 같다”고 설명했다.

류 대표가 한국 언론과 인터뷰한 것은 이데일리가 처음이다. 중국의 ‘미식 굴기’에 대한 그의 자부심은 인터뷰 내내 이어졌다. 류 대표가 이끄는 중국음식문화공작부는 중국인민대외우호협회 산하로 미식 문화 연구·계획·교육과 국제 홍보, 중국 요리 유산 자원 통합과 자문 서비스 등을 통해 중국 고품질 통합·발전을 추진하는 조직이다. 중국 외교부 산하 댜오위타이 국빈관에서 대외교류협력처 부처장으로 근무하던 정통 외교 관료 출신인 그는 “중국 요리 발전을 위한 산업적 지원을 제공함으로써 단순 음식을 넘어 문화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돕는다”며 “여행과 문화 체험에서 음식과 융합을 도모하며 국제무대에서 중국 요리가 차지하는 비중을 높이는 게 목표다”고 소개했다.

류야닝 중국음식문화공작부 주임이 중국 베이징 본사 사무실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이명철 특파원)
-현재 댜오위타이 MGM과 중국음식문화공작부를 통해 하는 일은.

△우선 관련 산업의 발전이다. 중국 요리의 발전을 위한 산업적 지원을 제공하고 특히 중국 요리가 단순한 음식을 넘어 문화로 자리매김하도록 돕는 것이다. 두 번째는 여행, 문화 체험 같은 활동이다. 중국 관광 산업 발전 과정에서 문화 융합이 뚜렷하게 나타나는데 이때 많은 음식이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 예를 들어 톈수이 마라탕을 보면 지역 음식 문화가 발전했기에 지역 전체가 혜택을 봤다. 간쑤성 톈수이시는 2024년 마라탕이 큰 인기를 끌면서 지역 최대 인기 관광지가 된 적이 있다.

세 번째로는 국제무대에서 중국 요리가 차지하는 위치와 입지다. 중국 요리가 세계 교류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하다. 중국 요리는 세계적으로 유명하지만 진정한 본질에 대한 이해는 다소 부족하다. 이에 우리는 뛰어난 중국 요리사들을 초청해 교류하고 해외를 방문하는 플랫폼을 구축할 것이다. 공작부가 중국 음식에 대한 지식과 깊이를 더해줬다면 MGM에서는 국제적인 비전을 통해 중국 외식 문화를 홍보할 수 있다. 두 가지 모두 서로 보완 관계다.

-올해 3월 세계적인 스타 셰프와 음식 평론가들을 베이징에 초대했다.

△해외 유명 셰프와 음식 평론가 16명, 요리 문화계 100명의 대표를 초청했는데 단순히 식당에서 식사하는 것이 아니라 중국 음식을 깊이 있게 경험하게 하는 것이었다. 카오야를 맛보고 만리장성에 올라 중국 차 문화를 체험했다. 중국 본토는 처음 방문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타임지의 표지 칼럼니스트도 초대했는데 그는 중국 음식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고 했다. 하지만 며칠 간의 행사가 지난 후엔 ‘중국 음식은 너무 깊고 재료도 풍부하다. 요리 기술은 너무 다양해 다음에 꼭 다시 오고 싶다’고 말했다. 이런 식의 직접 체험은 미식가뿐 아니라 중국 음식의 국제적인 발전에 매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이번 행사의 정점은 어떤 것이었나.

△스페인 미슐랭 3스타 ‘다이버엑소’ 셰프 다비즈 무뇨스의 발언이었다. 그가 “중식은 내게 단순한 영감이 아니라 경이로움 그 자체”라고 말하는 순간 온라인 세션에 수많은 중국 팬들이 몰려드는 등 폭발적인 반응을 보였다. 스페인에 중국 음식 콘셉트의 레스토랑도 운영하고 있는데 예전에도 중국에 자주 방문했다. 이번 행사 후엔 중국에서 배운 요리 기술이나 영감을 바탕으로 새로운 레스토랑을 열 수 있겠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런던 ‘에이웡’의 앤드루 웡, 뉴욕 ‘아토믹스’의 박정현 셰프도 자리를 함께했다. 여기에 ‘세계 50 베스트 레스토랑’ 관계자와 텔레그래프, 타틀러 아시아, 워싱턴 포스트, 보그 등 주요 매체의 평론가가 참여해 중국이 설계한 미식 담론에 무게를 더했다.

산위안리 채소 시장에 간 적이 있는데 이때 재료를 산 후 호텔에 돌아가서 셰프들에게 요리를 시작하도록 했다. 이때 박 셰프는 한국의 익숙한 요리 기술을 사용하면서 중국 식재료를 훌륭하게 접목해 멋진 요리를 만들었다. 이렇게 만든 5개 접시의 요리를 참석자들이 순식간에 먹어치웠다. 이는 행사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일이기도 하다.

류야닝 중국음식문화공작부 주임이 중국 베이징 본사 사무실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이명철 특파원)
-중국 외식 문화는 어떻게 변화하고 있다고 보는가.

△중국 외식 문화의 발전은 현재 과도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변화의 과정은 고통스럽지만 반드시 필요하다. 원래 중국 외식 시장은 기업 수요 기반으로 고급 레스토랑에서 값비싼 재료를 사용하며 성장했으나 지금은 이러한 수요가 감소하고 있다. 하지만 개인적 욕구는 점차 늘고 있다. 중국 젊은 층은 외식 횟수를 줄이는 대신 더 좋은 식당, 더 맛있는 음식, 더 좋은 친구들과 함께 식사하고 싶어 한다. 이제 소비자의 특성이 바뀌었기 때문에 외식업계도 이에 맞춰 변화하고 있다. 요즘 흥미로운 추세가 있다. 예전엔 ‘광둥 요리’ ‘쓰촨 요리’ 등을 내세우며 홍보하는 게 유행이었는데 지금은 그런 추세가 사라졌다. 특정 지역의 유명한 전통 요리를 앞세우기보다 젊은 소비자의 개인 취향을 겨냥한 음식들이 많이 등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 젊은 층의 소비 욕구는 점점 더 개인화되고 있으며 음식과 그 안에 담긴 이야기의 감정적인 연결고리까지 이해하려 한다. 이러한 소비자의 요구를 충족하기 위해 중국 요리도 변화하고 있다.

-앞으로 중국 음식 문화를 세계에 알리기 위해 어떤 계획이 있는가.

△중국은 5000년의 요리 역사를 가지고 있다. 광활한 국토에선 다양한 먹거리가 생겨난다. 중국 8대 요리와 지역 특산물까지 더한다면 중국의 음식 문화는 매우 탄탄하다. 중국 외식 산업도 활력을 받고 있다. 지금 중국엔 젊은 요리사들이 많고 그들은 외식 산업에 열정적이다. 부모 세대에게서 물려받은 지식과 국제적인 시야를 갖고 있다. 그들이 중국의 진정한 미래라고 생각한다.

음식은 단순히 맛뿐 아니라 이야기, 즉 스토리로 풀어나가야 한다. 우리도 음식 문화를 발전시키기 위해 몇 가지 지적재산권(IP) 프로젝트를 진행했는데 이중 ‘둥푸와 함께 하는 식탁’이 흥미롭다. 송나라 시인 수둥푸(소동파)를 기리는 이 행사는 음식에 관한 그의 시를 바탕으로 셰프가 요리를 만드는 콘셉트다. 이는 단순히 먹는 행위를 넘어 술, 차, 음식, 식기를 곁들여 소동파의 이야기를 함께 나누는 IP를 만들고 있다.

작년엔 태국에서 중국과 태국 수교 50주년을 기념해 중국식 연회를 열었다. 중국 음식의 재료, 조리법, 셰프까지 모두 소개하기에 적기였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해외로 나간 후에는 해외 셰프와 미식가들을 초청하는 것도 방법이다.

-중국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보내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중국은 해안, 내륙, 초원, 산 등이 있는 넓은 나라기 때문에 음식의 매력이 무궁무진하다. 한 곳만으로는 중국 음식의 매력을 제대로 알기 어려운 만큼 중국의 많은 도시를 방문해서 다양한 음식을 맛보고 중국 음식에 대해 더 많이 알아갔으면 좋겠다. 특히 한국 음식을 중국 친구들에게도 소개하고 싶다. 이렇게 서로 교류하면서 두 문명, 문화간 소통이 이뤄지면 좋겠다.

류야닝 중국음식문화공작부 주임이 중국 베이징 본사 사무실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이명철 특파원)
■류야닝 대표는

△중국 인민대 경영학 학사 △베이징과학기술대 박사 △중국관광협회 산하 음식문화공작부 주임 △댜오위타이 MGM 중화권 대표 △중국 외교부 산하 다오위타이빈관관리국 대외교류협력처 부처장 △다오위타이 호텔관리공사 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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